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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의 공유, 삶의 교류', 지혜공유협동조합

입력 : 2015-08-12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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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가지 이상의 ‘지혜’는 있다



'앎의 공유, 삶의 교류', 지혜공유협동조합



 



도대체 카톡이 뭐야?



딸에게 스마트 폰을 선물 받은 65세의 김 씨는 스마트 폰을 잘 쓰고 싶다. 카톡으로 손자들의 동영상과 사진을 주고받고 등산모임에 나오지 못한 친구에게 이모티콘을 이용해 인사도 전하고 싶다. 하지만 그림의 떡일 뿐이다. 핸드폰을 파는 곳은 많아도 정작 친절하게 스마트 폰을 사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곳은 없다. 50만원이 넘는다는 스마트폰을 김씨는 결국 예전처럼 전화를 주고받는 용도로만 썼다.



 



이런 김 씨가 답답해 보였던 아들이 ‘스마트폰 100% 활용법’이란 강좌를 연 곳으로 김 씨를 데려갔다. 강좌를 듣고 나오면서 김씨는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손안에서 신세계가 열린 기분이었다.



 





▲내 이야기를 써보자-생활 글쓰기 소모임.



 



누구나 지닌 한 가지 이상의 지혜



이런 김 씨 같은 분들을 위해 ‘스마트폰 100% 활용법’이란 강좌를 기획한 지혜공유협동조합은 고양시에 있다. 이제 만 2년이 됐는데 그동안 생활밀착형 강좌에서 골치 아픈 영어원서 읽기까지 오만가지 강좌들이 열린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남에게 도움이 될 만한 1개 이상의 경험, 기술, 능력과 지식이 있어요. 왜 꼭 전문가만 강의를 하나요? 지혜공유협동조합은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지혜와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발굴하고 연결하는 일들을 해요.” 지혜공유협동조합 유정길 이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들어보니 굉장히 멋진 아이디어다.



 



평범한 사람들이 선생과 학생 되어



강사들이 잘나가는 전문가는 아니지만 다들 나름 강의하는 분야에 조예가 깊고 할 이야기가 많다. 이렇듯 평범한 사람들이 선생과 학생이 되어 모여 가르치고 배우다 보면 모르던 남남에서 이웃이 되기란 시간문제다. 누구나 자기의 지혜, 재능, 경험을 가르칠 수 있고 누구나 배울 수 있다면 그 마을은 어떻게 될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 아파트에 십년 이상 살지 않아요. 구태여 이웃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할 이유를 알지 못해요. 여차하면 이사를 떠나면 되니 지역사회에 정치, 환경 문제가 있어도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이죠. 그런데 얼굴과 얼굴을 마주보고 삶과 경험과 지혜를 나누게 될 때 서로 이웃이 될 것이고, 지역을 지키려 애를 쓰게 될 것이고 지역에서 살 만한 공동체를 만들려 애쓰게 되지 않을까요?”



 



처음에는 백화점 문화센터와 무슨 차별성이 있을까 했는데 사실 지혜공유협동조합은 학습을 매개로 사람들이 소통하는 지역의 거대한 학습 공동체, 대화 공동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인문학 독서 모임 소피모임. 가운데 서 있는 분이 유정길 이사장이다.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앎의 공유



지혜공유협동조합의 유정길이사장은 25년이 넘게 불교환경운동가로 일해 왔다. 집도, 재산도, 자식도 없이 수행처럼 생태운동을 지속해 온 운동가로 유명하다. 정토회, 한살림, 전국귀농운동본부 등 관여하지 않는 일이 없었다.



 



“협동조합에 대해서는 스페인의 몬드라곤을 읽으면서 90년대부터 관심을 갖고 있었어요. 자본주의가 가진 비인간성과 사회주의가 지닌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는 경제모델로 가장 적합한 것이 협동조합이라고 보고 있어요.”



 



돈에 매이지 않고 사람들과의 관계에 의존해 경제적 협력과 상호부조를 하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지역사회에 기반 해야 한다. 지역의 풀뿌리 자체공동체 모델은 많다. 시민단체 활동, 로컬푸드, 지역화폐 등 그중에서도 그는 사람들이 얼굴을 마주보고 가르치고 배우는 관계를 이상적인 만남으로 보았다. 그래서 뜻이 맞는 이들과 20여 차례에 걸친 토론과 공부모임을 통해 지혜공유협동조합을 세웠다.



 



“생협에서 마을 연극단을 만들어 나를 표현해 보고, 서점에서 영어 원서를 같이 읽고, 카페에서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는 법을 배워요. 조선시대 규방공예를 배우고, 치과의사에게 직접 치아 관리하는 법도 배우죠. 열 곳이 넘는 공간에서 매달 20~30개의 강좌들이 열려요.”



 



그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안으로 생태적 삶을 지향하는 풀뿌리 지역 공동체와 그 속에서 협동조합과 지역통화 화폐를 대안경제로 생각하고 있다.



 



관계에 의지하는 학습공동체



돈에 의존하는 세상이 아니라 관계에 의지하는 삶.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과 학생이 되어주는 관계를 삶에 중심에 놓을 때 현실이 좀 덜 불안하고 조금은 더 행복해지려나.



 



평생을 소유가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에 의지해 공유의 정신으로 살아온 유정길 이사장은 무엇보다 일상이 조금은 재미있어 질것이라 했다.



 



기꺼이 그날 일당을 내고 협동조합원으로 가입했다. 생각해보니 내 주변에 재능이 아까운 사람이 많다. 옆집 아줌마는 우크렐레를 잘 치고 바느질 솜씨가 기가 막힌 이도 여럿이다. 혼자만 알기는 아까운 재능, 경험을 쥐고만 있지 말고 가서 나누라고 권해야겠다.



 



모든 공간이 강의실, 누구나 강사



조합 가입비는 3만원. 가입 즉시 조합원은 강사와 수강생이 될 수 있다. 세상의 모든 주제가 강의가 되고, 5명 이상이 모이면 강의를 진행한다. 대규모의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옹기종기 ‘커뮤니티 학습’을 지향하니 학교, 카페, 빈 회의실, 공원, 교회, 사람이 모이는 모든 공간이 강의실이 될 수 있다.



 



수강료는, 강사가 자율적으로 정하되, 아무리 비싸도 1회당 수강료가 조합원 출자금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강사료는, 강의 수강료 총액의 70%로 하고, 30%는 지혜공유협동조합의 운영기금으로 쓰인다.



 



특정한 주제를 이야기 하고 싶은 분계층과 나이와 직업에 상관없이 함께 토론하고 공감하고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에 만담카페도 함께 운영한다. 자세한 내용은 네이버 카페 검색에서 ‘지혜공유협동조합(http://cafe.naver.com/learningcoop)’을 찾아보시길.



 



 



글 정연희 「파주에서」 협동조합 전문 취재기자



사진 지혜공유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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