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의 이모저모 <11>아버지, 그곳에서라도 좋아하시는 음악 들으시며 꽃구경하시는지요?
수정 : 2020-09-01 07:48:57
최순자의 이모저모 <11>아버지, 그곳에서라도 좋아하시는 음악 들으시며 꽃구경하시는지요?
하늘의 별이 되신 아버지가 문득 그립다.
편지를 써 본다.
‘울려고 내가 왔던가/ 웃으려고 왔던가/ 비린내 나는 부둣가에/ 이슬 맺은 백일홍/ 그대와 둘이서/ 꽃씨를 심던 그날도/ 지금은 어디로 갔나/ 찬비만 내린다.’
아버지, 가수 고운봉 선생님이 불렀던 ‘선창’은 당신의 애창곡이었지요.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라디오 가까이에 귀를 바짝 대고 음악을 듣던 당신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당신은 농사를 짓는 농부였지만 풍류를 즐기셨습니다. 유난히 음악을 좋아해, 늘 라디오를 끼고 지내셨습니다. 일찍 잠자리에 드는 엄마가 시끄럽다고 할까 봐, 사랑방으로 건너가 늦은 시간까지 노래를 들으셨지요.
당신의 음악사랑은 우리 형제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모두 음악을 좋아하지요. 양념 딸인 저도 노래 듣기를 즐겨하곤 한답니다.
우리 집 마당에는 채송화, 장미, 맨드라미, 국화가 때가 되면 꽃을 피우지요. 꽃을 좋아하셨던 당신이 심은 꽃들이지요.
채송화는 당신처럼 크고 화려하지는 않지만, 처마 밑에서 노랑, 하얀, 빨간색 자태로 아름답게 피었지요. 장미와 맨드라미, 국화는 장독대 옆, 당신이 만든 화단에서 함초로운 자태와 향기로 제 시선을 끌었지요.
당신이 우리 곁을 떠나신 뒤에도 꽃들은 그 자리에서 피고 지고를 20여 년을 넘겼군요.
지금 제 곁에 당신이 계신다면 가요무대도 모시고 가고, 여기저기 꽃구경도 해드리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당신 살아계실 적엔 가요무대는 커녕, 꽃구경 한 번 제대로 해드리지 못한 것이 못내 가슴에 남습니다.
“아버지,
그곳에서라도 좋아하시는 음악 들으시며,
꽃구경하시는지요?”
“죄송하고 죄송합니다. 손마디가 굵어진 채로, 고생만 하시다 하늘의 별이 되신 아버지......”
편집위원 최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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