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이제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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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이제 학교로 돌아와야 한다
아침 8시 40분. 헐레벌떡 교문으로 들어가는 교사를 보고 한 학생이 “어? 선생님! 지각이네~요~” 하면서 웃는다. “으흠.. 아직 1분 남았거든? 잘됐다! 교실에 누가 먼저 가는지 내기할까?” “네!” 하고 교사와 학생은 웃으며 나란히 교실을 향해 뛴다.
2020년 5월 어느 날 8시 40분. 일상적인 학교 앞 모습들이 보이지 않는 교문을 교사는 자기도 모르는 무표정한 얼굴로 들어가고 있다.
오전 9시. 1교시 수업 전, 교사는 아이들의 눈과 몸, 그리고 보이지 않는 마음을 살핀다. 조금 늦게 들어오는 한 아이가 뒷문으로 빼꼼히 고개를 내민다. 그런 모습을 교사는 애써 외면하지 않고 웃으며 반긴다.
2020년 5월 또 다른 어느 날 9시. 덩그러니 놓여있는 아이들의 책상과 의자. 교사 책상에는 그동안 보이지 않던 여러 컴퓨터 기자재들이 즐비하다. 모니터를 살피고 기계들이 잘 작동하는지 점검한다. 가끔 복도를 지나는 동료 교사들을 본다.
오후 수업이 종료되기까지 아이들의 웃음소리, 노래와 리코더를 부르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 녹화 소리와 출석체크를 위한 전화 소리만 간간히 들린다. 오후에는 동료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오늘 수업을 평가하고 아이들을 위한 다음 수업을 함께 계획한다. 아이들은 없지만 수업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교사들의 눈빛은 초롱초롱하기만 하다.
느닷없이 찾아온 코로나 19가 학교현장의 풍경을 바꿔놓았다. 이 풍경이 우리 미래 교육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아직 단정지을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논하는 것은 번외로 치더라도 요즘 학교현장에서는 일상적인 우리의 모습들이 보이지가 않는다. 일상적인 학교의 모습은 일부가 아닌 모두가 함께 있어야 가능하다. 그래야만 교육이 가능하다. 그 모두가 주인이 되어야 학교 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모두가 주인이 되는 학교, 모두가 주체로 설 수 있게끔 노력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있다. 바로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다.(이하 전교조)
이제 30년이 된 전교조는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들고, 행복한 삶을 위한 교육을 위해 애써오고 있다. 촌지 거부로 떳떳한 교사로 거듭나고자 했으며 무상급식을 통해 교사, 학생 누구나 어울려 앉아 밥 먹고 이야기 나누는 정담있는 시간을 만들어냈다. 누구보다 뜨거운 마음으로 학생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권리가 최우선적으로 보장되기를 바라며 학생인권조례를 추진함과 아울러 수업을 개선하고 교사, 학생, 학부모가 함께 만들어가는 학교를 위해 혁신학교를 만들었다. 어느덧 하늘에 별이 된 세월호 학생들의 진상조사를 위해 어디든 달려가 유가족들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획일적인 사고를 단호하게 거부하고 학생 저마다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하는데 앞장섰다. 무엇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몸을 낮추고 눈높이를 같이 하며 학생들을 마주 대하였다. 함께 숨 쉬고, 함께 삶을 사는 꿈을 꾸고 있다.
이처럼 30년 긴 세월동안 차곡차곡 쌓아온 것들은 오로지 학생과 교육을 위해 헌신한 전교조 선생님들 노력의 결과물이다. 나를 내세우지 않고 남을 먼저 생각하며 학생, 학부모의 의견에 귀 기울여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일궈내고자 곳이 전교조다. 위에서 수직적으로 내려오는 교육정책이 아닌 아래에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고치며 만들어서 모든 이들의 의견이 반영되게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전교조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다.
전교조는 엄연한 자주성과 주체성을 가진 노동조합이다. 2013년 10월 24일 박근혜 정부는 전교조에 팩스 한 장으로 ‘노조아님’ 통보를 보내왔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전교조는 ‘법외노조’에 있다. 전교조는 학교와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모두가 행복하고 주체가 되는 삶! 그리고 교육을 꿈꾼다. 그런 전교조가 법외노조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아직 선생님들은 여전히 길거리에서 ‘법외노조 취소’를 호소하고 있다.
이제 전교조는 오롯하게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예전처럼 학생들과 둥글게 둘러앉아 무상급식으로 나온 밥과 반찬을 휘휘 저어 비빔밥을 만들어서 먹고, 아프고 상처받은 학생들을 위해 벗이 되어주고 말동무가 되어 곁을 지켜야 한다. 학부모들과 진실한 나눔으로 관계를 형성하여 한 목소리로 교육개선에 힘써야 하며 학교현장에서 누구든 소외되지 않도록 살피고 마음 쓰는데 전교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함께 숨 쉬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교육을 꿈꿔야 한다. 그 꿈을 모두가 함께 꿀 수 있도록 전교조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필연이다.
‘전교조 법외노조’ 7년.. 부당한 통보와 노동조합의 자주성과 주체성을 침해하는 모든 것들은 전교조가 꿈꾸는 것을 방해할 뿐이다. 전교조의 꿈을 같이 꾸기 위해 다시 한번 전교조 파주지회는 시민들 앞에 선다.
금릉역, 야당역, 운정, 금촌역에서 시민들을 만난다. 그리고 우리 행복한 삶과 학교, 교육을 위해 같은 꿈을 꾸자고 당당하게 말하고자 한다. 5월 20일. ‘전교조 법외노조 취소’ 대법원 공개변론일이다. 대법원의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하며 파주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전교조 파주지회 지회장 정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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