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의 이모저모 <1> "공기밥 하나만 더 시키세요"
수정 : 2020-05-21 09:57:59
"공기밥 하나만 더 시키세요"
비가 내리던 5월 둘째 주 월요일 오후 6시부터, 지역신문 ‘파주에서’ 편집회의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석 달 만에 갖게 된 회의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바이러스를 의식하며, 약간의 간격을 두고 앉았다. 나는 지금은 비대면으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이후 학습자를 만나야 해서 조심스러워 마스크를 착용했다.
장소는 편집위원 중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헤이리에 위치한 ‘움’ 갤러리였다. 전시된 작품도 관람하고, 지면 구성과 지역 현안 중 이슈가 될 만한 얘기를 나누다 보니 밤 9시가 지났다.
회의를 마치고, 가까이 있는 성동리 맛고을 프로방스 쪽으로 저녁을 먹으로 갔다. 두부 전문 음식점에 들어섰다. 일행은 다섯 명이었다. 벽에 붙어있는 안내에 세트 메뉴가 적혀있다. 2인분, 3인분, 4인분이다. 2인분과 3인분을 하자, 4인분에 단품 하나 시키자, 그냥 단품으로 할까 등의 의견이 오갔다. 옆에서 듣던 주인아주머니가 말한다.
“4인분에 공기밥 하나만 더 시켜서 드셔보시고, 부족하면 더 시키세요.”
우리는 그렇게 하기로 했다. 보통 음식점에서는 인원대로 시키기를 바란다. 그런데 후한 인심을 가진 주인은 오히려 우리를 배려했다. 음식은 풍성했다. 콩 재료가 들어간 찌개만도 다섯 종류였다. 별도로 따라 나온 단품 요리도 많았다. 특별히 김치를 좋아하는 나는 열무김치를 한 더 부탁했다.
주인이 권한 대로 4인분 세트에 공기밥 하나 추가로 풍성한 만찬을 마치고 일어서자 주인은 냉장고에서 콩비지를 꺼낸다. 원하는 대로 가져가라고 한다. 우리는 주인이 담아 건네준 콩비지도 가져왔다. 주인은 우리 얘기를 들으셨는지, 농사를 짓고 있는 분에게 큰 푸대에 든 콩비지를 줄 테니 밭에 거름으로 사용하라고 한다.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들만 한 이때, 음식점 주인의 넉넉한 인심이 몸과 마음을 따스한 기운으로 감돌게 한다. 덤으로 갓 수확한 얻은 야채를 나눠준 편집장의 마음도 작은 기쁨을 더해줬다.
최순자 국제아동발달교육연구원 원장/ 대학강의
[아이가 보내는 신호들] 저자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