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는 함께 살아가야할 이웃입니다.
수정 : 2019-06-11 10:39:54
길고양이는 함께 살아가야할 이웃입니다.
▲살래텃밭 재활용쓰레기 모으는 한 켠에 있던 길냥이 집을 훼손해서 이미나씨가 재정리를 하고 있다.
“길냥이도 보호자가 있어요.”
“하루아침에 집을 잃고 갈 곳이 없게 된 생명들을 위해서 도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3월 27일 이렇게 문자가 오고 통화를 하게 되었다. 탄현면 살래텃밭에 있던 고양이집을 누군가 없애버려서, 안타까와 신문사로 연락이 온 것이다. 전화를 한 이미나씨는 없어진 고양이집 자리에서서 울음을 터트리고 자리를 뜨지 못했다. 밥그릇을 챙겨 사료를 주고서도, ‘애들’이 찾아올까봐 걱정이어서 4시간이나 그 자리에 있었다.
경위를 살펴보니, 봄이 되어 살래텃밭을 개장하게 되어 텃밭 관리 위탁을 받은 탄현면농업경영인협의회가 주변 정리를 한다며 고양이집을 치워버린 것이었다.
“제가 여기서 고양이를 돌본지 4년이 넘었어요. 관리하시는 분도 알아요. 만일 이곳을 정리해야한다면 쪽지 하나라도 붙여뒀어야했지요.”
며칠 후 현장을 찾았다. 살래텃밭 한 켠에 농기구나 비료를 모아두는 콘테이너 옆으로, 폐자재나 쓰레기를 모아두는 장소가 있고, 그 한 쪽에 고양이집이 있었다. 주변이 널직해서 마당처럼 보행에 아무런 지장이 없는 곳이었는데, 고양이집을 훼손한 것이었다. 이미나씨 혼자 얼기설기 바람막이를 세워놓고 정리한 고양이집을 같이 정리했다.
▲왼편에 나무판자로 바람막이가 되도록 만들어두었던 길냥이 집이 훼손되어버렸다. "철거한다는 쪽지라도 써놓지"라며 이미나씨는 안타까와했다.
▲사라진 집을 찾아온 길냥이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동물보호법상 고양이는 대상이 아닙니다.”
파주시농업기술센터 농축산과 주무관이 답했다. “길냥이는 동물보호법상 고양이는 대상이 아니어서 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다만, 경기도에서 중성화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공무원의 말에 따르면 “시에서는 쫓아달라는 민원과 보호해달라는 민원이 있으므로, 관에서 제재하거나 독려할수 없는 입장”이라는 것이다. 지금 파주시는 접수받은 순서대로 상반기, 하반기 2차례 고양이중성화수술(TNR) 사업을 하고 있다. 예산상 700마리의 TNR이 가능한데, 현재 접수된 곳이 130장소여서 올해 사업만도 이미 꽉 찬 상태이다.
탄현면의 난처한 입장
“살래텃밭은 공동으로 이용하는 곳이고, 야생동물이어서 혹시라도 어린이가 감염되는 일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겠습니까? 그런 우려가 있기 때문에 위탁받은 농업경영인협의회에서 조치한 것입니다. 관리사무실에 길냥이 보호에 대한 제안을 해주시면 공간제공 등 고려해보겠습니다.” 탄현면 산업팀장의 말이다.
이렇게 길냥이를 둘러싸고 작은 갈등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주거지
“그냥 생명이어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동물을 키우는 사람을 두고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라고 한다. 이미나씨도 애니멀호더 수준이다. 누가 봐도 엄청난 일을 하고 있지만 본인은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 돌보고 있어,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길냥이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살래텃밭에서 텃밭일을 하는데 2016년 5월 경 고양이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관리소 할아버지가 밥을 주고 있었는데, 애네들이 새끼를 낳으면 어떡하나하는 생각에 TNR수술을 해줬어요. 제가 개를 3마리 키우는데, 다니던 동물병원에서 도움을 줘서 수술 한 거죠.”
이미나씨는 텃밭이 폐장되는 겨울이 되자, 고양이 겨울나기가 걱정되어 집으로 데려왔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한 철을 나며 정이 들어 그냥 집에서 키우게 되었다. 20번째 집에 들이게 된 고양이 이름은 ‘행운이’이다.
아파트에서 고양이를 키우기 힘들어, 집을 지으며 아예 고양이방을 설계해서 보살피고 있다.
▲텃밭이 폐장되자 길냥이가 겨울 나는 것이 걱정되어 집으로 데려오다보니 20마리가 되었다.
“저는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아요. 그저 단지 생명이잖아요. 애들이 집이 없으며 어디로 가야하나요?” 다시 고쳐준 덮개집조차 두 번째 훼손되자...이미나씨는 문자를 보냈다.
“오늘 처럼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 이 어린 생명들은 어떻게 되었는지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때마침 새끼 낳은 지가 4~5일정도 됐는데(4월9일쯤 낳은 거 같아요) 날씨도 좋지가 않은데 집을 저 모양을 해 놔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아요. 어미가 안전한 곳으로 잘 물고 옮겼으면 좋겠다고 바라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해 줄 수도 없고... 생각할수록 화가 나요.”
▲ 이미나씨의 보살핌을 받고 쾌적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길냥이들
공존의 주체, 길고양이
동물과 공존하는 삶, 조금만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
길고양이가 길에 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우리가 도시를 세우면서 많은 생명들이 쫒겨났다. 인간만 있는 공간 자체가 비정상이라는 것을 인정해야하지 않을까?
거슬린다는 이유로 인간을 배척할 수 없는 것처럼, 길고양이도 함께 살아가야할 공존의 주체이다.
임현주 기자
#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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