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단지 작은 건물에 깃든 제비의 한살이
수정 : 2020-07-06 01:17:13
파주출판단지 작은 건물에 깃든 제비의 한살이
조병범(파주출판단지 입주 보리출판사 상무이사)
둥지 발견
탐조 동아리 ‘새와 사람 사이’는 해마다 고양시에 찾아오는 제비를 조사한다. 지자체 지원 없이 스스로 5년 동안 조사하고 6년째인 올해도 조사하고 있다. 나는 동아리에 가입한 2017년부터 네 해째 조사에 참여하고 있다. 조사에 참여하며 회사가 있는 출판단지도 조사하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유수지에서 해마다 제비가 보이는 것을 보면 파주출판단지에도 제비가 둥지를 트는 게 분명하다. 그러나 바쁘다는 핑계로 조사를 하지 못하다가 제비 둥지가 회사 바로 근처에 생기면서 제비의 한살이를 살펴보게 되었다. 출근 시간 30분쯤 전 아침마다 살펴본 기록이다.
올해 출판단지에서 제비를 처음 본 날은 4월 14일(화)이다. 유수지 옆 텔레토비공원 하늘에서 제비 한 마리가 빠르게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유수지에서 출판단지 안쪽으로 날아가는 게 유수지에 들렀다가 산남리 쪽 마을로 날아가는 게 아닌가 싶다. 2013년에는 4월 10일에 처음 제비를 보고, 2015년에는 4월 2일에 처음 봤으니 올해는 다른 해보다 조금 늦게 본 셈이다. 4월 21일(화). 그러니까 올해 처음 제비를 본 뒤 일주일 만에 회사 근처 건물 난간에 제비 한 마리가 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유수지에서 흙을 구하고 멀지 않은 곳에서 새끼를 칠 것 같아 가슴이 설렜다. 4월 28일(화)에는 제비 두 마리가 공원 위를 빠르게 날아다니는 것을 보았다. 한 쌍인 듯 보였다. 5월 6일(수). 제비 두 마리가 공중을 빠르게 날아다니며 멀리 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근처에서 둥지를 짓고 있는 게 분명하다. 5월 7일(목). 제비 두 마리가 빠르게 날아다니다가 공원 옆 회사 건물 처마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에 둥지를 틀었을까. 조심스럽게 제비가 들어간 (주)앤에스피티 건물 앞으로 가니, 반가워라, 입구에 둥지를 짓고 있다. CCTV 뒤편 수직 벽돌에 둥지를 짓고 있다. CCTV 뒤라 제비의 심리 안정에 도움이 되겠다.
4월 21일, 휴식 5월 7일, 둥지 짓기
5월 9일(토) 09시. 모임이 있어 자유로를 달리다가 제비가 궁금하여 잠깐 제비 둥지에 들렀다. 비가 오는데 제비는 보이지 않고 둥지는 그저께보다 더 올라갔다. 멀리서 쌍안경으로 상황만 보고 얼른 자리를 비켰다. 아직까지 (주)앤에스피티 사람 중에 제비에게 해코지를 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 5월 11일(월). 제비 두 마리가 하늘을 빠르게 날아다니고 있다. 5월 13일(수). 제비 두 마리가 공원 위를 빠르게 날아다닌다. 둥지가 있는 곳에 가 보니 둥지 아래 똥 받침대가 만들어져 있다. 둥지는 아직 마르지 않은 진흙도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도 짓고 있는 단계이다. 회사 정문이다 보니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녀 불편할 수도 있어 똥 받침대를 만든 것으로 (주)앤에스피트 사람들을 믿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맙고 다행이다. 5월 18일(월). 제비 둥지가 궁금하여 (주)앤에스피티 건물 앞에 찾아가 보니 둥지가 완전한 모양이다. 조만간 알을 낳고 새끼 키우는 것을 볼 수 있겠다.
5월 13일, 똥 받침대 5월 18일, 완전한 모양
5월 19일(화)과 5월 21일(목)에도 제비 두 마리가 공원 위를 빠르게 날아다닌다. 5월 22일(금)에는 제비가 제비 둥지에 안 보인다. 혹시 둥지를 짓다가 위협 요인이 있어 다른 데 둥지를 지은 것일까. 똥 받침대까지 만들어 준 사람이 있는 건물이라 새끼치기에 좋은 곳이라 여겼는데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다.
포란
5월 25일(월). 제비가 둥지에 앉아 있다. 또 한 마리는 근처에서 깃털을 다듬는다. 지난주에 포란을 하는 제비가 안 보이는데가 알을 낳기 전에 똥 받침대를 만들어 놓으면 둥지를 포기하고 다른 데로 이사한다는 말을 들어 걱정이 많았는데, 드디어 포란을 한다. 너무 반갑다!
5월 25일, 포란 5월 25일, 수컷은 근처에서 깃털 다듬기
5월 26일(화). 둥지에 앉아 있던 제비가 날아가고, 근처에서 다른 제비 한 마리가 계속 깃털을 다듬고 있다. 내내 알을 품고 있어야 하는 상황은 아닌가 보다. 5월 27일(수). 제비가 둥지에 앉아 있다. 포란이 계속되고 있다. 근처에서 다른 제비 한 마리가 여전히 깃털을 다듬고 있다. 제비 두 마리가 가끔 둥지를 동시에 벗어나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을 보면 알을 낳은 단계가 아닌가 보다. 5월 30일(토) 18시, 회사에 들릴 일이 있어 잠깐 둥지를 살펴본다. 제비가 보이지 않아 셀카봉과 거울을 이용하여 둥지 안을 살펴보니, 놀라워라, 하얀 알 5개가 들어 있다. 크기가 좀 다른 것도 있는 게 금방 낳은 알도 있는 것 같다. 6월 1일(월). 제비가 둥지에 앉아 있다. 공원을 10여 분 살펴보고 다시 둥지에 오니 제비가 안 보인다. 다른 한 마리도 둥지 근처에 없다. 내내 포란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두 마리가 함께 먹이 사냥을 나간 듯하다.
6월 1일, 포란 6월 5일, ㈜앤에스피티 도정환 이사님
6월 2일(화). 제비가 제비 둥지에 앉아 있다. 근처에 다른 제비 한 마리가 깃털을 다듬지 않고 그저 쉬고 있다. 이런 상황은 6월 4일(화)까지 이어진다. 6월 5일(금). 음료수 한 박스를 사서 ㈜앤에스피티 사무실(직지길 470)에 들렀다. 지난달부터 건물 앞에 들락거렸지만 미리 허락을 받지 않았다. 그 동안의 결례를 사과하고 앞으로 할 제비 조사 허락을 받으려는 까닭이다. 8시 이른 시간인데도 도정환 생산영업이사님은 출근해서 거래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사를 하고 사정 말씀을 드렸더니 반가워한다. 요즘 경기가 안 좋은데 제비가 회사에 찾아와 좋은 징조로 여기며 지켜보고 있다고 한다. 당신도 손전화 카메라로 제비 사진 한 장 찍어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똥 받침대는 누가 만들었냐고 물었더니 현장 직원이 했단다. 보리출판사 카페에도 가끔 들르며 출판사에서 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다고 말씀하신다. 고맙다고 인사드리고 나오니 제비가 없다. 잽싸게 셀카봉과 거울을 이용하여 둥지 안을 살펴보니 아직도 알이 5개 그대로다. 5월 30일에 확인한 알 5개가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인가 보다. 공원에는 공작비둘기와 집비둘기가 잔디밭을 거닐고, 참새 무리는 둔치 뽕나무와 잔디밭을 오가며 먹이를 먹고 있다. (주)앤에스피티 건물의 제비 둥지에 다시 가니 제비가 알을 품고 있고, 곁에 수컷이 앉아 있다. 보통 4-5미터 떨어져 쉬던 제비가 바짝 다가붙어 쉬고 있다. 6월 6일(토) 13시 30분. 헤이리에 일이 있어 가는 길에 잠깐 제비 둥지에 들렀다. 제비 한 마리가 알을 품고 있는 사이 다른 한 마리가 곁을 지키고 있다. 한낮의 온도가 21℃씨까지 올라가는 날씨에도 알을 품고 있다. 조금 뒤 곁을 지키던 제비가 날아갔다 오며 둥지 안으로 들어가고 둥지에 있던 제비가 날아간다. 먹이를 먹이려고 교대하는 게다.
6월 6일, 포란 6월 6일, 한 쌍
육추
6월 8일(월). 제비가 제비 둥지에 앉아 있다. 다른 한 마리가 날아오자 둥지에 있던 제비가 날아간다. 날아온 제비가 부리에 아무것도 물지 않고 둥지에 들어갔다가 똥 같은 것을 문다. 새끼 똥이다. 천적을 피하려고 둥지 멀리 물어다 버리는 거겠지. 그렇다면 알이 깨어났다는 얘기다. 제비가 자리를 비운 사이 셀카봉과 거울을 이용하여 잠깐 둥지 안을 살펴보니, 맞다, 알이 아니라 아기제비들이 보인다. 그저께 알을 확인하고 오늘 껍질을 물어나르느라 바쁜 것이 아니라면 어제 알에서 깨어난 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면 오늘이 알에서 깨어난 지 2일째리라. 6월 9일(화). 알에서 깨어난 지 3일째. 제비가 제비 둥지에 앉아 있다. 조금 뒤 다른 한 마리가 똥 받침대로 날아와 앉는다. 그러자 둥지에 앉아 있던 제비가 날아간다. 똥 받침대에 있던 제비는 둥지로 날아올라 둥지 속을 살핀다. 먹이를 물고 오지는 않았다. 아직 먹이가 많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보다. 5분쯤 지났을 때 둥지에 있던 제비가 날아간다. 비워진 둥지. 제비 2마리가 공원 하늘에서 신나게 날아다닌다. 어, 제비가 3마리다! 근처에 또 다른 제비 둥지가 있는 것일까. 반가운 일이지만 이 둥지에서 아기제비가 이소할 때까지 이곳만 집중해 살펴보기로 한다. 6월 10일(수). 깨어난 지 4일째. 제비가 제비 둥지에서 날아간다. 둥지에서 4-5미터 떨어져 있던 다른 제비는 깃털을 다듬느라 정신이 없다. 10여 분 동안 날아갔던 제비가 둥지로 다시 날아와 둥지 위에 앉는다. 그러는 동안 근처에 있는 다른 제비는 여전히 깃털만 다듬는다. 깃털을 다듬는 제비가 수컷이 아닐까 싶다. 둥지에 돌아온 제비 가슴 깃털은 새끼를 돌보느라 그런지 깨끗하지 않다.
6월 8일, 새끼 똥을 부리에 물다 6월 9일, 교대 뒤 둥지 안을
살피는 수컷(추정)
6월 11일(목). 깨어난 지 5일째. 제비가 제비 둥지에 안 보인다. 2분이나 지났을까 제비가 날아와 둥지에 앉는다. 부리를 둥지 속으로 들이밀지만 아기제비가 고개를 내밀어 받아먹지는 않는다. 곧이어 다른 제비가 날아온다. 둥지에 있던 제비가 날아가고 새로 온 제비가 둥지 위에 앉더니 부리를 둥지 속으로 들이민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기제비가 고개를 내민다. 드디어 아기제비가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어미가 주는 먹이를 받아먹는다. 그러나 아직 어미도 아기제비도 아주 조심스럽다. 아기제비에게 먹이를 주고 잠시 자리를 지키던 제비가 또 날아간다. 아기제비들만 있는 둥지 상태가 잠깐 이어진다.
6월 12일(금). 깨어난 지 6일째. 제비가 제비 둥지에 앉아 있다. 다른 제비가 교대하러 오지 않았는데 똥 받침대에 내려앉았다가 날아 나간다. 4분쯤 어미 제비가 둥지에 없더니 한 마리가 돌아온다. 아기제비들은 둥지 밖으로 고개를 내밀지 않는다. 수컷으로 보이는 제비가 아기제비에게 둥지 안쪽에서 먹이를 전달하는 것 같다. 그러고는 둥지 위에서 둥지 안을 살펴본다. 그러는 사이 다른 제비가 날아와 4-5미터 떨어진 곳에서 부리를 닦는다. 가려울 때 긁는 것처럼 부리를 쇠에 좌우로 자꾸 부빈다.
6월 15일(월). 깨어난 지 9일째. 제비가 똥 받침대에 앉아 있다. 제비가 날아가자 곧바로 다른 제비가 날아와 아기제비한테 먹이를 준다. 고개를 빳빳이 들고 부리를 활짝 벌려 먹이를 받아먹으려는 아기제비들. 부리 안쪽이 보일 만큼 크게 부리를 벌리고 고개를 둥지 밖으로 내밀어 비로소 아기제비가 확연하게 보인다. 알 5개를 낳았는데 3마리까지는 확실하게 보았지만 먹이를 주는 제비에 가려 새끼가 몇 마리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먹이를 준 제비가 둥지 위에 있다 날아간다. 곧이어 다른 제비가 날아와 아기제비에게 먹이를 준다.
6월 16일(화). 깨어난 지 10일째. 제비가 습지 위를 빠르게 날아다니는데 세어 보니 6마리다. 인근에서 번식한 한 가족인가 보다. (주)앤에스피티 건물의 제비 둥지에 아기제비들의 부리가 보인다. 5마리가 분명해 보인다. 어미가 날아와 아기제비에게 먹이를 먹인다. 아기제비 5마리가 모두 부리를 하늘로 벌리지 않는다. 부리를 벌리지 않는 아기제비도 있다. 아기제비 한 마리가 거꾸로 돌아앉는다. 그러고는 똥을 눈다. 어미제비가 똥을 받아먹은 뒤 날아간다. 일이 분 뒤 다른 제비 한 마리가 먹이를 물고 와 아기제비에게 먹인다. 둥지 밖으로 나간 제비가 빠르게 날아다닌다. 공원에서 날아다니는 제비가 3마리다. (주)앤에스피티 건물 말고 다른 곳에 있는 제비와 날아다니는 게다.
6월 17일, 엉덩이 내민 아기제비가 있다 6월 18일, 아기제비 부리 깊이 먹이를 준다
6월 17일(수). 깨어난 지 11일째. 제비 둥지 아기제비들이 조용하다. 근처 4-5미터 떨어진 곳에서 깃털을 다듬는 제비가 있다. 수컷이지 싶다. 어미 제비가 날아오자 부리를 벌리고 고개를 쭉 뻗으며 자기한테 먹이를 달라고 아우성이다. 그런데 5마리가 다 그러는 것은 아니다. 부리를 내밀지 않고 엉덩이를 내미는 아기제비도 있다. 먹이보다 똥이 급한 게 아닌가 싶다. 어미 제비가 먹이를 주고 똥을 받아먹은 뒤 날아가자 조금 뒤 다른 제비가 먹이를 물고 날아온다.
6월 18일(목). 깨어난 지 12일째. 제비 둥지에 아기제비들의 부리가 세 개 보인다. 어른 제비 두 마리는 공원을 날아다니고 있는데, 낮게 나는 제비와 높게 날아다니는 제비가 있다. 낮게 나는 제비가 먹이를 물고 둥지를 찾는 경우가 잦다. 낮게 나는 제비가 두 번 먹이를 물고 올 때 높게 날아다니는 제비는 한 번도 안 물고 온다. 그래도 높게 날아다니는 제비도 먹이를 물고 온다. 아기제비들은 부리를 어제보다 훨씬 더 격렬하게 벌린다. 어미가 먹이를 아기제비한테 먹일 때는 얼굴의 상당 부분이 아기제비의 입 속으로 들어간다. 제비 둥지에 똥이 묻어 있다. 어미가 똥을 받기 전에 싸 버린 모양이다.
6월 19일(금). 깨어난 지 13일째. 제비 둥지에 아기제비들의 부리가 네 개 보인다. 많이 자랐다. 어미가 아직 오지 않았는데 엉덩이를 둥지 밖으로 내밀어 똥을 누기도 한다. 똥 받침대가 있어 다행이다. 어른 제비 두 마리가 공원 위를 날아다니는데 오늘도 낮게 나는 제비와 높게 나는 제비가 있다. 낮게 나는 제비가 빨리 먹이를 물고 온다. 격렬하게 부리를 벌리는 아기제비들. 그런데 부리가 4개밖에 안 보인다. 한 마리는 도태된 것일까. 어른 제비 두 마리가 먹이를 물고 오는데 동시에 날아오기도 한다. 먹이를 주고 똥을 받아먹고 날아가기도 하고, 먹이만 주고 곧바로 날아가기도 하며 두 마리가 부지런히 먹이를 나른다.
6월 22일(월). 깨어난 지 16일째. 제비 둥지의 아기제비들이 많이 컸다. 몸이 둥지 밖으로 많이 보인다. 그런데 4마리뿐이다. 지난주에도 네 마리만 보여 혹시 둥지 안에 있어 안 보이는 거겠지 좋은 쪽으로 생각했는데 계속 4마리만 보이는 것으로 보아 한 마리는 영영 떠났나 보다. 덩치가 크게 자란 아기제비들은 내내 먹이를 기다리느라 고개를 내밀거나 엉덩이를 둥지 밖으로 하고 똥을 누기도 한다. 엄마 아빠 제비도 바빠졌다. 두 마리가 동시에 먹이를 물고 와서 아기제비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한다.
6월 22일, 아기제비 똥구멍이 활짝 열렸다 6월 22일, 부리를 활짝 벌린 아기 제비들
6월 23일(화). 깨어난 지 17일째. 제비 둥지에 아기제비들의 부리가 네 개 보인다. 한 마리가 방향을 바꾸어 똥을 눈다. 덩치가 자라 방향을 바꾸려면 다른 아기제비들이 둥지 바깥쪽으로 몸을 옮겨줘야 하는데 서로 싸우지 않고 잘 비켜준다. 어미는 먹이를 물어와 금방 아기제비 부리 속에 넣어주고 날아가거나 똥 받침대에서 잠깐 쉬다가 날아간다. 엄마 아빠 제비가 부지런히 먹이를 나르고 있다.
6월 24일(수). 깨어난 지 18일째. 제비 둥지 아기제비들의 몸이 커져서 둥지 밖으로 반 이상이 나와 있다. 왼쪽에 있는 아기제비가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고 제일 오른쪽 제비는 몸을 많이 못 내놓는 게 몸싸움에서 밀리는 것 같다. 어미가 2-3분 간격으로 먹이를 물고 와서 먹이는데 가운데 아기제비한테 먹인다. 돌아가면서 골고루 먹이는 것이겠지. 제비 한 마리는 둥지 4-5미터 밖에서 깃털을 다듬거나 그저 쉬고 있다. 다른 제비가 두세 번 먹이를 갖고 오는 동안 계속 쉬고 있다.
6월 25일(목). 깨어난 지 19일째. 제비 둥지 아기제비들이 자꾸 몸을 밖으로 내민다. 어미가 먹이를 물고 와서 먹인 뒤 곧바로 날아가지 않고 똥 받침대에 앉아 있다. 아기제비들은 어미가 자세를 바꿀 때마다 소리를 내며 부리를 벌린다. 아기제비들의 소리는 먹이를 달라는 재촉이겠다. 그러나 어미는 느긋하다. 서서히 이소 준비를 시키려는 것인가. 그러고 보면 다른 제비 한 마리는 10분이 지났는데도 먹이를 물고 오지 않는다. 똥 받침대에 앉았던 제비가 날아갔다가 5분쯤 뒤에 먹이를 물고 와 아기제비에게 먹인다.
6월 26일(금). 깨어난 지 20일째. 아기제비 몸집이 둥지에 견줘 많이 크다. 어미가 먹이를 물고 오면 먼저 먹으려고 둥지 밖으로 반 이상 나와 있다. 어미가 가까이 오면 저한테 달라고 소리를 낸다. 네 마리가 한꺼번에 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는 모습이 치열하다. 그렇기 때문일까. 표정이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사납게 보이기도 한다. 어미는 이제 먹이를 잡아오는 속도가 여유롭다. 바로 날아가지 않고 똥 받침대에 앉거나 땅바닥에 내려앉아 쉬기도 한다. 아기제비들이 이소를 하도록 준비시키는 듯하다.
이소
6월 29일(월). 깨어난 지 23일째. 습지 위쪽 하늘에 제비가 빠르게 날아다닌다. 아니, 새끼를 키우는 부담에서 벗어나 둥지에서 먼 곳까지 날아다니는 것일까. 벌써 이소를 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나 다를까, 제비둥지에 제비가 없다. 이미 이소했다! 알을 깨고 21일째(토)나 22일째(일)에 이소했다. 이소 장면을 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그렇지만 사람들 간섭이 적은 주말에 이소하는 게 제비한테는 더 좋은 환경이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10분쯤 뒤에 제비들이 날아와 건물 위에 내려앉는다. 4마리가 내려앉아 살펴보니 모두 어리다. 이곳에서 이소한 제비들이겠다. 어미는 보이지 않는다. 보통 이소한 뒤에도 어미가 아기제비들에게 먹이를 잡아주기도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저께 정도, 그러니까 21일째(토)에 이소한 것일까. 여하튼 4마리 모두 둥지를 떠나 잘 살아가고 있는 듯해 다행이다.
6월 29일, 제비 둥지가 비었다 6월 29일, 갓 이소한 아기제비
6월 30일(화). 어린 제비 4마리가 공원 한쪽에서 낮고 빠르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얼핏 봐서는 어린지 어른인지 구별하지 못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꼬리가 짧고 모양새가 서툴고 어색한 게 느껴진다. 대체로 어린 제비 4마리만 빠르게 날아다니며 먹이를 찾지만 가끔 어미 한 마리가 날아와 5마리가 함께 날아다니기도 한다.
이로써 5월 7일 제비가 둥지를 짓고 있는 때부터 4마리가 이소하여 잘 자라고 있는 때까지 관찰한 기록을 일단락한다. ㈜앤에스피티 도정환 생산영업이사님 말씀처럼 제비가 그들이 깃든 곳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파주출판단지 사람들에게, 파주 지역민들에게 복을 가져다 주면 좋겠다. 아직 관찰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다. 2차 번식이 남아 있다. 그때까지 가능하면 출근할 때마다 살펴볼 예정이다. 부디 2차 번식도 잘 하여 겨울나기를 하는 동남아시아에 갈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기를 바라며. (2020.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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