[조합원 칼럼] 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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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이야기
▲파주 LCD공장 전경
월롱에 가면 산 사이로 거대한 공장이 골리앗처럼 들어서 있다. 이곳이 바로 액정표시장치(LCD) 등을 생산하는 엘지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이다. 엘지디스플레이(주)는 구미, 파주, 중국, 폴란드에 생산공장이 있다. 파주공장에는 약 2만 명의 노동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대부분 젊고 여성들이 많다. 출근 때가 되면 공장 바로 옆으로 줄지어 들어선 직원숙소에서 몰려나오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며 월롱역에는 노동자를 태운 통근버스가 줄지어 들고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마도 월롱은 파주의 울산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엘지디스플레이 얘기를 하는 것은 많은 젊은 노동자들이 일을 하고 있는 매우 위험한 사업장이기 때문이다. 이 공장에는 발암성 1급 물질인 황산을 비롯하여 과산화수소, 암모니아, 염소, 염화수소, 질산, 포스핀 등 많은 사고대비물질을 취급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노광설비를 담당하던 심규석씨는 입사 3년 만에 32세의 젊은 나이에 뇌종양으로 숨졌다. 이외에도 급성백혈병, 폐암 피해자들도 다수 있다. 또 지난 1.12 질소가스 누출로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숨진 사건도 발생하였다. 이렇게 이 공장에서는 많은 젊은 노동자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쉴 새 없이 주야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반올림)에 의하면 현재 320명이 넘는 노동자들이 반도체와 LCD 공장에서 일하다가 병을 얻어 이 중 127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건강한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또 위험작업은 점점 하청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8년 전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했던 황유미씨도 그렇게 죽어갔다. 황유미씨의 아버지에 의하면 지금도 환자가 계속 나오는 것을 보면 변한 것이 없다고 한탄한다. 실제로 전자산업 대부분의 기업들이 작업환경과 유해물질에 대해 영업비밀이라며 공개를 하지 않고 노동자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일하다가 죽어가고 있다. 특히 1급 발암성 물질인 벤젠은 반도체·전자산업에서 많이 사용되는 데 골수, 간, 신경, 신장, 호흡기, 소화기 및 생식기능에 독성을 미친다.
우리는 파주공장에서 노동자들이 어떤 작업환경에서 어떤 유해물질에 노출되어 있는지 상세하게 알 수 없다. 다만 파주공장이 위험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공장인 것만은 분명하고 반도체 공장과 유사한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노동자들에게 작업환경과 취급하는 화학물질에 대해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한다. 또한 주변에 사는 주민들에게도 알려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젊은 노동자들이 영문도 모르고 평생 병으로 살아가거나 죽을 수 있고 사고 발생 시 공장주변 주민들에게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유해한 작업환경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것은 살인행위나 다름이 없다.
글 김동성 조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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