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동행, 파주 DMZ 평화-통일 기행”을 하다
수정 : 2023-05-22 03:35:55
“사제동행, 파주 DMZ 평화-통일 기행”을 하다
- 안산 관산중학교의 DMZ 기행
본교에서는 지난 5.13(토) 학생 30명, 교직원 12명, 총 42명이 파주 임진강이 흐르는 DMZ로 사제동행, 평화-통일을 염원하는 기행에 나섰다. 이는 다문화국제혁신부에서 사회성 회복 프로그램으로 신청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전교생과 교직원을 대상으로 선착순으로 기행에 참가하는 대상자를 공개 모집하였다. 정근호 교장선생님이 참가하시고 중국어, 러시아어의 통-번역을 위한 강사님, 행정실 권미주 계장님과 윤소현 주무관이 함께 참여하였다. 약속시간 8:40분이 되자 버스는 출발하였다. 연락이 닿지 않는 한 명이 있었으나 기다리지 않는 게 우리 원칙이다.
아침에는 비교적 차가 막히지 않아서 10시가 되자 파주 임진각 매표소에 도착했다. <임진강 기행>을 쓴 이재석 작가님이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미리 명단과 주민번호, 연락처 등을 모두 신고했으나, 현장에서 다시 엄격한 과정을 거쳐 매표를 한 뒤에 우리는 버스에 다시 올랐다. 파주 지역교육공동체, 평화-통일 교육 등 ‘임진강 시인’으로 불리는 전종호 교장샘도 잠깐 오셔서 파주를 찾은 관산중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맞이해 주셨다.
먼저 우리는 군인 초소를 지나 민통선 안에 있는 덕진산성으로 갔다. 한반도에서 삼국시대가 전개된 1500여 년 전, 고구려 유적으로 발굴한 산성이다. 남과 북이 분단되면서 고구려 유적이 거의 북측에 속하게 되었는데, 덕진 산성을 발견하여 고구려의 남측 한계 삼국시대 고구려의 유적지 ‘덕진산성’에서 임진강을 내려다보며 남측 한계선을 볼 수 있었다.
▲‘덕진산성’에서 기념촬영
▲이재석 해마루촌 주민이자 임진강생태평화학교 교장샘으로부터 설명을 듣는 모습
민간인 통제구역(이하 민통선) 안에는 3개의 마을이 있다. DMZ 안에 있는 대성리, 150여 가구의 통일촌, 60여 가구가 마을을 형성한 해마루촌이 있다. 해설을 맡은 이재석 작가는 부모님이 고향에 돌아오기를 희망하여 임진강 생태평화학교를 운영하며 이곳 해마루촌의 주민으로 살고 있다. 마을은 전형적인 전원주택으로 울도 담도 없이 꽃과 나무로 마당을 만들고 평화롭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다만 마을을 들고 날 때, 반드시 군인 초소에서 마을 주민증을 확인하고 17시 이전에 들어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해마루촌 부녀회에서 준비한 점심은 한식 뷔페처럼 맛있는 음식으로 가득하였다. 선생님들도 학생들도 수북하게 음식을 가져와서 맛있게 먹었다. 떡볶이도 맛있고 고기도 맛있다고 야단이었다. 각종 상추, 배추, 고추 등 신선한 야채는 입맛을 더 돋우었다. 점심을 먹은 후에 우리는 해마루촌 생태체험장에서 이곳에서 자생하는 소나무, 단풍나무, 쥐똥나무, 생강나무, 물박달나무, 으름나무, 서어나무, 찔레 묘목을 심는 체험을 했다. 너무 작고 여렸지만 뿌리를 내리고 애기 나무의 모양을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DMZ 안에서 자생하는 묘목을 심는 생태 체험은 남다른 감회를 일으켰다.
이어서 다시 버스를 타고 임진각 매표소를 가서 표를 사야만 했다. 학생 한 명을 잘못 세어서 빼야 했기 때문이다. 사람 수, 이름, 신분증, 연락처 등을 아주 엄격하게 하기 때문에 임진각 매표소를 두 번 들리고 마침내 통일대교에 이르렀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하였다. 학교에서 단체로 교사들이 인솔하여 온 버스에 외국 국적의 학생들이 17명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군부대에서 통행을 제재하였기 때문이다. 임진각 매표소에서는 묻지도 않던 국적이 문제가 되어 30분이 넘도록 실랑이를 벌이게 되었다. 화가 났지만 군사분계선 안으로 민간인을 들여보내는 일이라 군인들은 본인 임무에 충실하여 막무가내였다. 버스에서 기다리던 학생들 입에서 “외국인이라고 차별하는 것이다”라는 볼멘소리가 저절
로 나왔다. 오늘 일어난 이 일이 바로 남북 분단 현실을 잘 설명하는 장면이다. 특히 남북 관계가 어려워지고 꼬일수록 적대적 관계를 드러낸다. 따라서 정국이 경색되면 될수록 엄격한 기준으로 통행을 제한한다. 우리 학생들이 국적은 각각이라 할지라도 관산중학교 학생으로서 선생님들이 인솔해 와도 통하지 않았다.
▲임진강 주변에서 자생하는 묘목을 심느라 열중하는 모습
▲ 생태평화학교 체험장에서 설명을 듣는 모습
▲생태체험장에서 선보인 다양한 어린 나무들
▲길을 따라 걷되, 함부로 다른 길로 접어들면 아직 남아있는 지뢰의 위험이 있는 곳
우여곡절을 거쳐 마침내 우리는 통일대교를 건너 도라산 전망대에 이르렀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은 망원경을 통해 북한 기정리 마을 높이 휘날리는 인공기를 보며 남북의 현실을 절감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가깝지만 가장 먼 나라, 지구상의 그 어느 나라도 갈 수 있지만, 마음대로 갈 수 없는 나라인 북한 땅을 바라보며 만감이 교차하였다.
“만약 북한이 스스로 붕괴한다면 우리나라와 통일이 되거나 우리나라에 통합될까요?” 라는 질문에 잠시 우리는 침묵하였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지만 통일을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북-미 조약, 북-중 조약은 있지만, 남-북 조약은 없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북한이 여러 가지 악재가 겹쳐서 붕괴될 경우에 중국, 미국 등이 국제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확률이 높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으로 남한은 위상을 가지지 못할 수도 있다. 독일 통일을 위해서 서독은 동독에 대하여 30년이 넘도록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경제 교류와 지원은 문화, 정치에 영향을 주며 마침내 통일에 이를 수 있다. 이토록 가깝지만 여전히 갈 수 없는 땅으로 북한 지역이 고착된다면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는 사실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
임진각 매표소와 통일대교 등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시간 손실이 있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DMZ 지역과 굽이굽이 흐르는 임진강과 임진강으로 흘러드는 샛강들, 멀리 대성리와 기정리에서 더 높이 매달고자 하는 태극기와 인공기가 휘날리고, 통일대교를 지나 10여 년 활발하게 오가던 개성공단을 향한 도로가 길게 이어져 있다. 지금은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도 여러 해가 지났다. 개성공단 입구에는 남북연락사무소 건물이 높게 올라가 있다.
▲도라산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북측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모습
▲도라산 통일전망대에서 기념사진을 찍으며
개성공단에서 일하던 북측의 53,000여 노동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또 개성공단에서 기업을 하던 수많은 기업인들과 관계자들은 다시 문이 열리기를 소망할 것이다.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북한을 방문할 수 있다. 물론 남한에서 북한으로 바로 갈 수 없고 제3국을 거쳐서 갈 수 있다. 한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갈 수 없는 나라가 바로 북한이다.”라는 현실을 다시 일깨운다. 일제 식민지, 혹독하고 힘든 수난의 시기에도 목숨 걸고 독립운동을 하였던 민족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해방 이후 미소 진영으로 나뉘어 세계적 이념 갈등 상황에서 남북으로 분단되고 전쟁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 1953.7.27.일, 북-미 정전협정으로 전쟁은 끝났지만 여전히 평화-통일은 멀리 있다. 우리는 그 역사적인 현장을 다녀왔다.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쓴 파주 DMZ 기행 소감문을 여기 실어서 생생한 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교사 엄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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