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마른 사람들, 교하낚시클럽 시조회
수정 : 2020-05-14 02:41:05
목마른 사람들, 교하낚시클럽 시조회
교하낚시클럽(회장 권노식)의 시조회가 코로나로 인하여 지난 주말인 5월 10일(일요일), 맥금동 인근의 속칭 ‘썩은배미’ 인근에서 열렸다.
클럽의 시조회는 연초에 낚시의 시작과 더불어 건강과 풍족한 조과를 기원하는 고사로 시작한다. 사전행사는 창립 취지에 따라서 공릉천 청소다. 아울러 한 해의 낚시를 마무리하는 ‘납회’ 역시 전 회원이 모여서 공릉천을 청소한다. 그런데 올 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3월에 있어야 할 시조회가 5월에 열렸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어 ‘생활 속 거리두기’를 시작한 첫 주말에 열린 것이다.
“금촌천 배수장 앞에서 청소를 하는 권노식씨를 보고 클럽에 가입이 가능하냐고 물어봤어요.”
신입회원인 이흥문(63년생)씨의 말이다. 그는 공릉천이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었던 기억을 생생하게 가지고 있다.
“쓰레기가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낚시금지구역으로 지정되었을 때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이제는 바뀌어야지요. 쓰레기만 되가져 가도 문제 없어요.”
사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늘 이곳에서 만나기 때문에 회원과 비회원 간의 차별은 그렇게 크지 않다.
▲ 비회원인 박종근님(58년생)은 회원이 아니지만 늘 열심히 참여한다.
▲ 충남의 온양 출신인 임노수 회원님은 핵심 멤버로 열심히 공릉천을 청소한다.
▲ 충남의 온양 출신인 이세환님은 핵심 멤버로 열심히 공릉천을 청소한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낙시금지’라는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인하여 더더욱 이 터가 소중하다는 사실을 절절하게 기억하고 있다. 평소에도 쓰레기는 최소화하고, 발생한 쓰레기는 되가져 간다. 자기가 있던 인근의 쓰레기마저 수거하곤 한다. 그렇게 하다가 제대로 청소해보자고 하여 모인 것이 <교하낚시클럽>이다. 이제는 파주시에도 봉사단체로 등록되어 해마다 쓰레기봉투를 지원받아서 청소를 한다.
쓰레기의 내용을 보면 사실 낚시꾼들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낚시꾼들의 떡밥 봉지와 음료수 캔들이 숲속에 감춰지곤 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쓰레기의 절대량은 홍수에 떠밀려온 생활 쓰레기다. 물에 뜨는 스치로폼과 페트병은 가장 흉물스럽다. 그리고 몰래 투기되는 산업폐기물도 문제다. 이번에도 커다란 드럼통을 수거했다. 캠핑이 금지되었지만 낚시 캠핑을 하면서 음주와 식사를 하는 부류의 사람들이 제일 꼴불견이고 쓰레기 방출량도 많다. 불법이지만 한 밤중의 일이라서 적발되는 일이 거의 없다.
풀섶을 뒤지면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은 녹녹치 않다. 언덕은 물론 물속과 수면 위에 부유한 쓰레기까지 모아서 지정된 장소로 쓰레기 더미를 이동시킨다. 회원들이 대부분이 공릉천과 함께 평생을 해 온 사람들이라서 연배가 높은 편이다. 그러다 보니 더더욱 숨도 차고 힘에 겹다. “힘들어도 해야지요. 올 해는 코로나 때문에 늦었지만 가을에도 할 겁니다.” 권노식 회장은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면서 소회를 말한다.
회원들 상당수는 유년시절부터 공릉천에 살아 온 토박이꾼들이다. 공릉천과 함께 성장한 사람들이라서 애정이 더더욱 깊다. 어릴 적 뛰놀던 공릉천에서 나이가 지긋한 이 순간도 이곳에 앉아서 힐링을 한다. 이런 포근함이 오랜동안 지속되길 바라는 마음들이 간절하다.
공릉천 청소는 낚시터를 지키려는 이와같은 꾼들의 간절한 마음에서 출발하여 자연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실천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생활 속의 작은 실천들이 모여서 모범이 되고, 공릉천으로 놀러 나온 행락객과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에게도 중요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목마른 사람들이 우물을 파면 그 우물은 많은 사람들에게 휴식과 희망을 나눠준다.
시민기자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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