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반새의 사랑- 밀당하는 청호반새
수정 : 2018-08-08 18:25:03
청호반새의 사랑
청호반새는 물고기 사냥꾼입니다. 그래서 ‘검은모자를 쓴 어부’(영명: Black capped kingfish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청호반새는 물총새나 호반새 같이 하천에서 먹이사냥을 하고 둥지는 흙 절벽에다 구멍을 뚫는 독특한 새입니다.
필자는 문산읍이 홍수로 큰 일이 터졌을 때 자연다큐먼터리 ‘청호반새의 여름사냥’을 제작한 바 있습니다. 바로 장산리 한 숲에서 그들의 생활사를 공부했습니다.
총각 청호반새의 유혹
우선, 새의 혼인절차가 아주 재밌습니다.
혼인 절차의 첫 장면은 우리 인간들이 ‘선’을 보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전선에 앉은 총각 청호반새와 처녀 청호반새는 서로를 쳐다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깃털에 기생충은 없는지?’, ‘잘생겼는지?’ 등을 살펴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 다음, 총각 청호반새가 먹이로 처녀 청호반새를 유혹합니다. 작은 미꾸라지를 사냥한 총각은 처녀 청호반새 앞에 사냥거리를 내밉니다. “그 정도의 사냥감을 가지고는 어찌 새끼 키우기를 한담?“ 아직 마음을 허락하지 않으면 처녀 청호반새는 고개를 내젖습니다. 몸이 달은 총각 청호반새가 다시 사냥을 해서 다시 도전을 합니다. 정성스럽게 먹이를 다듬어 다시 처녀 청호반새에게 정중히 청혼을 합니다.
신혼살림집도 의견 모아 둥지 짓고
그 다음이 더 큰 문제. 신혼살림을 위한 집구하기도 여간 쉬운 게 아니죠.
청호반새 수놈은 먼저 길가나 물가의 절개지에 굴(둥지)자리를 암놈에게 보여줍니다. 수놈이 날아가 부리로 좋은 자리를 찍으면 암놈이 뒤를 따라 날아가 자리를 살핍니다. “겨우 20평이야?”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면 그냥 다른 자리를 떠납니다. 예비 신랑감은 다른 자리를 찾습니다. 그리고 예비신부에게 다른 좋은 자리를 선보입니다. 적당한 자리를 부리로 쪼아가며 의견을 나눕니다. 최종 의견이 모아지면, 둥지를 짓기 시작합니다.
청호반새 부부의 숭고한 새끼 사랑
한 일주일 정도에 걸친 집짓기 역사를 마치면, 알 낳기에 들어갑니다. 알은 4~5개. 알품기는 보통 23일정도. 부부 청호반새의 숭고한 새끼 사랑이 시작됩니다. 앞으로 23일 정도 새끼를 키워야 하는 새는 본격적인 사냥을 시작합니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을 위해 부부는 하루에도 수십여 차례 사냥을 해야 합니다. 먹이는 작은 곤충부터 물고기, 지렁이, 개구리, 들쥐, 심지어는 작은 새 새끼까지 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소(離騷).
겨울나기 위해 강남으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청호반새 새끼들은 이 땅을 떠나 겨울 피난을 합니다. 필리핀, 베트남 등 강남에서 겨울나기를 한 후 내년 5월이면 다시 고향인 우리나라를 찾아 어미가 그랬듯이 다시 사랑의 찬가를 부를 것입니다.
<노영대/임진강생태체험학교장, 전 문화재청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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