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40> 먼지 보통
수정 : 2019-04-12 20:57:58
도시농부 히고니의 텃밭일기 <40> 먼지 보통
연일 계속되는 먼지 속에서 무방비로 살았다. 실외활동을 자제 하라는데 가능한 일인가? 마스크 쓰고 일 할 수 있냐? 괜히 목은 컬컬하고 코딱지도 검다. 일하기 싫다. 먼지를 핑계로 책을 본다. 1년에 100권 넘게 책을 본적이 있었는데 농부로 전업한뒤 책을 다 처분했다. 화장실에 앉아 책을 본다. 책속에 길이 있다는데 , 다른데서 길을 찾다가 길을 잃었다.
냉이를 한줌캤다. 당귀도 싹을 내밀고있다. 지난 초겨울 쇠스랑으로 찍어서 물이 새고 있는 수도 파이프를 자전거 튜브로 묶어 주었다. 물이 두방을씩 샌다. 그냥 두었다. 뽑아 놓은 지지대를 한곳으로 모았다. 푯말들도 뽑아서 서로 회의를 하도록 주선했다. 몇년째 죽어있던 식기소독기를 인공호흡으로 살려 놓았다. 수저와 젓가락들이 고맙다고 난리다.
닭들이 알을 낳고 알을 품는다. 열마리만 새끼를 길러볼까? 알집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안그러면 품고 있는데 계속 알을 낳는다. 텃밭분양을 위해 신문에 광고를 하고 아파트에 전단지를 붙였다. 고봉산 산책로에도 전단지를 매달았다. 동네 카센터와 세탁소 마트에도 광고지가 붙어서 인지 아니면 밴드에 빨리 입금하지 않으면 조기 마감한다고 해서인지 통장에 입금하는 속도가 느껴진다. 올핸 분양을 많이 해서 농사좀 줄일 수 있으려나?
장항습지에 10년만에 들어갔다. 군인들도 철수했고 철조망도 걷어냈다. 가시박이 버드나무 군락지를 점령했다. 습지는 육지화가 진행중이고 나무들도 정글 수준이다. 말똥개와 장난을 치고 가시박 씨앗을 사진에 담았다. 비포장길을 달리며 차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고라니들은 김포로 건너 갔나? 곡릉천을 통해 고봉산으로 갔나? 안 보이네!
고춧대 들깻대를 치워야 한다. 지지대도 정리하고 수도 꼭지들을 교체해야한다. 햇볕에 노출된 엑셀파이프는 갈아줘야 한다. 차광막도 다시 설치하고 쉼터와 주차장도 정비해야 한다. 절임 배추 열포기 주문 받아서 절였다. 두포기는 내가 먹어야지. 이제 경칩도 지나고 바쁜날이 돌아왔다. 도시농부 히고니 올핸 뭘해야 하나? 우엉과 청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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