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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정연진의 ok 통일 이야기 ④ 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사는 한국인

입력 : 2016-10-18 14: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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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칠줄 모르는 열정으로 사는 한국인

 

한류가 뜨기 시작하면서 한국의 급부상은 중국의 신세대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나 보다. 중국의 신세대 지식인 리홍지에는 『중국인이 한국인보다 무엇이 부족한가』(2005)라는 책에서 한국인의 장점을 분석하면서, 중국인이 한국인을 못 쫓아가는 이유를 조목조목 열거한다. 유별난 환경사랑, 자연사랑도 주목거리다. 한국인은 “전 국토를 마치 제 집 안마당같이 반짝 반짝 갈고 쓸고 닦는다”면서.

 

무엇보다도 저자에게 이해불가능한 것은 다름 아닌 축구라는 공싸움이다. 중국 국가대표 선수단은 한국에 항상 패배해 왔단다(책 쓴 시점까지는 그랬나보다). 일본과의 출정경기를 앞두고 있는 국가대표 선수단에게 한국 대통령이 당부하는 말이 이랬단다. “일본한테 진다면 아예 현해탄 건너올 생각을 마라.”

 

한국인이라면 별스러울 것도 없는 이 대목이 한국인과 중국인을 명확하게 구별하는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한국인은 축구경기조차 절대절명의 중대한 일로 여기는데 비해 중국인들에게는, 도무지 사람 머리보다도 작은 축구공따위에 목숨을 거는 행위는 무척 어리석은 일”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정말이지 한국인들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여기는 그 무엇을 위해서는 목숨까지 내놓을 기세로 달려든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죽기 아니면 살기 아니겠나. 과거 수많은 학생운동가들도 ‘무릎 끓고 살기보다는 서서 죽기를’ 택했었다. 불의와 타협하기를 싫어하는,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초개같이 목숨을 던지는 한국인들. 한국인을 움직이는 힘의 원천은 바로 열정이다.

 

▲붉은 악마의 2006년 월드컵 응원 장면

은근과 끈기를 잃어버린 극단의 사회

반면 우리가 잃어버린 면도 있다. 어릴 때 교과서에서 한국인의 특징을 ‘은근과 끈기’라고 배웠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경제개발을 가열차게 서두르면서 한국인은 참으로 발빠르고 숨가쁘게 움직였다. 수 천 년간 조상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해왔던 은근과 끈기, 과묵함의 지혜를 거의 소진시키고 말았나보다.

 

대한민국의 24시. 어디가나 ‘빨리 빨리’를 외친다. 기다릴 줄을 모른다. 한강의 기적이 낳은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이 조급증은 불행히도 근시안 증세를 동반한다. 무슨 일이든 당장 가시적인 효과가 나야 한다. 목표로만 돌진하면서 막상 정말 무엇이 중요한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달을 보자고 하면, 왜 달을 보자했는지 헤아려보려 하지 않고,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만 본다. 손가락이 길다, 짧다, 잘생겼다, 못생겼다 소리높여 타박한다. ‘빨리 빨리’ 정신은 입신출세를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집단이기주의와 결합되면서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이 정당화되는 폐단이 생겼다.

 

지식은 넘쳐나는데 지혜는 없고, 자만은 넘쳐나는데 자존감은 부족하다. 그동안 숨가쁘게만 달려왔으나, 한국인들은 이제 그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숨을 돌려야한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과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률. 이것이 그토록 숨가쁘게 달려와 도달한 종착점이란 말인가.

 

이제……. 제발 숨 좀 고르자. 이제는 한국의 미래에 대해 공통의 비전을 가지고 장기적인 목표를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진중함과 슬기로움이 사회 곳곳에 필요하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하지 말고서.

 

전사 기질과 선비 기질을 융합시켜야

한국의 역사를 통해 면면히 내려온 한국인의 주요한 기질을 생각할 때 크게 두 가지 성질로 요약될 수 있다. 투사로서의 전사 기질과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는 선비 기질이다. (함영준, 『나는 코리아로 벅차 오른다』, 2005)

 

전사 기질은 한국인의 승부근성, 도전정신, 활력, 신바람 등으로 나타난다. 선비 기질은 학문을 중요시하고 원칙과 명분을 중시하는 학자정신, 교육열에 나타난다. 전사 기질이 긍정적으로 나타났을 때는 신바람과 활력, 일사불란한 단결력으로 산업전사, IT전사들이 활약해 세계가 주목하는 성과를 낳았고 반면 부정적으로 나타나면 독재와 목표지상주의, 한탕주의 현상이 나타났다.

 

우리 역사를 볼 때 이 두 가지 기질이 동시에 존재하면, 융성기를 맞이했다. 국제화된 세련된 귀족문화를 가진 통일신라 초기는 역동적인 해양진출이 잘 어우러진 시기였다. 훈민정음 창제로 학문과 과학기술을 발전시킨 세종 때, 왜구를 토벌하고 국토를 압록강 두만강 유역으로 넓혀 전사기질도 잘 발휘되었다.

 

지구촌의 경제, 정치,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이 시기에 대한민국은 미래의 방향설정을 논의해도 턱없니 부족할 판에, 아직도 청산하지 못한 친일 문제로 연일 몸살을 앓고 있다. 해방후 친일문제를 정리하지 못한 업보가 대물림 되어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갈등과 고통을 주고 있는 셈이다.

 

장쾌한 반전 드라마를 세계는 기다린다

한국인은 직시해야 한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이 기질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국인의 열정과 끈기, 뚝심과 개척자 정신,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홍익 사상을 필요로 하는 곳은 셀 수 없이 많다. 특히 지금과 같이 여러 위기로 신음하고 있는 지구촌에서는 말이다.

 

한류가 세계 곳곳에 용솟음치고 있는 현재, 세계는 한국인의 말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한국인은 막상 세계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아직 모른다. 남쪽 나라 북쪽 나라로 나뉘어진 분단 조국의 현실에서는 담대한 비전도 어떠한 희망의 메시지도 지구촌에 던질 수 없다.

 

통일 꼬레아를 이루는 일은 우리 시대 절대절명의 소명이자 장쾌한 반전드라마가 될 수 있다. 덩치 큰 주변 나라에 여기 저기 얻어터지기만 했던 우리 조상들과는 달리 남과 북이 온전하게 하나가 된다면, 위기로 신음하는 지구촌에 화합과 상생이라는 희망을 던질 수 있다. 한국인의 기질과 문화 에는 충분히 그러한 잠재력이 있다.

 

세계는 그러한 장쾌한 반전드라마가 연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사람 머리 보다도 작은 축구공’에 목숨거는 코리언의 끼와 깡으로 다시금 용트림을 해보자. 그대여, 우리 함께 장쾌한 반전드라마의 주역이 되어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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