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도시농부 히고니의 농한기 일기 - 계란이 왔어요

입력 : 2021-02-14 08:09:35
수정 : 2021-02-14 08:09:45

도시농부 히고니의 농한기 일기 1.24

 

계란이 왔어요

 

 

달걀도 수입해 먹는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그렇게 되었을것이다. 전염병 때문인데 툭하면 조류독감과 구제역으로 가축들을 몰살해야 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전염병이 돌아도 모두가 죽지 않는다. 면역력이 약한놈이 죽는다. 설날 전을 부치려면 달걀이 필요한데 국가에서 한판씩 배급 해야될 판이다. 양파값 오르면 수입해서 풀고 쌀값 오르면 또 수입하고 소고기값 오르면 광우병 걸릴지도 모를 수입산 쇠고기를 마구 마구 수입한다. 등록금 오르면 대학도 수입할까?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시장에 맡긴다. 이래서 농민은 봉이다. 농사로 돈벌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세무조사 받을 일이다.

 

시골의 닭들은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마당을 나와 돌아다니고 이삭줍기도 하지 못한 논을 하루 종일 돌아 다닌다. 일은 마루에다 보기도 한다. 짚을 쌓아놓은 헛간에 알들을 무더기로 낳았다. 닭들은 방광이 없다. 그래서 오줌을 누지 않는다. 물이 섞인 똥을 싼다. 새들은 천적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 그래서 모이를 먹으면 한 시간 이내 배설을 한다. 날아가면서도 큰일을 도모한다.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라는 말이 나온다. 덩치가 큰 녀석들은 나는 걸 제일 싫어한다. 왜냐면 한번 날아 오르는데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오리나 꿩. 기러기 들은 마지못해 난다. 닭들은 잘 날지 않는다. 날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달걀은 참으로 위대하다. 들기름으로 후라이를 할 때면 입맛이 살아났다. 도시락 밑에 깔아서 점심 때 몰래 먹는 맛은 추억으로 남았다. 중간에 도시락 까먹었다고 도시락 검사해서 애들을 슬리퍼로 뺨을 때린 선생을 지금도 증오한다. 집에서 마누라한테 혼나고 애들한테 화풀이를 하는 그게 교육자냐고? 지단을 부쳐 고명으로 쓰고 비빔밥이나 콩나물국밥에도 필요하다. 전을 부칠때 각종 튀김에 반드시 필요하다. 선생님 가정 방문때도 짚으로 엮어 만든 꾸러미가 선물이 되었다. 수란도 있고 열차간에서 먹는 찐달걀 구운계란...달걀찜...술취한 다음날 끓는 물에 달걀풀고 꿀 넣어 먹으면 속이 풀린다. 이걸 뭐라 하는지? 는 모른다. 맥주 안주로 달괄말이가 인기있다. 친구가 싸준 굴에 밀가루와 달걀을 섞어 굴전을 부쳤더니 그맛이 일품이다.

 

달걀이 귀한 시절 장날이면 달걀을 싸들고 곡식도 두어되 챙겨 이고 지고 장터 삼십리길을 떠났다. 운이 좋으면 팥죽이라도 한그릇 사먹고 그렇지 않으면 찬물로 점심을 때우고 물물교환으로 동태라도 두마리 사고 홰푸대종이에 둘둘말린 돼지고기 한근으로 김치국을 두번도 더 끓였을 것이다. 오원짜리 풀빵도 사먹지 못했을 어머니를 한없이 기다렸던 장날 그날이 생각난다. 자기는 굶어도 자식들 먹일려고 풀빵이라도 사오셨다. 시레기국에 쇠기름 동동 떠서 겨우내 고픈배를 채워야만 했던 때가 지금보다 백배 천배 더 행복 하였다는 소식을 이불속 아랫목에서 전한다. 그럼 행복은 미래에 있는것이 아니고 과거에 있다? 달걀을 보니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고놈의 달걀 원없이 먹어 봤으면...오늘 점심은 댤걀말이밥 해먹자.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