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송문학회 애룡호수에서 시화전 열어
수정 : 2023-05-03 07:39:13
애룡 관광지를 시 문학의 산실로 만들고 싶다
- 원송문학회 애룡호수에서 시화전 열어
법원리 애룡호수 입구에 접어들면 왼편으로 거치대가 줄지어 있고 거치대 안에 시인들의 詩가 이미지와 어울려 소담스럽게 걸려있다. 원송문학회(회장 김군자)회원들의 작품들이다. 애룡저수지 둘레길에 11명시인의 시 40점이 전시되어 있는데 얼핏 들여다보아도 시가 참 쉽고 편하다. 파주 지역에 거주하는 시인들이 모여 원송문학회(園松文學會)를 만든 건 작년 4월. 원송 안기풍 씨가 광탄면으로 이사와 기산리에 소재했던 수녀원을 인수해 거처로 삼으면서 원송문학회가 태동했다. 안 시인은 타고난 사교성과 낭만성으로 주변 사람들을 시인으로 등극(?)시키면서 수녀원의 아름다운 솔의 정원에서 시 모임을 가지기 시작했다. 처음엔 한사코 내가 무슨 시를 쓰겠느냐는 주저하던 사람들도 안 시인의 설득으로 시를 써보면서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현재 원송문학회는 순항 중이다.
발족 10개월 만에 동인지 발간, 시 낭송회 출판기념회 등 활발하다
일단 문학회가 발족한 지 10개월 만에 동인지가 발간되었고 발간에 맞추어 지난 3월 솔의 정원(안기풍 씨 정원)에서 제1회 원송 시화전을 가졌다. 원 송시 화전에서는 작품전시와 더불어 시 낭송회, 출판기념회도 열렸다.
이어 원송문학회는 4월에 애룡저수지 일대에 반영구적 시화 거리를 조성했다. 이 정도면 질풍노도 같은 에너지로 문학의 향기를 파주 곳곳에 흩뿌리고 있는 듯 보인다. 시인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사업가, 교사, 농부, 전직 공수부대원, 박물관장, 서점주인 등 다양하다. 또한 평균 나이가 60대 중반이다. 인생의 경험도 풍부하고 경력도 다양한 만큼 그들의 시에서 느껴지는 생각의 프리즘은 다채롭다.
▲ 좌로부터 최성범,안기풍,김명희,권혁국 시인
쉬운 글로 생활 이야기를 詩로 풀어낸다. 일상이 詩다
원송문학회의 터를 마련했던 안기풍 시인은 그와 다른 시인들의 작품에 대해
“우린 일상의 이야기를 시로 풀어낸다. 일상이 곧 시다”라고 말한다. 이들의 시는 쉽다. 우리가 흔히 연상하고 있는 현란한 수식어나 형용사가 없다. 대신 쉽고 편하다. 그러나 가끔 함축된 평범한 시구 하나에서 깊은 울림이 나온다. 홍송 김명희 시인의 시샘달이란 시를 보자.
항아리 깨진다는 시샘달 정월 그믐/
오늘이 우수라고 호들갑 떨다 보니/
문 앞에 봄이 왔다네/
짧아지는 치맛단” (시샘달 전문).
이 시의 축이 되는 우수는 24절기의 하나로 정월에 속하는 절기지만 눈이 비가 되어 내리고 얼음이 녹아서 물이 된다는 뜻으로 겨울이 지나 봄이 오는 기운이 이미 우리 곁에 와 있음을 나타낸다. 마지막 줄의 짧아지는 치맛단이란 표현이 얼마나 센스있는 터치인가? 봄이 오는 걸 시샘한다는 시샘달이란 표현도 멋진 표현이다.
막내 격인 김미선 시인의 ‘어느 엄마의 푸념’이란 시를 보자. 읽고 나니 너무 재미있었고 공감이 갔다.
뼈 빠지게 아들 키워 놨더니/
자기가 잘나 잘 된 줄 알고//
공들여 아들 키워 놨더니/
대학 가서 주(酒)만 사랑하고//
멋지게 아들 키워 놨더니/
엄마보다 다른 여자 좋다 하고//
효도하라고 키워 놨더니/
품에서 떠날 생각만 하네//
뭐가 돼도 될 잘난 놈아/
군대 간 거 진심 쌤통이다.(어느 엄마의 푸념, 전문)
아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섭섭함과 사랑이 넘쳐나는 글이다. ‘군대 간 걸 진심 쌤통’이라는 표현 속에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이렇듯 시인들의 쉬운 시 구절 속에는 일상의 소소한 감정이 드라마 한 편같이 펼쳐진다.
원송문학회 시인들은 이렇듯 늘 자연과 일상, 가족들과의 관계에서 시상을 떠올리며 소박하게 표현하고 사랑으로 서로를 챙기는 또 다른 가족들이다.
▲ 기산리의 솔의정원
“누구든 시를 쓸 수 있다”
김군자 회장은 “자신이 느끼는 걸 진솔하게 표현하면 그게 시가 된다. 누구든 시를 쓸 수 있다”라고 말한다. 안기풍 시인은 “1달에 1번씩 모여 본인 시를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누구든 환영한다”라고 말했다. 원송문학회는 현재 관광개발지로 지정된 애룡호수 관광지를 문학의 향기가 넘치는 시문학의 산실로 만들고 싶어 한다.
원송문학회는 그 첫 번째 사업으로 파주시에 ‘누구나 시(詩) 거치대’설치를 건의해 누구든 자신의 시를 전시할 수 있는 거리를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원송문학회 회장 김군자, 이사/감사 권혁국, 사무총장 안기풍
가입문의; 010 4842 8333, 010 5347 6985
김석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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