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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보낸 편지- 지난 8년간 많이 변한 야당동

입력 : 2020-08-13 08:03:26
수정 : 0000-00-00 00:00:00

독자가 보낸 편지지난 8년간 많이 변한 야당동

 

                                       독자   노은경(운정1)

 

 

 

 

당근마켓에서 큰 아이 들딸기 케익을 사려고 야당동 도시농부 쪽에 가게 되었다.

8년 전 은평구 응암동에서 여기 운정역 앞 신축빌라로 이사 왔을 때는 정말 암담했다.

부동산에 역세권을 찾는다고 하여 왔는데 길도 꼬불꼬불 오르락 내리락 좁은 도로에 인도와 차도가 하나라서 정말 불편했지만 2층 집 앞 창문에 펼쳐진 골프장 잔디밭 전경에 멋진 나무 한그루에 반해 덜컥 계약을 한 것이었다.

아직 아이들이 1, 4살이었기에 어린이집도 스쿨버스로 다 데리러 오니 괜찮을 거라는 말에 설득 당했다. 하지만 몇 달 후면 들어온다던 도시가스도 캄캄 무소식에 겨울에는 난방 가스비 폭탄을 맞았었고, 근처에 사시던 구역장님 댁에는 낙후된 기름보일러에 수도관이 터져 홍수가 나고 물이 끊겨서 얻어가고 난리도 아니었다.

그 흔한 떡볶이 분식집, 빵집 하나 없이 그저 동네 슈퍼에 의지했고, 가까운 놀이터도 없어서 운정역 근처에서 놀거나 유비파크까지 유모차를 끌고 왔다갔다 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잠들기 일쑤였다.

어린이집도 자리가 없어서 한동안 같이 데리고 있다가 한솔유치원에 큰 애를 보냈는데 너무 낙후된 80년대식 야외놀이시설에 자괴감을 느꼈다.

도농도시라 경치는 참으로 좋고 공기도 좋았지만 창문너머 보이는 아파트 쪽 놀이터가 탐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차는 아빠가 영업용으로 쓰니 마을버스에 몸과 유모차를 싣고 운정 신도시내 아파트 단지를 돌며 놀이터 투어를 다녔다.

단지별로 똑같은 놀이터는 하나도 없었고, 너무 재밌었다.

가람마을 1단지로 이사 와서 살다보니 어느새 2년 후면 10년차다.

야당동에 살면서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여긴 완전 환상적으로 상가도 가깝고, 병원, 학교, 학원, 교통시설, 도서관, 공원, 놀이터 등등 근린시설이 너무 잘 갖추어져 있는지라 별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었다.

게다가 15층이라는 경치는 한술 더 떠서 동쪽으로는 일출과 서쪽으로는 일몰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아마도 운정 호수공원 앞에 사는 이들은 가을밤 불꽃 축제도 덤으로 보는 행운의 주인공들이겠지 하고 샘을 내본다.

마을버스 82번을 타고 약속장소인 편의점 앞에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도시농부 처음 분양광고가 라디오에 나올 때 모델하우스를 구경하며 우와~” 를 연발하며 감탄했었다.

주변 농경지들은 모두 사라지고 신축빌라들이 자리 잡고, 생활편의 시설들이 간간히 보였다.

집에 다시 돌아가는 건너편 버스를 아차- 하는 순간 놓치는 바람에 기나긴 뱅뱅 돌기 버스운행투어의 시간이 이어졌다.

이번에 이사 갈 뻔 했던 한울1단지도 둘러보고, 다시 운정 가구단지로 가는 다리를 건넜다.

무고레 가는 길의 아래쪽 하우재 마을이 예전에 자전거로 둘러볼 땐 참 볼품없는 가난한 시골마을이라 눈 둘 곳이 없었다.

여전히 어떻게든 땅따먹기를 해서 간신히 집터와 주차장 선을 그리고 마을버스와 자가용이 서로 양보를 해야지만 오갈 수 있는 좁은 비포장도로의 엉성한 도시계획에 여전히 어린이와 여성을 위한 공간은 배제된 듯이 보였다.

야당역 앞으로 나와야만 먹거리- 놀거리 공간이 그나마 존재한다.

언젠가 본 서울의 대학로 주택가에는 재능에서 지은 5층 복합 문화공간건물이 있었다. 북유럽문화체험전시회였는데 전 층에 걸쳐 그림책, 사진전, 콘서트, 놀이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서는 일산 라페스타나 출판도시, 헤이리는 아이들을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야된다. 파주에도 남부럽지 않게 좋은 공간들이 많고, 이런 코로나 19시대에 어디 멀리 가지 않아도 동네에서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편의시설이 갖춰지길 희망해본다. 집짓는 만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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