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나눔이다> 조각가 최종운, 개념들을 통합한 이미지 작업으로 주목
수정 : 2023-07-31 09:24:31
예술은 나눔이다 - 조각가 최종운
개념들을 통합한 이미지 작업으로 주목
관람객들이 작품 완성의 중요한 축
▲Beyond the Space 2021
Found glass objects, flashlights, RPLiDAR sensor, arduino, computer, acrylic, shrinkable tube, stainless steel wire, sound mixer, speakers /Music: <Same time, different space >
Composed by Im in gun 음악:<같은 시간, 다른 공간> 임인건 작곡
최종운 작가는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했고 런던대학의 예술단과대학인 슬레이드 예술대학(The Slade School of Fine Art-UCL)에서 2년간 수학해 예술학 석사학위(MFA)를 취득했다. 예술가들은 개별적 체험 속에서 생각들이 숙성되어 작품들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다. 최종운 작가(48세)도 그렇다.
그의 고향인 나주에서 부모님은 오랫동안 포목점을 하셨다. 어릴 적부터 보아온 어머니의 꼼꼼한 바느질 솜씨에 감탄하며 성장했고 그래서 그런지 그의 작품은 일관되게 치밀하다. 우연성조차 그가 의도한 대로 만들어 가려고 무진 애를 쓰는 작가다. 중앙대 졸업 작품만 보아도 그렇다.
한국 전도 모양으로 붉은 목실이 들어간 거대한 파라핀 초판을 만들고 바닥에서 30cm정도 띄워 수평으로 작품을 설치했다. 작가는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어진 우리나라의 고유한 정기를 표현한 작품이라고 한다. 백두산부터 불을 붙여 한라산까지 이어진 촛불이 서서히 켜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은 정기를 시각화한 작업이었다. 시간이 지나면 불이 붙었던 실들은 꺼져 검은 실 흔적을 남기고 파라핀은 밑으로 떨어져 새로운 지형을 만들었다. 기발한 생각 아닌가?
▲ beyond the horizon-violet l 2008
765x575x40mm/ Bath foam, Acrylic & wood frame, Bearing
5년간 영국유학에서 배운 화두 “다르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
이후 그는 5년간 런던서 머물며 생각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갔다. 유학 기간 동안 그가 치열하게 배운 것은 ‘다름’이었다. 다르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라는 대명제를 창조의 고통 속에서 체득해 나갔다.
2008년 KIMI ART서 ‘고요한 긴장’이란 제목으로 첫 번째 귀국 전시가 열렸다. 그는 고요(Calm)와 긴장(Tention)을 합친 Calmtention이란 신조어를 만들어 그의 작품에 구현했다.
정삼각형의 안정된 틀이 바닥에서 아주 조금 떨어져 들려있다. 얼핏 보면 바닥에 고정되어 있듯 보이지만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다는 긴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또 ‘Beyond the Horizon’ 작품도 무척 흥미롭다. 아크릴과 철로 제작된 사각프레임 속에 담겨져 있는 푸른빛과 흰색의 액체가 만들어낸 수평선은 어느 순간 뚜렷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안개 낀 푸른 바다로 만들어 진다. 사각프레임을 돌리면(액자 뒤에 회전가능 장치) 처음엔 형상이 사라졌다가 일정시간이 지나면 내용물의 비중차이 때문에 다시 수평선으로 화면이 복구되는 작품이다.
‘A storm on the Blue’란 작품에선 관객이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작품 안에 숨겨져 있는 전동장치가 작동해 프레임속의 수평선들이 폭풍으로 변형되었다가 평온한 바다의 모습으로 환원되는 것을 경험케 한다.
▲ Metacosm #6
▲ Super rainbow l 2009 /1520x525x25mm /Liquid from super market, Acrylic pipe, Resin & stainless steel frame
물질 소비문명에 대한 환경론적 관심으로 태어난 ‘슈퍼 레인보우’
2009년에 발표한 ‘Super Rainbow’란 작품은 물질소비문명에 대한 그의 환경론적 관심이 드러나 있다. 작품명 같이 무지개가 엄청 크다는 뜻이 아니고 슈퍼마켓에서 추출해온 무지개란 의미다. 마켓에서 살 수 있는 워셔액, 섬유유연제, 음료수 같이 우리 현대인들이 일상생활에서 소비하는 공산품들을 좁은 아크릴 관에 넣어 무지개 빛깔을 띄는 형상으로 재현한 것이다.
Calmtention이란 주제는 2011년 그가 입주했던 홍은예술창작센터의 전시작품 ‘Vertical Sea’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실들을 수없이 연결해 바다 형상을 만들고 진동을 통해 수직선이 움직이게끔 고안한 작품이다. ‘바다는 수평’이란 기존개념을 깼다.
▲ This is Orchestra l 2018 Variable dimension Found Objets, Motors, Arduino, Coding, Mp3, Speakers, Infrared Sensor, Wifi network system
더욱 달라진 작업의 패러다임, 관객들에게 작품 완성의 기쁨을 준다.
그러나 2018년 김세중 미술관에서 그가 발표한 ‘This is Orchestra’란 작품은 이전의 제작방식에서 업그레이드된 작업을 보여준다.
의자와 실제악기의 부품을 결합한 현악기 군단, 선풍기와 동파이프 관을 연결한 관악기 섹션, 하프나 타악기를 상징하는 개개의 조각품들이 오케스트라의 일원으로 위치하고 각 악기 밑에 스피커를 설치했다. 소리는 지휘대에 설치된 센서에 의해 재현된다. 센서가 여러 개 있어 각 센서는 지휘자 팔의 움직임에 따라 소리를 제각기 만들어 낸다. 관람객들은 지휘대에 올라 직접 지휘를 하며 자기만의 연주를 창조하는 기쁨을 누린다. 얼마나 신선한 아이디어 인가? 이 작품으로 그는 제30회 김세중청년조각상과 제21회 신세계미술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이후 그는 2021년 수상기념초대전에서 새로운 작품 ‘Beyond the Space 2021’를 선보였다. 색깔 있는 작은 컵이나 병, 유리잔 등에 전구를 붙이고 전구에 센서를 부착해 공간에서 관람객들이 움직일 때마다 조명이 바뀌도록 고안했다. ‘같은시간, 다른공간’이란 제목의 음악을 임인건 작곡가에게 부탁해 음악과 영상이 한 공간에서 흐르게 했다. 이 설치 작품은 무한한 공간(Meta)과 우주(Cosmos)를 합성한 의미의 ‘Metacosm’을 구현하기 위한 작품 이었다.
▲ Vertical Sea l 2010 / 7200x2850x500mm/ Sound system, String curtains, Springs,
Stainless steel, Motor, Sensor
진지한 생각과 독창적 전개방식으로 이미지의 문법을 다시 쓴다.
그의 작품들은 매 단계마다 진화를 거듭해 왔다. 그는 늘 새로운 생각과 작업 전개방식을 가지고 진지한 성찰을 쉬지 않는다. 특출난 생각과 타고난 부지런함, 또 인내심까지 갖추고 있는 최종운작가. 그래서 그가 앞으로 내놓을 작품에 대해 더 큰 확장성이 기대된다.
그는 작업노트에 “고요한 긴장은 공존의 메시지를 의미한다”고 적었다. 조화로운 세상을 향한 그의 관심은 긍정의 힘이며 그 힘으로 세상과 소통하며 이미지의 문법을 새로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석종 기자
▲ 최종운 작가
이담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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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7793-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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