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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동포 정연진의 ok 통일 이야기 ➆ 촛불이후 새로운 패러다임의 통일운동을 모색한다

입력 : 2017-07-02 2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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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8일 완도고등학교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통일비전’을 강연하는 정연진 대표

정권교체에 성공하면서 민간 통일운동도 더욱 활발해 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한국 시민사회의 민주주의 역량이 촛불혁명의 성공으로 성큼 자라난 것에 비례해서 통일시대로 갈 수 있는 희망과 기대감도 그 만큼 커졌다. 평화적인 촛불혁명에 성공한 대한한국을 많은 세계시민들이 부러워한다. 사실 한국 시민사회 활동은 매우 활발한 편이다. 하루에도 무수한 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시민들의 갈망은 다양한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애석하게도 통일운동은 시민운동의 마치 작은 영역으로 인식될 정도로, 범위가 매우 좁혀져있다. 물론 과거 독재정권 하에서 탄압받고 억압받아왔기에 확장되는데 심각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제야말로 풀뿌리통일운동이 전국 곳곳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확산되려면, 우리는 어떠한 고민과 모색을 해야할까.

 

풀뿌리시민 통일운동 AOK

풀뿌리시민 통일운동이라는 취지로 시작한 AOK(액션원코리아)도 어느덧 출범 네 해를 넘기고 있다. AOK도 한 걸음 성숙한 통일운동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기에, 시민의 역량이 더욱 커진 한국사회에 한 걸음 성숙한 통일운동이 이루어질 수 있으려면, 어떠한 시각의 변화가 필요할 지 생각해 보았다.

한마디로 말해서 지금이야말로 민간 통일운동이 크게 활성화되고 한층 심화되어야 하고, 무엇보다도 생명력(vitality)을 가진 시민운동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얘기하는 통일정책과 사고의 틀을 그대로 답습하기 보다는, 풀뿌리시민 시각에서 새롭고 신선한 발상과 창의적 접근방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일/반통일 세력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한국사회는 알다시피 철저하리 만큼 이념에 의해 이분법에 사로잡힌 사회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통일운동권도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통일/반통일 세력이라는 이분법적 사고가 지배적이다.

누가 통일세력이고 누가 반통일세력인가? 어떠한 역사적인 문맥, 어떠한 방식의 통일, 어떠한 통일국가를 바라는가에 따라서 다양한 해석이 있을 수 있다.

남북이 통일만 되면 목적이 달성되는가. 통일자체가 지상 최고 목표가 아니라, 어떠한 민족공동체, 어떠한 비전과 철학을 가진 나라를 만들어가야 하는가, 하는 보다 근원적인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지 않을까.

70년 고착화된 분단의 사슬을 끊어내려면 분단체제를 극복하려는 절실한 마음이 한국 사회 구성원 각자에게 광범위하게 일어나야한다.

그러자면 분단시대를 넘어설 수 있는 꿈과 희망, 비전이 있어야한다. 꿈이 있으면 희망이 있으면, 사람은 어려움과 고통을 이겨낼 힘이 있기 때문이다.

분단의 장벽을 우리 스스로 허물어 낼 수 있다는 용기와 의지, 결의와 자존감이 필요하다. 특히 통일시대를 살아갈 미래 세대에게는 더욱 더 그러하다.

 

지역에 뿌리를 둔 역동적인 사회운동으로 확장되기를

민족과 국가, 지역공동체의 과거, 현재, 미래를 장기적인 시각과 다양한 틀에서 진지하게 고민해야한다. 그러한 고민과 성찰 위에서 현재의 풀뿌리운동 역량을 점검하고 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려면, 어떠한 주체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할 지 구체적인 전략과 적극적인 실천방안이 나와야한다. 통일운동이 사회 변혁을 위한 매개체가 될 수는 없는 것일까.

지역공동체에 발을 내딛고 있는 각자의 창발적인 노력이 결합되어 새로운 피가 순환되는, 역동적인 사회운동으로 통일운동이 확장되기를 소망한다. 그래서 지금은 시민운동의 작은 영역과 같은 통일운동이 장차 한국사회의 모든 사회운동을 담아낼 수 있는 커다란 틀이 되어야한다.

그러자면 우리는 미래 사회에 대한 열정과 상상력으로 분단이라는 프레임에 갇힌 사회에서 스스로를 해방시켜야한다. 분단의 족쇄에 갇혀버린 우리들의 잠재력과 상상력을 되살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세대가, 특히 미래세대가 살아갈 사회에 걸맞는 미래지향적인 통일운동이 필요하다.

 

주변국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

그러려면 지금 현재로만 우리의 시각을 고정시키지 말고 앞으로 21세기를 살아갈 우리 미래세대의 삶의 방식과 눈높이에 맞춘 실천적인 통일운동을 고민해야한다.

스스로를 약소국으로 보는 한국인은 주변국의 눈치를 보는 것이 내면화, 체질화 되어버렸다. 소위 4대 강국에 의해 항상 치여서 살아왔기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 때문에 그러할 것이다. 그러나 21세기 국경의 문턱이 계속 낮아진 글로벌한 시대에 살아갈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해서 눈높이와 잣대가 달라져야한다.

아직도 한반도가 처한 대외 환경이 19세기말, 구한말과 같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 국제사회에서 보는 코리아는 순식간에 식민지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여운 신세가 아니다. 수많은 지구촌 사람들이 본받고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 중의 하나가 되어 있다. 우리 스스로 ‘약소국’이라는 감옥에 갇혀있을 뿐이다. 한국인은 이제 국제사회에서 더욱 당당하고 과감해져야한다.

미국인 한 사람이 죽었다고 떠들썩하다. 언제나처럼 이런 불상사가 나면 북녘을 범죄국가 취급하는데 남한의 언론들은 서로 경쟁적으로 벌떼같이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정보가 차단되어 있는 북쪽에서 일어난 진상에 대해, 그 원인과 정황에 대해 우리가 과연 얼마만큼 제대로 알 수 있단 말인가.

그 나라 국민 한 사람이 죽은 것은, 물론 개인의 희생에 대해 마땅히 애도를 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미국이 벌인 이라크전에서 시리아전에서 영문도 모르고 무참히 죽임을 당한 수십만의 민간인의 목숨은 소중하지 아니한가?

한국전쟁 때 안전하게 피난길로 인도해 준다면서 노근리 사람들을 한 장소에 몰아넣고 3일이 넘도록 기관총을 집중난사하여 살해된 여성과 아이들의 목숨은 소중하지 아니한가?

이러한 이중잣대에 언론은 물론이고 국민들 스스로 너무나 오랫동안 길들여진 것은 아닌가. 분단시대로부터의 탈출은 이러한 이중 잣대로부터의 과감한 탈출을 필요로 한다.



#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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