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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의 시사 한마디 <8>  ‘비극의 탄생’(손병관 저)를 읽고

입력 : 2021-03-15 01:16:36
수정 : 0000-00-00 00:00:00

문화해설사의 시사 한마디 <8>  

 

     ‘비극의 탄생’(손병관 저)를 읽고

 

 오마이뉴스 기자 출신 손병관의 <비극의 탄생>을 읽었다. 이책은 ‘2차가해’라는 박정희 시대 긴급조치9호에서 ‘유언비어 살포’를 처벌하는 법처럼 박시장 사건에 대한 합리적 의심을 하는 일체의 시도를 머뭇거리게 만드는 사회적 족쇄를 뚫고 나온 책이라서 우리사회 상식 확립을 위해 소중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책에서 ‘박원순과 사람들’의 혐의를 12가지로 잡고 있고 이에 대해 박시장과 관계된 50명의 전현직 시청직원 인터뷰를 통해 차분하게 진실여부를 따지고 있다. 

 

 


 박시장과 사람들 혐의와 진실여부를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1. (고소인 주장) 고소인에게 박시장이 즐겁게 일하기 위해 ‘둘이 셀카를 찍자’며 집무실에서 셀카를 촬영했고, 그럴 때 박시장은 신체적 밀착을 했다. 
 (반론) ‘셀카 밀착’에 대해 시장실 사람들 상당수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시장이 먼저 찍자고 한 적도, 고소인이 먼저 찍자고 한 적도 있지만, 신체 밀착을 본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경찰과 인권위 모두 고소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 

2. (고소인 주장) 박시장이 고소인 무릎에 있는 멍을 보고 ‘호’ 해주겠다며 무릎에 자신의 입술을 접촉하는 행위를 했다. 
(반론) 손병관 기자는 시장실에서 2년간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했던 C(여성)과 인터뷰했다. “나는 시장의 영상축사를 만드는 일을 했다. 영상 촬영을 준비하려면 10~20분 정도 시간이 필요한데, 데스크 비서 2명(이 중 한 명이 고소인이다)이 간단한 보고를 하기 위해 집무실에 들락거리곤 했다. 고소인이 시장에게 뭔가 보고하면서 ‘저 다쳤어요’라고 먼저 말했더니 시장이 ‘왜 그래요? 어쩌다가 다쳤어요’라고 답했고, 고소인이 ‘여기 호 해달라’고 말했던 것으로 나는 기억한다.

3. (고소인 주장) 집무실 안에 있는 내실, 즉 침실로 피해자를 불러 ‘안아달라’며 신체적 접촉을 했다.
(반론) 집무실에 내실 자체가 없다. 박시장이 피곤할 때 잠시 취침하는 간이 침대가 있는데 밖에서도 훤히 보이는 곳을 내실이라고 할 수 없다. ‘내실에서 안아달라’는 고소인의 주장만 있다. 당시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는 주변 사람의 증언이란게 없다. 그리고 휴대전화 메시지 등 입증자료도 없다. 

4. (고소인 주장)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으로 초대해 지속적으로 음란한 문자를 전송하고, 속옷만 입은 사진을 전송했다.
(반론) 손병관 기자가 고소인의 고민을 평소 들어주었던 B라는 시청직원과 인터뷰했다. 고소인의 핸드폰 문자를 B가 본 것은 박시장이 3선에 출마하기 위해 사퇴한 시점(2018년 5월 14일)이었다. 고소인이 보자고 해서 봤는데 고소인이 말했다. “안희정 사건으로 시끄러운데 다른 사람들이 보면 오해할까봐 걱정된다. 시장이 나를 손녀딸처럼 예쁘게 생각한다는 것을 나는 아니까 괜찮은데.”하면서 박시장에게서 온 문자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B의 말, “제일 마음에 걸렸던 표현은 ‘고소인 냄새 좋아 킁킁’. 또 하나는 업무지시 등의 별다른 이유없이  밤에 메시지를 보냈다는 점. 그 외 나머지는 친근감을 표현하는 메시지들이었다.” 그리고 속옷 사진에 대한 언급은 “내가 본 사진은 다른 지인들에게도 보낸 적 있는 러닝셔츠 입은 사진이었다.”
 박시장의 죽음이 일어난 날 7월 9일 아침 9시 15분부터 50분간 고한석 비서실장과 면담을 했다. 이때 박시장이 이 문자를 언급하면서 “실수가 있었다. 남녀 사이에 은밀한 게 있는데 그걸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국가인권위도 이 부분을 ‘성희롱으로 판단한다’고 판단했다. 

5. (고소인 주장) 박시장의 계속된 성추행 때문에 계속 전보 요청을 했는데 박시장과 인사담당자가 들어주지 않아서 박시장 비서직을 4년간이나 수행했다.(고소인은 2015년 2월에 9급 공무원에 임용되어 2015년 7월에 비서직에 임용된 후 2019년 7월까지 4년간 비서직을 수행했다.)
(반론) 고소인은 비서직 4년을 수행하면서 주위에 박시장의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고민상담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2018년 11월 인사담당자 k는 고소인이 공무원이 되고 비서직에만 있었는데 실무부서 근무가 필요하다고 판단해서 고소인 전보를 2018년 11월 2일 1차 보고, 11월 21일 2차 보고, 11월 29일 3차보고해서 최종 박시장을 승낙을 얻었다. 1,2,3차 보고는 박시장의 인사 스타일 자체가 신중스타일이라서 보통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래서 2019년 1월 인사를 하려 했는데 고소인이 7급으로 승진하고 나서 실무부서로 가는게 좋을 것 같아 고소인과 상당을 해보니 고소인도 1월에 전보하는 것보다 2019년 2월 7급으로 승진되고 나서 전보하는게 좋을 같다고 해서 2019년 7월 전보하게 된 것이다. 전보를 요청했다면 당연히 들어주었을 것이다. 

6. (고소인 주장) 박시장의 혈압 체크는 가족이나 의료진이 하는 것이 맞다고 의견을 냈으나 여비서의 업무로 부여됐다. 업무 동안 박시장은 “고소인이 재면 내가 혈압이 높게 나와서 기록에 안 좋아” 등의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반론) ‘혈압 체크“는 피해자만이 한 게 아니라 보좌진이 돌아가면서 한 것이다. 이때 박시장이 성희롱 발언을 했는지에 관한 증거가 없다. 
 혈압체크 등을 여비서에게 업무로 부여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는데 그러면 여비서에게 무슨 업무를 주어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다. 

7. (고소인 주장) “시장이 마라톤을 하는데 여성 비서가 오면 기록이 더 잘 나온다”, “평소 1시간 넘게 뛰는데 여서 비서가 함께 뛰면 50분 안에 들어온다”며 주말 새벽에 나오도록 요구했다.
(반론) 주말 새벽에 마라톤을 나오라고 한 주체가 불명확하다. 그리고 남산 순환도로를 뛰는 마라톤에 고소인이 2번 참가했는데, 위의 발언은 박시장이 한 발언도 아니었다. 

8. (고소인 주장) 시장이 운동 등을 마치고 온 후 시장실에서 그대로 들어가 샤워할 때 옷장에 있는 속옷을 비서가 근처에 가져다주어야 했고, 샤워를 마친 시장이 벗어놓은 운동복과 속옷을 비서가 시장 집에 보냈다. 시장이 내실에서 낮잠을 잘 때 ‘여성 비서가 깨워야 기분 나빠하지 않는다’며 여비서에게 해당 업무가 요구됐다. 
(반론) ‘샤워 시 속옷 심부름’과 ‘낮잠 깨우기’ 등에 대해 수행비서관은 ‘고소인만이 아니라 나를 포함한 보좌진이 돌아가면서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업무 분장’이 부당했다면 그 책임은 시장이 아니라 비서실장에게 묻는 것이 마땅하지만, 고소인은 물론이고 함께 근무한 비서들이 재직 당시 문제제기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여성단체에서 박시장의 성희롱 문제에 대해 사전에 안 사람이 서울시 직원 20명이라고 지목했지만 사전에 인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박시장 사건을 고소한 고소인의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모든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다고 했지만 경찰은 박시장 사망 직후 서울청 내에 46명의 수사관으로 구성된 전담수사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이 부분을 강도 높게 수사했지만, 2020년 12월 29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불기소 의견을 냈다. 경찰은 4번 비밀텔레그램방에서 고소인과 박시장이 주고 받은 문자를 성희롱으로 보는데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은 달랐다. 2021년 1월 1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 조성필 부장판사는 박 전 시장 고소인이 자신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서울시 공무원 정모 씨의 선고 공판에서 박 전 시장을 언급했다. 그는 "(고소인이) 박 전 시장 밑에서 근무한지 1년 반 이후부터 야한 문자, 속옷 차림 사진을 보냈고 '사진을 보내 달라'는 등 문자를 받았다면서 "이런 진술에 비춰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 받은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판결에 대해 진혜원 서울동부지검 부부장검사는 1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소되지도 않은 사람에 대한 별건 판결"이라면서, “사법이 (나치) 돌격대 수준으로 전락한 징후"라고 말했다. 그리고 1월 25일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발표가 나왔다. 위에서 말한 대로 국가인권위는 4번 문제를 박시장의 성추행이 아니라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발표했다. 


 박시장 사건을 국가인권위 직권조사 중인 2020년 12월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세 사건(박원순, 오거돈, 안희정 사건) 모두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피해자의 호소를 받은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피해자한테 네가 이해하라는 식으로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은 발언은 서울시의 경우 제대로 조사결과를 보지도 않고 발언한 매우 경솔한 발언이었다. 때문에 1월 25일 결론은 이미 조사하기 전부터 나 있었는지 모른다. 국가인권위 발표가 나자 언론은 일제히 ”이제 결론이 났다“고 했다. 대부분의 시민단체, 언론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손병관 기자는 달랐다. 그는 의문을 가지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진실 찾기 계속 했다. 그것이 이 책의 최대 미덕이다. 프랑스 드레퓌스 사건이 났을 때 프랑스의 모든 주류 언론과 종교계, 군, 정치계가 드레퓌스를 민족의 반역자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할 때 작가 에밀 졸라는 ‘나는 고발한다’는 글을 써서 진실을 봐라고 여론을 일으켰다. 나는 손병관의 ‘비극의 탄생’을 ‘2021년 한국판 나는 고발한다’라고 생각한다. 
 

 역지사지란 말이 있다. 박시장이 1998년 2월 23일 파기환송심에서 6년이란 긴 긴 재판 끝에 승소한 후 서울대우조교성희롱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조촐한 승소 축하연을 베풀었는데, 박시장은 당시 기념사진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12명 중 유일한 남성이었다. 우조교성희롱 재판은 여성운동에서 기념비적인 재판이었다. 성희롱 사건이 났을 때 피해자 중심주의에 서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재판이었기 때문이다. 박시장은 이 재판을 6년간 변호하면서 자신이 가해자 위치에 설 수 있다고 한 번이라도 생각해보았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자신과 우조교성희롱사건을 승소하기 위해 같이 뛰었던 여성운동 동지들이 일제히 자신을 의심하고 비판하는 위치에 서리라고 한 번이라도 생각했을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 역지사지할 수 있는 사람은 인간계가 아니라 신계에 사는 사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것이 현실이다. 2020년 4.15 총선 전날 고소인에게 불미스러운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4월 14일 저녁 시장실 소속 남성 직원 3명과 고소인이 술자리를 가지면서 일어난 사건이었다. 고소인은 술에 취했고 남성 직원 한 명이 집에 데려다 주는 과정에서 서초구 한 모텔에 들게 되었고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다. 다음날 고소인은 서초경찰서에 남성 직원을 고소했다. 4월 24일 고소인 성폭력 사건을 정식보고 받은 박시장은 임순영 젠터특보에게 “시장실에서 일하던 비서가 힘든 일을 겪고 있으니 가족 일처럼 생각하고 처리해 달라” 당부했다. 임영순 젠더특보는 고소인에게 강남구의 한 정신과 의원을 소개해서 상담 치료를 받게 했다. 강남구 정신과 의원은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자문역을 맡고 있었다.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이사이자 법률자문위원이 김재련 변호사였다. 이렇게 김재련과 고소인이 연결되었다. 5월 12일 김재련은 고소인과 처음 만났다. 5월 26일 김재련은 고소인과 2차 면담을 했다. 그날 공교롭게도 서울중앙지법이 고소인 성폭력 가해자 남성 직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김재련과 고소인의 2차 면담이 있은 지 43일 후인 7월 7일(화) 오후 2시 37분 김재련은 평소 알고 지내던 이미경 성폭력상담소장에게 “박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라고 알리고 여성단체들의 지원을 요청했다.
 다음날 7월 8일(수) 오후 3시 임순영이 박시장 집무실로 찾아갔다. 임순영이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들이 돈다. 실수한 것이 있냐”고 물었지만 박시장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오후 4시 30분 김재련과 고소인은 서울청 민원실에 도착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오후5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 30분까지 고소인 조사가 서울청에서 이루어 졌다. 7월 9일(수) 박시장은 밤새도록 한숨도 못 잤다. 오전 9시 15분 고한석 비서실장과 박시장이 50분간 면담을 했다. 박시장이 “고소인이 여성단체와 함께 나를 고발하려는 것 같다.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될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박시장은 “실수가 있었다. 남녀 사이에 은밀한 게 있는데 그걸 문제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오후 1시 24분 박시장은 임순영 젠더특보에게 “많은 사람의 지지와 지원을 받았는데, 나의 작은 실수로 큰일이 터져서 너무 힘들다.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오후 1시 39분 고한석 비서실장과 마지막 통화에서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기 버겁다”고 말했다. 오후 2시 42분 박시장은 와룡공원 부근에게 한 지인에게 가족을 잘 보살펴달라고 부탁했다. 오후 5시 박시장의 부인이 고한석 비서실장에게 공관 책상에서 유서를 발견했다고 알려왔다. 그리고 7월 10일 밤 0시 1초에 박시장의 시신이 한양도성 숙정문 부근에서 발견되었다. 

 

 박시장 사건은 인간의 양면성을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고소인은 2020년 4월 14일 성폭력 사건이 나기 전까지 박시장에게 호감 일변도였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박시장에 대한 호감은 서운함을 넘어 악감이 되어 김재련과 함께 박시장을 고소했다. 박시장만 고발한 것이 아니라 같이 일했던 서울시 20명이나 되는 직원들도 몰고 들어갔다. 어떻게 이렇게 호감을 오뉴월 서리를 내리게 하는 악감의 복수심으로 바꾸고 말았을까? 그 배경에는 박근혜 시절 네크워크된 한국성폭력위기센터 구조가 깔려있다. 그리고 고소인의 고소장 내용은 인터넷에 유출시킨 보수 개신교 신자인 고소인의 어머니와 교회 목사가 있다. 박시장은 한치의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정치바닥에서 생기발랄하고, 일 잘 하고, 붙임성 있는 여비서에게 작은 실수를 해버렸다. 호감은 정치바닥에서 언제든 180도 바뀔 수 있음을, 사람 마음을 믿으면 안 된다는 것을 박시장 사건처럼 냉엄하게 보여주는 사건도 없다. 
 

 마녀사냥에 대해 가장 열심히 적극적으로 싸운 것이 여성단체였다. 하지만 여성민우회 등 대다수 여성단체는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라는 깃발 아래 뭉쳐서 실제로 위력성폭력이 있었는지 검증해보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피해자 중심주의’, ‘2차가해’를 내세우며 언론에 재갈을 물렸다. 피해자 측은 진상을 밝히려는 일체의 논의를 ‘2차가해’로 규정지었다. 심지어 김재련은 “2차가해 발언을 하는 사람들에 대해 침묵하는 것도 2차가해”라고 했다. 김재련의 이 말에 대해 여성단체는 보조를 같이 맞췄다. 중세 마녀사냥이 2020년에 벌어졌는데 그것을 여성운동단체들이 앞장서 주도했다. 마녀사냥에 가장 피해를 많이 입고 저항한 단체가 하루아침에 180도 바뀌어서 마녀사냥을 주도하는 파쇼단체 되어 버린 것이다. 이같은 드라마틱한 역설이 어디에 있을까? 박시장이 자신의 평생 동지들의 배신을 보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박시장은 와룡공원에서 13시간 헤매면서 무슨 고민을 했을까? 살아서 법정투쟁을 할까? 하지만 우조교성희롱 사건처럼 6년간 끈다면 나는 무슨 의지로 버틸 수 있을까? 나로 인해 무수한 사람들이 매도당할 텐데, 그리고 나의 사생활 조그마한 흠집도 헤집고 들어올 텐데. 조국사건 때처럼 가족 전체를 숨도 못 쉬게 들쑤셔 놓을 텐데. 내가 견딜 수 있을까? 나의 평생 동지들도 전부 나를 의심하고 돌아섰는데 나는 누구와 싸울 수 있을까? 이런 것을 고민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고소인과 나눈 작은 실수의 텔레그램방 대화, 사적인 친밀한 대화가 전부 성희롱의 표현이라고 매도당할 텐데 법정에서 몇 년간 그 호의에 대한 사회의 모든 야멸찬 의심을 내가 견딜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무수히 했을 것이다. 그리고 박시장은 갔다. 고소인의 배반에 대한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그냥 갔다. 박시장의 마음으로 호감은 호감으로 가진 채 법정재판을 받지 않고 역사재판에 맡겨 두고 그냥 가버렸다. 공적 책무를 져버린 무책임한 결정이었지만 박시장도 한 인간이었다. 고소인도 인간이라면 박시장이 고소인의 배반에 대해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하고 가버린 그 깊은 고뇌를 천분의 일이라도 이해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적어도 인간의 마지막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만성신부전 말기 판정을 받고도 우리사회의 마녀사냥과 맞서 용감하게 ‘비극의 탄생’을 저술한 손병관 기자에게 마음으로 존경을 보내며 서평을 마친다. 

 

문화해설사 홍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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