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제호가 탄생하기 까지

입력 : 2014-11-12 21:19:00
수정 : 0000-00-00 00:00:00



 



길엔 새들이 날고, 솟대가 우뚝 솟고,

손 들어 인사하는 사람과 새 신문을 펴서 읽는 사람이 있었다



 



축하 인사와 더불어 그간의 일들을 회고하며, 손글씨로 쓴 「파주에서」의 제호에 대해 몇 자 적어본다. 고민이 참 많았다. 한 신문의 제호, 시민이 만드는 언론협동조합. 중책을 맡았다는 생각에 덜컥 했다. 처음엔 신문 제호로 손글씨를 추천하지 않았다. 손글씨의 서정성과 신문의 객관성.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결국 손글씨로 다시 작업하게 된 건 조합원들의 수많은 바람과 마음들을 하나의 제호 안에 담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손글씨를 처음 쓸 때의 깨달음. 손글씨는 구상화와 참 많이 닮아있다는 것. 예컨대 어머니의 얼굴을 그린다고 하자. 어머니의 얼굴이 가진 형태와 어머니의 삶에서 느껴지는 의미, 이 두 가지를 잘 담아내면, 좋은 구상화가 된다. 손글씨도 마찬가지. 「파주에서」라는 제호가 가진 글자 자체의 형태미와 그 문구에 담긴 수많은 의미들.「파주에서」의 글자는 풀어내기 쉽지 않은 형태였다. 받침이 없어서 힘을 배분하기 어려웠고, 형태에 변화를 꾀하다 보면 가독성이 떨어졌다. 조합원들에게 물었다. 「파주에서」가 어떤 느낌을 담으면 좋겠어요?”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옮겨본다. 「파주에서」라는 문구의 서정을 표현했으면...여타 신문들과의 차별성을 나타냈으면...시민이 만든 신문, 언론협동조합의 느낌이 살았으면...새 신문, 새 바람의 신선함을 담았으면...즐겁고 경쾌한 느낌이었으면...파주의 이미지가 떠올랐으면...



뷔페처럼 다양하고 푸짐한 의미들. 나의 그릇은 이렇게 작은데... 길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하나 뿐. 여러 번, 다양하게, 반복해서 쓰는 것. 작업한 종이가 작업실 바닥을 열 번을 덮고도 남을 만큼.그렇게 한 달이란 시간이 걸렸다. ...쓰고 또 쓰다 보니, 바람이 불어오고, 안개가 걷히며 서서히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길엔 새들이 날았고, 솟대가 우뚝 솟아 있었고,일손을 멈추고 손을 들어 인사하는 사람과금방 나온 새 신문을 펴서 읽는 사람이 있었다.



「파주에서」의 제호는 그렇게 쓰여졌다.희망과 바람, 일상과 반가움, 시민과 신문...보이는대로, 느끼는대로 쓰다가 도착한 이 곳. 「파주에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마침내 제호가 쓰여진 것처럼 쉼 없이 뚜벅뚜벅 걷다 보면, 우리가 나아갈 길이 점점 더 뚜렷하게 보이지 않을까? 믿고, 걷자. 계속 희망하자. 이제, 이 곳 「파주에서」



「파주에서」에 혼을 불어넣은 박 찬 우 작가



박찬우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