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제정 100년을 앞두고 - 아동심리·부모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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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제정 100년을 앞두고
아동심리·부모교육 전문가 최순자 박사 칼럼
▲ 2020년 5월 5일 파주생태교육원 행사 -가족이 벽화를 그리고있다.
“고요하다는 고요한 것을 모두 모아서 그중 고요한 것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평화라는 평화 중에 그중 훌륭한 평화만을 골라 가진 것이 어린이의 자는 얼굴이다. (중략) 나는 지금 성당에 들어간 이상의 경건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사랑스러운 하느님의 자는 얼굴에 예배하고 있다.”
어린이날을 제정한 소파 방정환 선생의 ‘어린이 예찬’ 일부분이다. 올해가 98번째로 맞는 어린이날이다. 소파 선생은 어린이날을 제정하면서 세 가지를 지키자고 호소했다. 어린이를 인격적으로 대하자. 어린이에게 노동을 시키지 말자, 어린이가 배우고 놀 수 있는 시설을 제공하자이다.
소파 선생의 바람은 어린이날 제정 100년이 다가오지만, 아직도 제대로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첫 번째 공약인, 어린이들을 인격적으로 대하자는 것을 들여다보면, 부모가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형사정책연구’ 2019년 봄호에 실린 연구(김희송 외)에 의하면, 아동학대로 한 해 사망한 어린이가 150여 명에 이른다. 가해자는 엄마가 약 60%, 아빠가 약 30%로, 친부모로 인한 사망이 약 90%에 이른다.
두 번째 공약인, 어린이를 노동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아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지켜지고 있는 것 같다. 단 세계적으로 본다면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서는 어린이가 노동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세 번째 공약인, 어린이가 배우고 놀 수 있는 시설 제공은 잘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하고 싶지 않은 영어 공부, 피아노 학원 등 각종 특기 교육을 억지로 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매년 유엔에서는 한국에 권고안을 보내고 있다. 왜 한국에서는 어린이에게 놀 권리를 주지 않느냐, 어린이에게 놀 권리를 허하라는 것이다.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이다.
어린이를 자신의 목숨처럼 사랑했던 또 한 사람이 있다. 폴란드 의사이자 교육학자였던 야누스 코르착이다. 그는 의사도 그만두고 집 없는 아이들 200여 명과 함께 생활한다. 시대는 세계대전 중이었다. 어느 날 독일군이 이곳에 밀려온다.
코르착은 죽음을 예감한다. 아이들에게는 소풍을 간다며 좋아하는 것과 먹고 싶은 것을 가방에 넣게 한다. 그는 이들과 함께 한 줄기 연기로 사라진다.
유엔에서는 그의 탄생 100년이 되던 1979년을 ‘세계 아동의 해’로 기념했다. 1989년에는 그의 어린이 사랑 정신을 담은 ‘아동권리협약’이 만들어졌다. 협약에는 아동의 생존권, 보호권, 발달권, 참여권 보장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도 11월 20일을 ‘세계 아동의 날’로, 이날이 있는 주간을 ‘아동권리주간’으로 기념하고 있다.
소파 선생의 묘비에는 ‘동심여선’이라 쓰여 있다. 어린이의 마음은 신선과 같다는 것이다. 신선들이 인격적으로 대우받고, 노동 착취에서 벗어나고, 놀 권리를 향유하기를 바란다. 코르착은 어린이를 미는 병사들에게 “아이들을 함부로 밀지 마세요.”라고 했다. 목숨까지 바친 그의 어린이 사랑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어린이날 제정 100년이 되기 전에 작은 파도, 소파 선생이 호소한 약속들이 지켜지기를 바란다. 또 평생을 아이들을 위해 헌신한 코르착의 정중한 부탁대로 아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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