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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아 사막의 농부 -  박노해 시

입력 : 2020-08-11 01:34:08
수정 : 0000-00-00 00:00:00

누비아 사막의 농부

 

 

 

      박노해

 

 

     사막을 달구던 태양이 저물어가면

     흰 잘라비를 입은 수단의 농부들은

     나일 강물을 끌어다 이랑을 내고 씨앗을 뿌린다

 

     거대한 모래폭풍이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그동안의 노고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말라 죽으면 다시 심고 또 말라 죽으면

     다시 심는 일을 원망도 불평도 없이 해나간다

 

     그렇게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일강 주변으로

     ‘푸른 띠’를 이루며 넓어지는 농토와 숲

     날마다 반복되는 농부들의 성사聖事 덕분에

     오늘도 불타는 사막에 푸른 생명이 자라난다

 

     나는 걸음마다 황무지를 늘려가는 사람인가

     걸음마다 푸른 지경地境을 넓혀가는 사람인가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누비아 사막의 농부

사진에세이 『단순하게 단단하게 단아하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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