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석의 [내운명을 바꾼 한글자] (16) 1 리터(liter)의 피눈물로 문학(literature)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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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석의 [내운명을 바꾼 한글자] (16)
1 리터(liter)의 피눈물로 문학(literature)을 기록하다!
한려수도의 보석같은 섬들을 품고 있는 도시, 통영에 있는 '박경리 기념관'에 다녀왔습니다.
통영터미널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진 코스를 달리는 530번 버스를 타면 충무교,임진왜란 당포해전지인 삼덕항,마을 전경이 절경인 세포마을, 달아항, 척포항, 바다를 포근히 감싸는 봉전마을을 지나 박경리 기념관에 닿게 됩니다.
기념관 2층 너른 풀밭 가운데에 저멀리 한산만 새비지선착장을 바라보고 있는 박경리상이 있습니다. 선생을 찬찬히 응시하니 '그대는 진실을 기록하려 했는가'라고 선생이 제게 준엄히 묻네요(선생의 시 '사마천'의 마지막 구절).
기념관 뒤 야산에 있는 선생의 묘지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묘지 입구에 있는 '버리고 갈 것만 남아 참 홀가분하다'라는 문구가 마치 묘비명같이 느껴졌습니다. 묘지 주변에 피어있는 '나비바늘꽃'이 오늘따라 유난히 하늘거립니다. 꽃말이 '떠나간 임을 그리워 함'이어서 그런지 온 몸으로 그리움을 드러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잠깐 스치는 꽃인데 마음이 살짝 데친 것 같네요.
선생의 소설 '김약국의 딸들'을 제 20대 초반 동두천 문학모임의 첫 토론 소설로 정해서 격렬한 비평 세례를 펼친 기억이 납니다. 선생이 원주 토지문학관에 계실 때 밭을 매시다가 반가이 저를 맞아두셨던 기억도 새록새록 합니다. 선생이 돌아가신 후 하동 고소산성에 올라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평사리 들녘에 한참 동안 시선이 붙들어져 있었던 일도 생각이 납니다.
문학관 안에 들어가 선생의 수많은 문장들을 살펴보다가 한 글귀를 제 시선이 조각글로 파듯이 되새기고 있음을 느꼈습니다.
'존엄성은 바로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가장 숭고한 것을 지키는 것'
드라마 '나인 룸' 마지막 장면에 나온 '사람은 스스로 아름다워야 한다'라는 말도 뇌리에 겹쳐졌습니다.
통영 버스정류장마다 박경리 선생을 기리는 사진이 있어 기념관에서 얻은 감흥이 재소환되는 경험을 하게될 것입니다. 오늘(8월 14일)은 택배기사님들도 28년만에 쉬는 날입니다. 연휴에 통영 박경리기념관을 둘러보기를 강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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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리터(liter)의 피눈물로 문학(literature)을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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