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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 기고만장 민주당, 이래서 될 것 같으냐?

입력 : 2018-06-07 13:06:52
수정 : 2018-06-08 11:02:56

2018 6.13 지방선거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쯤 되면 선거분위기가 무르익어 누구를 찍을지 정하느라 후보자들에 대한 얘기로 시끄러울만하다. 그런데 웬걸 파주시는 너무 조용한 것 같다. 다 거기서 거기지 뭐 하는 말들 일색이고 길게 말하지 않는다. 선거 유세 현장을 따라가 보며 든 몇 가지 생각들을 정리해본다. 그 생각의 줄기는 민주당이 너무 기고만장이라는 것이다.

파주 시장 최종환 후보는 지역 언론 3사를 고소했다. 가정보호사건에 대한 의혹을 명확히 풀어달라는 취지의 기사가 허위사실 유포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고소한 언론 3사가 포함된 지역 언론 5개사가 합동으로 마련한 시장후보 토론회에 최종환 후보는 나오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박재홍 후보는 시민을 무시하는 최종환 후보의 행태에 불만을 토로했다.

66일 현충일, 휴일 선거분위기를 취재하고자 금촌 시장에서 최종환 후보를 만났다. 이전에도 동료 기자가 최후보에게 동영상인터뷰 요청을 했는데 거절당했다는 말을 들었으나 재차 시도해보았다. “후보님, 동영상인터뷰 찍으시고 저희 신문사 메인에 뜨시면 좋으실 텐데요.” 최후보는 빙긋이 웃을 뿐 말을 하지 않고 보좌가 팔로 가로막는다. “어디 신문사예요?” “파주에서입니다.” “거기는 안찍어요. 그만 좀 하시죠.” 그만하라니, 뭘 어쨌다고? 후보를 따라가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었다. 그랬더니 보좌가 옆에 와서 뭐 찍으셨어요?” 하고 카메라를 들여다보려 한다. 하마터면 카메라를 검열당할 판이다. “동영상 찍었어요.” “찍으시는 건 괜찮은데 후보님께 말을 시키지 마세요.” “말을 시키지 말라니요? 언론사에서 시장 후보에게 인터뷰 못합니까?” “아니, 인터뷰는 해도 되는데 말을 시키시면 후보님이 다른 일을 못하잖아요.”

정말 이게 무슨 경우인지, 이참에 언론 3사 고발한 것 취하하실 생각 없으신지 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동영상을 돌렸는데 용량 초과에 핸드폰이 꺼져버렸다. 그냥이라도 물어야지 하고 길 건너편으로 자리를 옮긴 후보자에게 가니 쌩하니 다시 길을 건너가 버린다.

기자도 시민이다.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이런 꼴 보려고 박근혜 퇴진운동 때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졸망졸망 아이들 데리고 광화문에 가서 그렇게 목이 터져라 외쳤단 말인가.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시킨 문재인대통령 인기를 등에 업어 이리 기고만장할 수 있단 말인가. 문재인대통령은 민주당에서 만든 것이 아니다. 거대 시민단체에서 만든 것도 아니다. 뉴스를 보며 박근혜의 부정에 분개한 주부 한명 한명이, 장사하다가 불끈한 상인 한명 한명이, 이리 살아 안될 것 같아 분기탱천한 회사원, 노동자 한명 한명이 월차를 내고 광화문에 나가 외쳐 만든 것이다. 속고 살아 억울하다고 이게 나라냐며 휴일만 되면 광화문으로, 지역 광장으로 나갔다. 그런데 이렇게 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를 문재인대통령이 괜찮다 하실까?

민주당이 집권당이 되고 치르는 첫 선거가 기대해볼만하다 생각했다. 자유한국당이 집권당일 때는 뭉쳐서 물리쳐야 할 상대가 있었기 때문에 진보정당들이 다 같이 보였다. 그런데 이제 진보적인 당이 여당이 되니 각 당들의 특색이 볼만하다. 홍준표 대표의 행각을 봐서는 자유한국당 선전은 물 건너 간 것으로 보이니 남은 정당들에 내 소신을 실을 수 있는 것이다. 정정당당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의당, 경제를 살리겠다는 바른미래당, 노동자의 삶을 대변하는 민중당, 환경을 살리는 길이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는 녹색당, 각각의 색깔들이 보인다. 이것이 민주주의다. 당의 슬로건과 후보들의 사람됨과 정책을 보고 내 생각, 소신을 표에 실을 수 있는 투표, 이제야 민주주의가 왔구나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여당 후보들의 자만심에 찬 행태들이 파주만이길 바랐으나 은평구 민주당 후보도 토론회에 불참하고 거리에서 얼굴보기도 힘들다는 지인의 말을 들으니 이렇다면 견제 야당으로 색깔이 반대인 당이 제1야당인 것도 괜찮지 않을까? 당을 보지 않고 사람 하나만 봐서는 내 평생 처음으로 저쪽 당을 뽑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리고 선거가 너무 조용하다 느껴지는 이유는 이제 확성기 들고 유세차량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시끄러운 스피커 소리에 혀를 내두른다. 유세차량 앞에 모이는 사람은 두서너 명이다. TV에서 인기 있었던 후보자가 와도 유세장에는 선거 운동원들뿐이다.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 악수를 청하는 것도 식상하다. 마지못해 악수를 받아줄 뿐이다.

선거는 축제라야 한다. 민주주의의 꽃이 선거이기 때문이다. 모 당 선거운동원이 깨방정 춤을 추어 신문기사에 오른 것을 보면 시민들은 새로운 것을 보길 원한다. 후보자들이 시민들과 진정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보여줄 거리를 만들고 관심을 끌어보는 것은 어떨까? 정당들의 색깔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는 퍼포먼스, 이색 선거운동을 파주에서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왜냐, 남북 화해 물결 속에 파주는 통일로 가는 길목이 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해 질 것인가, 북으로 가는 길에 지나쳐가고 마는 도시가 될 것인가 중요한 기로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중요한 때에 기고만장한 민주당 시장 후보라니, 시민은 멍청하지 않다. 예리하게 보고 판단한다는 사실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래서는 안된다.

허영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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