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장, 교감은 어디로 갔나? ‘교권 침해’라는 두루뭉술한 개념으로 포장하지 말아야
수정 : 2023-08-21 04:53:40
<사설>
교장, 교감은 어디로 갔나?
‘교권 침해’라는 두루뭉술한 개념으로 포장하지 말아야
서울 서이교 교사 자살사건으로 학교가 다시 국민의 눈 앞으로 클로즈업되었다. 이 사건은 교사들의 참았던 침묵을 깨는 계기가 되어 지금 매주 서울 도심에서 3만명이 넘는 교사집회가 열리고 있다.
‘공교육의 붕괴’라는 말을 10여년 전부터 심심찮게 들려온 터에다, 교육정책이 정시를 늘리니 마니 하는 수준의 담론으로 전락한 시대라 무심해졌는지도 모른다.
▲일러스트 정평한(출처 교육희망)
대학입시만이 교육정책인가?
그동안 실업고나 농업고 실습학생의 사망사건, 인문고 학생들의 학업비관 자살사건 등을 숱하게 겪어오면서도 정치는 제대로된 답을 내지 못했고, 교육계의 목소리도 대학입시 관련 외의 사안은 언론계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우리나라 교육은 오로지 ‘대학입시’에 맞춰져있다. 이것을 깨지 않은 한 고등에서 중등, 초교로까지 내려간 학습경쟁은 더 과격해질 것이다. 지금은 유치원생마저 의대진학 프로젝트에 들어간다고 줄을 선다고 한다. 점점 더 ‘금쪽같은 내새끼’에 목을 매는 부모들의 ‘학습사육’은 더더 과해질 것이다.
이 근원적인 교육바탕에 질문을 물어야만 교사 자살사건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으리라 본다.
교육현장의 책임자는 누구인가?
그러나, 문제의 근원을 찾자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대처를 늦출 수는 없다. 교사의 자살은 교육현장의 문제이다. 그 교육현장이 바로 학교이고, 교실이다. 교사가 일하는 공간인 학교의 총 책임자는 누구인가?
건설현장에서도 문제가 생기면 현장소장이 책임을 진다. 물론 건설사 대표의 책임도 물어야한다. 학교라는 현장의 현장소장은 누구인가? 바로 교장이다. 교사가 교육현장에서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면 이 사안의 첫 번째 관리자인 교장에게 물어야한다.
그러나, 지금 교육계도, 정치권도, 더구나 교사들조차도 학교 현장의 총책임자인 교장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교사가 교육활동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학교의 학습환경을 조성하고, 교사의 교육활동에 장애가 되는 요소를 행정적으로 처리하고, 교사의 의욕이 상실되지 않도록 학교 전반의 근로환경을 정비하는 일. 이것이 교장과 교감이 해야할 일이 아닌가?
이번 교사 자살 사건에 애통해하는 국민이 많지만, 이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도 많다. 이는 이 사건을 ‘교권 침해’라는 두루뭉술한 개념으로 포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권 침해는 누가하는가?
악성민원에 시달리던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집에서 자살을 했다. 이 경우는 민원이 발생하자 교장이 교사를 고발했고, 교사는 고민 끝에 자살을 한 것이다. 2021년 의정부의 한 학교에서는 교사가 학부모의 지나친 요구를 참다 못해 자살했음에도 불구하고 추락사로 처리했다. 똑같은 일이 다른 교사에게도 일어나 자살했는데 이도 추락사로 처리했다. 같은 학교였다. 이런 일 처리는 누가 하는가?
더구나 교사의 육아 출산 휴가로 빈 자리를 채우는 계약직 교사의 경우도 학부모의 민원이 나오자, 출근 하루만에 해직시켜버렸다. 이 일은 누가 했는가?
2017년에는 성추행 혐의를 받던 교사를 성추행으로 경찰에 신고한 것은 학교와 교육청이었다. 학생들이 가짜 진술이었다고 했음에도, 학교와 교육청은 그를 직위해제시켰다. 교사는 절망하여 자살했다. 이 일을 누가 했는가? 교육청과 교장은 관리자를 휘장 뒤로 숨어서 교육현장의 문제는 나몰라라하고, 학부모의 민원이나 학생 안전 사고가 생기면 교사를 앞장세우고 있다.
교장이 교사의 근로현장인 학교를 책임져야
외국의 드라마나 소설을 보면 학생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교장선생님 면담을 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교사에 대한 불만도 학교가 맡아야한다. 다시 말하자면 교장이 이 일에 책임을 져야한다. 교장이 민원을 받고, 학생 지도도 하고, 상담도 해야한다. 교장은 교사가 교육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교육현장을 관리 지도할 책임을 갖고 있다. 교장이 민원센터를 만들어 관리하고, 교사의 개인 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하고, 교사의 행정업무를 줄이도록 업무분장을 하고, 교사를 보호해야한다.
그런데...지금 교장과 교감은 어디로 갔는가?
‘교권 침해’라는 두루뭉술한 개념으로 학교 관리자, 교육청은 뒤로 숨지 말아야한다.
#16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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