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에세이] 노인들이 무슨 연극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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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이 무슨 연극을 한다고…
▲연극동아리 일원으로 초등학교를 찾아가서 어린이 연극을 공연했다.
자, 다음에는 더욱 유익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여러분을 찾아올게. 그때까지 우리친구들 안녕!”
마지막 멘트와 함께 연극이 끝나면 강당 안이 시끌벅적해지면서 아이들이 우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겠다고 우르르 무대 앞으로 몰려온다.
담임선생님의 인솔아래 한 반씩 차례로 사진을 찍고 나면 우리는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도 하고 프리허그도 하면서 그들과의 소통에 함박웃음을 웃는다.
그렇게 우리는 연극을 하면서 보람과 행복을 동시에 누리는 일상을 산다.
나는 고양시 아람도서관 소속 아마추어 연극배우(?)이다.
한 달에 두 번씩 격주로 고양시내 초등학교를 찾아가서 어린이 연극을 공연하는 연극동아리 회원이다. 처음에는 독서도우미(책 읽어 주기) 활동으로 시작했으나, 더욱 더 발전된 모임을 지향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극 쪽으로 활동이 확장된 실버 모임의 일원이다.
물론 60대 후반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처음 연극을 시작할 때는 다소 쑥스럽기도 하고 용기가 없어서 무모한 도전처럼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도서관 측의 적극적인 지원과 배려로 대학로 연극배우이신 민대식선생님을 연출자로 모시고 매 주 화요일에 도서관 지하에 모여 연극의 기본을 배우고, 각자의 캐릭터에 맞는 배역을 맡아 연습을 하고, 또 격 주로 공연을 나가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덕분에 엉성했던 연기가 연출자의 열정적인 지도로 발성, 감정조절, 시선처리, 동선의 연결등 다양한 배울 거리로 채워지고 무대 배경과 음악이 어우러져 한 편의 연극으로 탄생할 때의 희열을 우리는 시나브로 알아가는 중이다.
첫 해에는 여러 사람의 삶을 대신 살아볼 수 있어서 매력적이라는 리얼리티 연극으로 출발했으나(황석영 작 ‘돼지꿈’) 작년부터는 회원 여러분들의 교직 경력을 살려서 아동극으로 방향 전환을 하였다.(민대식 각색 ‘신 심청전’, ‘신 별주부전’등)
초등학교 저학년들을 대상으로 손주 벌되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무대에서 열연을 하다보면, 아이들의 호응이 너무나 뜨거워 가끔은 가슴이 얼얼해지곤 한다. 그만큼 우리 연극을 보고 울고 웃는 아이들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이 나이에 연극을 시작한 것이 참으로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동안 노인복지회관, 불우아동시설, 도서관축제등에 초청을 받아 공연도 하였으니 나름 보람된 활동이 되었음에 자긍심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지난 9월에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평생학습박람회’에 초청을 받아 큰 무대에서 공연을 하는 영광까지 누렸으니 더 이상 무엇을 욕심내랴. 연말까지 몇 번의 공연 계획이 남아 있으니 더욱 더 열심히 연습하여 좀 더 내공이 쌓이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보는 정도라고나 할까?
모쪼록, 인생의 황혼기에도 배우고 봉사하는 우리 회원들처럼, 많은 노인분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 도전해 거기에서 노년의 활력과 행복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조합원 양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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