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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나눔이다 - 아름다운 그림책 화가 ‘장호’의 1주기를 추모하며…

입력 : 2015-06-10 12: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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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림책 화가 ‘장호’의 1주기를 추모하며…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달은 어디에 떠 있나』 38×24cm 종이에 아크릴릭 (2007 웅진주니어 책 표지)



 





▲『귀신고래』 25×29cm 종이에 연필, 아크릴릭 (2008 내인생의 책 표지)



 



내가 장호에 대해 말하자면 그냥 먼 옛날부터 자연스레 알고 지내던 사이로만 느껴진다. 그 만큼 오래 되었다는 뜻인데 굳이 그때를 떠올려 보자면 1990년경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민족미술인협회(이하 민미협)는 창립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자체동력이 매우 역동적이었다. 주로 당시에 있었던 민미협의 전용 갤러리 ‘그림마당 민’에서 자주 볼 수 있었다. 그때 민미협은 여러 장르별 분과의 형태를 띠고 활동을 했었다. 그 외 노동자미술위원회(이하 노미위)가 있었는데 이 중 장호는 노미위에서 현장미술활동을 주로 하였다. 이후 시간이 흘러 민미협의 작가들은 각자 전문영역으로 나아가기 시작했으며 이 가운데 장호는 출판미술로 천착이 되었다. 오늘날 출판미술계에서 일가를 이룬 작가들 중에 특이하게도 민미협 출신 작가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 또한 결코 우연이라고만 볼 수 없는 측면이 있어 주목된다.




 





▲『소록도큰할매작은할매』 (웅진주니어 2008)



 



장호의 출판미술 여정은 2006년부터 시작되었다. 초기에는 여러 표현 가능성을 타진하는 모색의 단계에서 출발했으나 기존 회화의 표현범주를 넘어 탄탄한 드로잉을 바탕으로 하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톤의 사실적 기법을 구현하면서 마침내 정착의 단계에 이른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지극히 서민적이면서 평범한 가운데 자기 반영적 모습이다. 대상에 대한 깊은 애정이 배어 있는 등장인물들은 마치 동네 우물가에서 물을 긷던 복순이나 개울에서 미꾸라지를 잡던 동무들의 얼굴처럼 친숙하고도 사랑스럽다. 이는 무엇보다도 작가의 탁월한 텍스트 소화력에 따른 일체화 과정에서 비롯된다.



 





▲『늑대할배』 (고인돌 2012년)



 



또한 안정적 구도와 역동적인 화면의 구성은 애초 그가 갖고 있는 회화적 역량이 뒷받침 되어 있었기에 가능한 것들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지난 2009년 '달은 어디에 떠 있나?'로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2010년에는 ‘강아지’로 한국 아동도서전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하게 되면서 작가적 입지는 확고해졌다. 그리고 2012년, 2013년에는 한겨레신문 연재소설 ‘소금’(박범신 작)의 삽화를 그렸으며 2013년 삶터 환경의 중요성을 담아낸 ‘갯벌을 살려 주세요(김웅서 글, 웅진주니어)’는 그의 마지막 작품이 되었다.



 





▲『호찌민 이야기』 11×15cm 종이에 아크릴릭 (2008 웅진주니어)



 



그는 평소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것은 곧 어린이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그림이야말로 사람이 사람답게 대접받는 미래 세상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장호의 그림은 매우 사실적이면서도 아득한 꿈에 대한 향수와 서정을 품고 있어 따스한 정감이 넘쳐나는 그림들로 귀결된다. 이것은 책을 보는 독자들에게 그림이 글과 함께 감정이입의 효과로 나타나는 구조를 이루게 된다. 이러했던 그가 이 땅에 머물다 간 시간이 고작 52년이었다는 것은 많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어쩌면 이제 막 시작하여 제대로 된 그림들을 마음껏 펼쳐보려 했는데 떠나야만 한다는 사실은 그에게 몸이 아프다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이었을 것이다. 또한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두고 가야 하는 현실, 그래서 그가 병상에서 노트에 볼펜으로 그려댔던 주변 인물들의 얼굴 드로잉들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픈 마음을 드러낸 작품들은 생애 마지막까지 화가이고자 하는 처절한 전투행위였다.



 





▲『독서』 60.6×72.7cm 장지에 먹, 호분, 아크릴릭 (2002 전북도립미술관 소장)



 



장호가 떠난 지 일 년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그를 떠올려 본다. 착한 화가 장호, 막걸리에 흠뻑 취해 ‘쑥대머리’를 즐겨 부르며 잘 웃어댔던 장호, 그림을 참 잘도 그렸던 장호가 지금 그립다. 하지만 떠났어도 떠나지 않은 장호는 지금 우리 곁에 아름다운 화가의 모습으로 남아 있다. 그리고 그가 남긴 사회적 숙제를 우리 남은 자들이 떠안게 된 것이다.



 



 



글 김종도 화가



 






장호(1962~2014)





2006 광야의 별 이육사(김명수 글, 창비)



2007 달은 어디에 떠 있나(정창훈 글, 웅진주니어), 큰애기 복순이(김하늘 글, 문학동네), 어린 엄마(조은주 글, 낮은산), 명혜(김소연 글, 창비), 신채호(조정래 글, 문학동네)



2008 귀신고래(김일광 글, 내인생의책), 행복한 이티 할아버지(박선욱 글, 아이세움), 나비잠(신혜은 글, 사계절)



2009 강아지(현덕 글, 길벗어린이), 소록도 큰할매 작은할매(강무홍 글, 웅진주니어),



2010 꼬순이와 두칠이(이철환 글, 아이세움), 아! 여우다(김일광 글, 고인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자장면(이철환 글, 주니어랜덤)



2011 열두 살, 이루다(김율희 글, 해와나무), 안녕 병아리(한해숙 글, 한림출판사)



2012 서로 도우며 살아요(채인선 글, 한울림어린이), 늑대할배 산밭 참외서리(이호철 글, 고인돌), 해님맞이(이상희 글, 웅진주니어)



2013 갯벌을 살려 주세요(김웅서 글,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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