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의 생활단상 - 노래하는 음유시인 정태춘 선생이 문득 그리운 밤
수정 : 2020-04-15 08:03:36
최순자의 생활단상
-노래하는 음유시인 정태춘 선생이 문득 그리운 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자택에서 주로 비대면 강의를 하고 있다. 녹화와 교안 작성으로 목과 어깨가 아플 때는 종종 유튜브로 노래를 듣거나, 글쓰기나 심리, 삶의 지혜를 들려주는 강의를 듣기도 한다.
강연자는 사회적으로 인지도가 있고, 역사의 격동기인 70~80년대에 대학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도 있다. 개인적 얘기를 하다가 그 시기에 그냥 공부만 했다는 사람도 있다. 나는 그 엄혹한 시절에 역사적 고뇌가 있었다면, 과연 공부만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에, 그들의 진정성을 신뢰하기 어렵다.
10년 전 6월 주말 어느 날, 수원에서 개최된 정태춘․박은옥 님 공연에 다녀왔다. 그들의 세상을 향한 고뇌의 시간을 알기에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서는데 눈물이 나왔다.
그날은 '촛불, 시인의 마을, 윙윙윙, 떠나가는 배, 북한강에서,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사랑하는 이에게, 92년 장마 종로에서'를 들었다. 좋아하고 듣고 싶은 분들의 노래를 듣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노래 중간의 정태춘 님의 말도 가슴을 울리고 새로운 다짐을 하게 했다.
"30년(현, 40년) 동안 노래를 해왔다. 많은 사람이 지지를 해주었던 행복한 시절도 있었다. 최근에는 자신에게 하고 싶은 얘기, 친구에게 하고 싶은 사적인 노래들을 주로 한다.
왜냐하면 더 이상 사람들이 세상에 관한 것, 더 나은 세상에 관한 희망, 엉망진창인 야만적인 세상에 대한 절망, 분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진지한 것, 본질적인 것, 인간에게 근원적인 것을 듣기 싫어한다."
"지금 50대 후반(60대 후반)에 접어들었다. 자기 삶에 열정을 다해 살아왔다. 그러나 반쪽은 의미가 있다고 인정받고 반쪽은 가치가 없다고 배척, 부정당한 그 기분을 아는가?
주어진 사회, 상황에서 보람되고 열정적으로 살아왔는데, 그 열정의 내용이 사적인 고민이 아니고 공적인 고민을 했던 것들인데 지금 잊히고 폐기처분 되고 있다. 공적인 고민을 했던 그들에게 폐기처분되지 말고, 한때 고민했던 그런 것들을 다시 풀라고 노래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야만성을 벗어나라. 인간은 언제 윤리성을 회복할 것인가? 신자유주의로 다 가지 말아라. 더 열심히 싸웠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더 힘차게 노력하면 더 좋은 상황,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힘차게 다시 나와라!"
두 가수의 팬 카페인 ‘그늘진 마음의 벗’ 회원들과 공연 후 정태춘 선생과 잠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공연을 다녀와서는 주민문화축제 한마당을 기획하고 주최한 수원체육문화센터에 전화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을 초대한 것은 주민자치원장의 제안으로 모두 찬성해서 이루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나는 80년대 격동기에 대학 생활을 했다. 나도 정태춘 선생의 심정과 같다. 어젯밤에도 어느 유명인의 강연을 유튜브로 듣다가 도중에 그만뒀다. 학창 시절 위의 고민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다고 했다. 물론 그 얘기로 그 사람을 판단한다는 것은 한 단면만 보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 있음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밤에 문득, 음유 가객 정태춘 선생님이 그리웠다. 선생의 당부, ‘힘차게 다시 나와라!’를 품고 잠들지 못하고 다시 책상에 앉았다.
글 : 최순자 편집위원
* 사진 출처: 그늘진 마음의 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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