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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장현 박사의 통일 문화 산책 ③ 통일은 도둑처럼 오는 게 아니다

입력 : 2015-02-10 13: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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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도둑처럼 오는 게 아니다



 





 



이명박 전대통령의 자서전이 화제다. 자서전에서 그는 재임기간 중 남북간 비밀접촉 얘기를자세히 서술했는데, 현재진행형 사안인 대북 교섭의 중요 인물들 실명과 협상과정에서의 요구사항까지 세세히 밝혔다.



이 전대통령은 재임기간 내내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중단시키고 대북 봉쇄, 압박, 제재 정책을 구사하였다. 저간에는 김정일이 죽으면 곧 망할 북한 정권을 지원을 통해 연장시켜선 안된다는 생각이 깔려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북한을 봉쇄해 고립시키면 곧 스스로 무너지므로 이를 흡수하면 된다는 판단 하에 “대한민국 통일은 도둑처럼 올 것”이라는 발언을 남기기도 했다. 이번에 출간된 자서전에서도 “북한이 2009년 이후 다섯 번이나 직간접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먼저 제안하였지만 ‘조건없는 만남’이라는 원칙을 지켰기에 실제 회담이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하면서, 이를 “내게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더 값진 일이었다”고 자랑하고 있다.



 



북한을 봉쇄해 고립시키면 북한은 무너진다?



이번 호에서는 북한을 고립시켜 봉쇄하고 제재하면 북한 정권은 무너지고 한반도는 저절로통일된다는 ‘북한 붕괴론’, ‘급변사태론’을 살펴보자. 북한 붕괴론은 이명박 뿐 아니라 보수파다수가 갖고 있는 생각이다. 북한 붕괴론은 1990년대 초반 북한이 경제난과 식량난으로 수많은 아사자를 배출하며 ‘고난의 행군’을 할 시기 언론을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다가 그 후 북한 정권이 건재하자 시들해졌다. 이것이 이명박 정부 출범을 계기로 다시 부활한 것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북한의 김씨 정권은 대남관계와 대미관계가 험악해질수록 입지를 강화시켰다. 북한은 처음 건국 때만 해도 김일성 중심의 만주파, 국내파, 연안파, 소련파 등의 연합정권이었지만, 6.25 전쟁과 전후 복구과정에서 남로당파와 연안파, 소련파를 숙청했고 그 뒤갑산파까지 제거하면서 김일성 단독 정권이 되었다. 1972년 한국이 북한 위협을 구실로 유신을 선포해 박정희 독재체제를 구축할 때, 북한은 남한과 미국 위협을 구실로 국가주석제를 신설하는 헌법개정을 함으로써 김일성 유일체제를 완성할 수 있었다. 



1990년대 초 소련이 와해되고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이 체제전환을 함으로써 국제적으로 고립돼 경제난에 시달릴 때도 김정일 정권이 구사한 생존전략은 미국과 남한에 대한 적개심 고취였다. 한반도에 긴장상태가 조성되고 남북이 적대적으로 대치할수록 북한 정권의 독재체제는 더욱 강화되었던 셈이다.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북한이 붕괴돼 무정부상태가 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가가 붕괴된다는 것은 김정은 정권의 실각이나 북한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바뀌는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인 것이다. 그리고 설령 북한이 붕괴된다고 해도 UN에 가입된 독립된 주권국가인 북한 지역이 곧바로 한국의 차지가 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승만 정부 이래 대한민국 정부만이 한반도 전역에서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주장하는 근거인 UN 결의안 195(Ⅲ)도 “대한민국이 UN 감시하에 유효한 선거를 치르게 된 지역에서만 유일한 합법정부”라고 되어 있어 국제법상 북한 영토에 대한 한국의 권리를 주장하기 어렵다. 더욱이 2009년 ‘작전계획5029’의 부록에 “한국 정부를 제외하고 미국이 중국과 협조하여 무너진 북한을 통치한다”는 내용을 한미연합사가 추가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어 군대의 작전통제권을 갖고 있지 못한 한국의 입장에서는 급변사태가 발생한다 해도 별 수단이 없다.



 



북녁 동포들의 여론이 관건이다  



그럼 어떡해야 될까?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이 동포애에 입각해 북한과의 교류, 협력을 성실하게 하는 길만이 해답이다. 아무 짓도 하지 않다가 북한이 망하면 그냥 삼키겠다는 망상을 버리는 게 우선이다. 1990년 독일이 주변국들의 반대와 견제 속에서도 통일될 수 있었던 것은 동독 주민들의 민심 때문이었다. 90년 3월 치러졌던 동독의 자유총선거 결과 즉각적인 서독으로의 흡수합병 여론이 대세였기에 신속하게 통일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국력 약세인 북한 주민들의 여론이 통일의 키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북녘 동포들의 마음을 얻는 데는 성실한 교류, 협력 외 다른 길이 없다.



 



정치학박사·인천대학교 중국학술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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