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안식처를 찾아서 <8> 대한성공회 파주교회 - 자발적 신앙과 사회개혁으로 주목받는 교회
수정 : 2021-01-28 05:37:29
마음의 안식처를 찾아서 <8> 대한성공회 파주교회
자발적 신앙과 사회개혁으로 주목받는 교회
대한성공회 파주교회(사제:이종민 신부)는 파주시청 바로 앞에 있다. 크지 않은 건물에 촘촘히 공간들이 나누어져 있고 성공회 파주이주노동자센터인 샬롬의 집 표기가 교회표기보다 더 크다. 이종민 신부는 멋진 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의 나이였다. 49세다. 이 신부와의 유쾌한 대화는 1시간가량 계속되었고 작은 규모에 비해 파주교회가 하는 일이 참 많다고 느꼈다.
▲ 이주노동자들의 권익보호에 힘쓰는 이종민 신부
전세계 165개국 1억명의 신자가 있는 성공회
흔히 성공회를 영국 왕 헨리8세가 부인 캐서린과 이혼을 하기 위해 이혼을 금하는 로마카톨릭과의 단절을 선포하여 생긴 변형 카톨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알고 보면 합리적 변신에 가깝다. 16세기 잉글랜드의 종교개혁으로 로마교회와 단절하고 국왕을 중심으로 한 國敎會로 탄생한 것이 성공회(聖公會)의 출발이다. 지금은 전 세계 165개국 40개의 독립적인 관구(管區), 1억명의 신자가 있는 세계성공회공동체(Anglican Communion)로 성장하면서 영국 밖에서의 정식영어 명칭은 Anglican Church 혹은 Episcopal Church(주 교제 교회)로 불리운다. 특징은 로마 교황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고 개신교의 개혁정신과 전통을 따르되 카톨릭의 성사(聖事)를 드리고 있다. 말하자면 형식은 카톨릭 내용은 개신교의 것을 따른다.
대한성공회(大韓聖公會: Anglican Church of Korea)는 대한민국의 독립된 성공회 교회다. 1993년 정식 관구(管區)로 독립했다. 파주성공회는 대한성공회 파주교회(이하 파주교회)로 불리고 있다. 믿는 이들을 교우, 교인, 신자 등 자유롭게 불러도 무방하다. 옛날에는 미사라고 불렸지만 지금은 감사성찬례 혹은 주일예배로 부른다고 한다.
개인과 사회구원이 같이 가야한다
의료선교,학교,보육원 설립등 현실개혁 의지 강하다
성공회는 개인의 영적구원과 사회구원이 같이 가야한다는 믿음을 갖고있다. 사회구원이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하나님의 선하신 의지에 따라 개혁하고 고쳐야 한다는 사회선교의 목표다. 따라서 현실 참여, 현실 개혁의 의지가 강한 종교다. 1890년 영국성공회의 존 코프 주교가 한국 땅을 밟으면서 처음 한 일도 성당에서 의료선교를 베푼 일이다. 처음 세운 성공회 성당은 인천 중구의 내동성당에서도 미국인의사 랜디스가 의료선교를 했다. 가마 온돌을 사용하는 한국문화와 사람들의 전통을 존중했다고 전해진다. 대한민국의 개화기에 사회선교로 학교, 보육원, 병원 등을 지었으며 항일운동에도 참여하는 등 사회변혁에 선봉에 섰다. 한옥양식의 성공회 강화성당은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토착화 모형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사회선교의 전통이 이어져 파주교회도 파주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을 운영하고 있다.
우물교회와 씨앗교회가 통합돼 금년부터 파주교회로 새 출발
파주교회는 2013년에 설립됐고 교인수는 30명에 불과하지만 하는 일은 크다. 지역의 사회 활동가, 기자, 선생 등 보편적 진리에 눈 뜬 사람들이 많다. 원래 파주교회는 성공회 파주 우물교회로 출발했다. 그러다가 파주 씨앗교회와 통합되어 금년 1월1일부로 성공회파주교회로 명칭이 변경됐다. 이 교회를 이끄는 이종민 신부는 2013년 당시 파주우물교회로 오면서 선교지향형 교회(Mission Shaped Church)를 내세웠다. 또한 강제와 의무, 습관적인 신앙생활에서 탈피 하나님의 자녀된 삶을 기쁘게 감내하며 사는 교회를 원했다. 교회를 이웃에게 온전히 개방하고 이웃에게 다가가기위해 노력하는 교회, ‘진정한 교회’가 되길 바랬다. 이종민 신부는 “신앙과 현실 속에서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는 길을 가야한다”고 성공회교단의 특징 중의 하나인 중도(中道,Via Media)를 강조한다.
신앙 도그마에 빠진 한국교회 -종교개혁시대를 맞았다
“코로나 시대에 교회가 위로를 주고 비젼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오히려 사회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고 지적한 이 신부는 “지금이야말로 극단적 도그마로 가득찬 한국의 기독교가 바뀌어야만 하는 종교개혁시대다”라고 주장한다. 대형교회에 대한 지적도 서슴치 않는다. “인원과 건물이 신앙의 핵심이 아니다. 한명 한명이 영적으로 건강한 교인이 되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존재 이유다”. 한때 이 신부도 출석 인원이 너무 적어 교인숫자를 늘리려고 노력했었다. 그러나 이내 생각을 접었다. “이젠 단 몇 사람이라도 진정한 예수님의 제자가 되도록 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라고 말하는 이 신부의 울림이 깊다.
▲ 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집에서 한글교실을 열고있다.
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 운영으로 이주노동자들 돕는다
이주노동자센터 샬롬의 집은 파주관내에 살고 있는 캄보디아, 태국, 스리랑카,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많은 이주민들은 한국 땅에 살면서 겪는 여러 가지 문제들의 해결책을 이곳에서 찾는다. 임금체불, 의료, 산재, 출입국 관련, 교통사고 등 이주자들의 주요 문제들을 상담하고 해결책을 제시한다. 샬롬의 집은 이외에도 의료지원, 한국어 교육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2016년 세워진 사회평화 영성센터는 지역평화활동과 지역공동체활동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됐다. 주민들의 자체조직으로 독서모임과 월 1회 지역순례를 하고 있다. 또 센터 안쪽에 방을 개조해 영상회관을 만들어 이곳에서 영화를 보거나 세미나를 개최한다. 영상회관에선 이주민 영화제도 열어왔다. 지역사회 소통공간인 셈이다. 이 역시 성공회가 중요시 하는 사회선교의 살아있는 증거들이다. “파주시에만 이주노동자들이 1만4천여명이 살고 있다. 그런데도 파주시엔 이들을 위한 별도 기관이 없다.”고 지적한 이 신부는 “파주시가 더욱 인권친화적 도시로 변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한다.
▲ 치유와 화해, 평화를 위한 휴전선 순례
부담주지 않는 교회- 자발적 신앙과 헌신으로 꾸려간다
파주교회는 코로나 사태로 지금은 Zoom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다. 코로나 이전에는 예배가 끝나면 식사 당번 없이 가정 당 1가지씩 반찬을 가져와 같이 먹는 Pot Luck 뷔페로 늘 풍성한 식탁을 즐겨왔다. 파주교회는 교회운영을 위해 교우들과 함께 파주특산물인 장단콩으로 된장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재미가 넘치는 교회다. 무엇이든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것이 더 순수하고 오래가기에 대한성공회 파주교회는 계속 빛날 것이다.
대한성공회 파주교회: 경기도 파주시 마무리길 9, 2-3층,
031-942-3760, 이종민 신부 010 4755 9143
#123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