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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초동에 간 이유 (1) 집회 맨 끝을 지킨 사람들을 기억한다.

입력 : 2019-10-22 02:01:52
수정 : 0000-00-00 00:00:00

조합원 에세이

내가 서초동에 간 이유 (1)

집회 맨 끝을 지킨 사람들을 기억한다.

                                                고형권 작가(남한성/ 이신방전 등 출간)

 

 

 

처음 서초역 7번 출구에서 집회가 시작되었을 때 내 기억에는 300명이 채 안되었다. 그러더니 첫 토요일에 3만이 모였고 그 다음에 80만이 모이고 그 다음에 150만이 모였다.

서초역 집회가 계속되고 그 많은 촛불 시민들 중에서 나의 눈길을 끈 사람들이 있었다. 맨 끝을 지키는 사람들이다. 개국본도 아니고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명인사도 아니고 아침 10시부터 나와서 집회를 방해하는 세력에 맞서 서초경찰서 앞에 알 박기 하고나서 자리를 묵묵히 지킨 사람들을 기억한다.

바리게이트에 기대고 앉아 집회를 지키려고 했던 그 사람들을 기억한다. 우리 쪽을 향해 돌려놓은 스피커에 맞서 부부젤러로 대응하고 조국사퇴수호를 외치고 문재인탄핵최고로 대응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다른 시민들이 단상 앞 좋은 자리부터 자리를 채울 때 단상에서 외치는 연사의 소리가 들리든 안 들리든 묵묵히 아침부터 집회 끝날 때 까지 무식하게 집회 맨 끝에서 자리를 지킨 사람들을 기억한다.

그 사람들은 왜 집회 맨 끝을 고집했을까?

일베 공화당 쓰레기들이 처음에는 알박기로 집회를 방해하더니 다음 주부터는 세 대결양상으로 서초경찰서 고갯마루를 경계로 맞불집회를 했다. 그 놈들은 항상 우리보다 두세 시간 전에 집회를 시작했다. 본 집회가 시작되기까지 두 세시간 동안 일베 노인들이 우리쪽 집회를 준비하는 사람들보다 많을 때가 다반사였다. 노인들은 우리에게 욕을 하고 야유를 하고 세력과시를 했다. 집회의 맨 끝을 밀고 들어오려고 시도했다. 그때 집회 맨 끝에서 우리 집회 장소를 지키면서 노인들에게 대응하고 앞에 텅 빈 도로가 시민들로 가득 채워질 때까지 맨 끝을 지켰다. 매번 맨 끝을 지켰던 사람들은 어느 틈엔가 텅 빈 도로를 시민들이 다 채우고 서초역 사거리가 시민들로 꽉 찰 때가 돼서야 비로소 화장실에 가고 맛난 담배를 태우고 서로 싸온 떡과 빵을 나누고 커피를 나누어 먹었다. 그들의 얼굴에 비로소 안도와 오늘도 집회를 지켰다는 미소가 번졌다. 나는 그들에게서 광주를 지킨 시민군과 김밥을 나누던 아지매를 보았다. 그것이 나의 착각일까? 아니다. 나는 끝에 자리를 잡았던 아줌마 노인 젊은이 회사원 이쁜 색시 들을 영원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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