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해설사의 시사 한마디 <4> 채제공과 추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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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해설사의 시사 한마디 <4> 채제공과 추미애
정조 때 채제공은 재상이 되어 1791년 시전의 금난전권을 폐지시켜, 조선 상업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던 특권을 없애버리는 개혁을 이룩한 인물이다. 그 채제공이 노론 세력에 의해 저질러진 사도세자 죽임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정치적 개혁을 이룩하지 못한 채 1798년 6월 노환으로 재상 지위에서 물러났다. 이때 정약용의 나이는 37세로 재상을 맡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채제공을 이어서 정조의 개혁을 책임지고 나갈 인물이 없는 채 정조가 갑작스럽게 죽음으로써 조선의 개혁은 실패하고, 결국 식민지의 길로 떨어지고 말았다. 정조의 개혁 실패는 채제공 다음으로 목숨을 걸고 개혁을 이끌 인물을 찾지 못한 것에 커다란 실패의 원인이 있었다.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의 개혁의 핵심은 검찰개혁이다. 검찰개혁은 단순히 검찰만 개혁하는 차원이 아닌 우리사회의 모든 기득권 적폐 세력의 개혁을 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핵심 뇌관이다. 우리나라의 거대한 기득권을 구성하고 있는 경제권력, 언론권력, 법원권력 등의 배후에는 검찰권력이 있다. 기득권의 핵심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의 기수 조국이 나섰지만 윤석열과 언론권력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처참하게 당하고 낙마하고 말았다.
다음 법무부 장관을 누구를 내세울 것인가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엄청나고 잔인하기 짝이 없는 검찰권력과 맞설 사람이 없었다. 당시 민주당 대표 이해찬은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는 사람은 추미애 밖에 없다”고 5선 의원이자 당대표 출신인 체급에서 일개 장관을 하기에는 너무 큰 체급을 가진 추미애에게 법무부 장관직 수락을 제안했다. 추미애는 처음에 완강히 거절하다 결국 승낙을 했다. 검찰개혁이 얼마큼 중요한가하는 의미를 추미애는 알았고 소명의식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조국을 낙마시킨 정치검찰은 4.15총선에서 민주당을 패퇴시키기 위해 울산고래고기사건, 유재수사건을 기소하면서 청와대를 정면으로 겨누었고, 이를 위해 유시민 뇌물수수사건을 조작하려고 했다. 전 세계적 위기인 코로나 사태가 터지지 않았다면 정치검찰의 계획대로 총선이 치러졌을 가능성이 농후했다. 민주주의 발전의 가장 큰 적은 쿠데타이다.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는 가장 위험한 세력인 군대는 하나회 해체로 군부의 문민통제가 실제화하면서 군쿠데타의 가능성의 이제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또 하나의 쿠데타 세력이 아직 온전하고 있었다. 그것은 검찰권력이었다. 검찰권력은 70년 동안 한번도 제대로 견재받지 못한 채 온전되면서 검찰발 쿠데타는 언제든지 가능한 상태였다. 유시민 뇌물수수사건 조작과정에서 그런 가능성을 우리는 역력히 보았다.
추미애가 법무부 장관이 되고서, 민주당이 총선에서 180석을 얻었는데도 불구하고 정치검찰의 검찰개혁 저지 공작은 집요했다. 대표적 사건이 말도 되지 않은 추미애 아들 휴가문제였다. 정치검찰과 한 몸인 언론권력의 집요한 공격을 초인적 인내로 이겨낸 추미애 장관은 반격의 기회를 노리다 10월 19일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하지 않은 5가지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그리고 5가지 사건과 검찰총장 관련에 대한 법무부의 감찰에 대해 윤석열은 감찰거부로 대응했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비위행위가 발견되면 징계위원회에 바로 상정하기 위해 정지작업을 사전에 마련해 놓았다. 11월 3일 법무부 훈령인 ‘법무부 감찰규정’을 개정했다. 법무부가 검찰총장관련 중요사항을 감찰할 때 법무부 감찰위원회의 자문을 받도록 한 강제 조항을 임의 조항으로 바꾼 것이다. 이에 따라 법무부가 검찰총장 감찰에 따른 징계 결정을 할 때 외부인사가 포함된 감찰위원회를 거치지 않을 수 있게 됐다. 5선의원 출신 법무부 장관의 노련한 사전 정지작업이었다.
윤석열이 법원 판사 감찰을 지시하고, 윤석열 산하에 있던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마련한 법원 판사 감찰문건을 추미애 장관이 입수하자마자 바로 윤석열에 대한 중대 비위로 직무정지신청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리고 바로 검찰총장에 대해 징계를 청구하고 검찰총장의 직무집행 정지를 명령했다. 윤석열에 대한 직무집행정지를 명한 다음날 윤석열의 그동안 모든 공작의 브레인 역할을 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날고 긴다하는 정치검찰 그 누구도, 윤석열의 오른팔 한동훈 조차도 추미애 장관이 그곳을 그렇게 전격적으로 덮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추미애 장관은 이해찬 전대표가 정확하게 봤다. 지상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5선의 노련한 정치가지만 목표가 정해지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모든 것을 걸고 직진하는 ‘깡 있는 여장’이라는 판단이 정확했던 것이다. 칼잡이 깡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정치검찰의 수장 윤석열도 얌전한 샌님 같은 민주세력에 ‘나보다 깡있는 사람이 있었던가’ 속으로 엄청 놀라고 있을 것이다.
후세 역사가는 적을 것이다.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중요한 개혁의 길목에서 정조대왕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신하를 얻지 못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영국 대처보다 더 깡있고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적폐 중의 적폐요, 권력 중의 권력인 검찰의 개혁을 완수하려는 ‘여장군’을 얻은 인복 많은 리더였노라고.
문화해설사 홍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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