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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41> 명수아재의 두릅 이야기

입력 : 2019-05-30 05:50:45
수정 : 0000-00-00 00:00:00

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41>

 

명수아재의 두릅 이야기

 

 

며칠을 미루었다. 밥숟가락 드는 손이 곪았다. 매일같이 산에 올라 두릅을 따다 보니 가시에 손가락이 찔린 것이다. 아직도 며칠은 두릅과 싸워와 한다. 두릅 이 녀석의 가시는 독이 있다. 찔리면 부어 오르고 심하면 곪는 것이다. 옆동네 보건지소에는 처녀보다 예쁜 의사 선생님이 계신다. 엄살을 보태 퉁퉁 불은 손을 내밀었다. 단번에 메스를 들이대고 피고름이 한바가지나 쏟아진다. 흐미 아파라. 엄살을 부려 보지만 항생제 주사까지 사정없이 엉덩이 살을 파고든다. 약국이 따로 없는 시골에는 삼일분 약까지 지어주며 사분사분 설명을 곁들인다. 자주 아프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다. 틀니마저 빠져버린 할매들만 보다가 어여쁜 색시를 보니 입이 잘 다물어 지질 않는다. 숫컷들이란.! 만원을 내밀고 6천원을 거슬러 받았다.

 

귀농한지 5, 양씨들 제각지기로 들어갔다. 산이 만평에 밭이 조금 있고 논도 2천평이나 된다. 집은 공짜다. 수리비 오백만원도 군에서 지원 받았다. 가을에 시제만 한번 잘 모시면 된다. 그동안 밤나무도 심고 두릅이며 블루베리 옻나무 복숭아 등 돈이 되고 인기가 있다는 유실수들은 죄다 조금씩 심었다. 모종 대금의 절반은 지원된다. 제초제를 쓰지 않고 풀을 깎으면 그 인건비도 지원받을 수 있다. 유기농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고사리도 제법 많아서 허리가 펴지지 않을 정도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수확한 농산물들은 공판장에 내기도하고 인터넷으로도 판매가 이루어진다. 판매는 문제가 없다. 좀더 젊었을 때 내려올 걸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제 예순 다섯이니 십년은 아니 이십년은 벌어먹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어서 농촌으로 돌아오라. 고달픈 도시 머슴 인생들이여!

 

항상 느끼는 일이지만 고되게 도시에서 남의집 살이 하며 스트레스 받는것보다 시골 내려와 내 맘대로 사는것이 행복이라 생각한다. 엊그제 어버이날에는 두릅 판 돈으로 맛있는 소갈비도 뜯었다. 손주들 손에도 갈비가 들려있었다. 명수아재 오늘은 머위대나 잘라서 나물을 해달라고 각시를 졸라볼 생각이다.

 

#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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