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경제지 전공지(林園經濟志 展功志)》 출간
수정 : 2022-04-22 01:16:49
《임원경제지 전공지(林園經濟志 展功志)》 출간
풍석문화재단⦁임원경제연구소
《임원경제지 전공지》 (전 2권, 총 880쪽, 각권 33,000원)
풍석 서유구 지음, 추담 서우보 교정
도올 김용옥 서문
임원경제연구소(정정기⦁정명현⦁김수연⦁차서연⦁최시남) 옮김
풍석문화재단, 2022
1. 풍석 서유구의 필생의 대작 《임원경제지》 16지 중 하나인 《전공지》
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 《임원경제지》 중 직물농사 백과사전인 《전공지》를 풍석문화재단(이사장 신정수)과 임원경제연구소(소장 정명현)에서 최초로 완역 출간했다. 2003년에 번역을 시작했다가, 2016년도부터 시작된 문화체육관광부의 “풍석학술진흥연구 사업” 지원에 크게 힘입어 본격적으로 번역사업을 진행시킨 결과다. 풍석(楓石)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역작인 이 백과사전은 16개의 분야로 구성되어 있으며, 글자 수가 252만 여 자에 이른다. 그중 다섯 번째가 《전공지》다. 20년째 《임원경제지》 번역에 매달리고 있는 (사)임원경제연구소가 《임원경제지》 완간을 향해 막바지 힘을 쏟아냈다.
《전공지》는 5권 2책, 총 58,564자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제목인 전공(展功)은 부공(婦紅, 부녀자의 베짜기. 홍[紅]이 여기서는 방직의 뜻으로, 공으로 읽는다)을 풀어 놓는다[展]는 뜻이다. 부공은 여성 노동력에 의한 고치와 삼, 모시와 칡, 면의 길쌈활동을 말한다. 이 작업은 먹을 것을 생산하는 일 못잖은 고되고 강한 노동을 요구했다.
따라서 서유구는 의복과 관련된 역사나 신화보다는 뽕나무 심고 누에치고 베 짜는 근본적인 기술에 주목했다. 이를 위해 중국ㆍ일본ㆍ조선의 문헌 80종을 인용하여 방대한 직물농사 백과사전을 직조했다.
권1은 <누에치기와 길쌈(상)>이고, 권2는 <누에치기와 길쌈(하)>, 권3은 <삼베류 길쌈>과 <목화 길쌈>, 권4는 <그림으로 보는 누에치기와 뽕나무 재배>, 권5는 <그림으로 보는 길쌈>이다.
이번에 출간된 번역서에는 이전의 《임원경제지》 번역서와 마찬가지로, 번역문과 원문을 나란히 병치시켜 원문 대조에 편이성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편집되었다. 또한 그림 288장, 사진 250장, 표 9개, 일러스트 59점이 수록되어, 양잠ㆍ길쌈ㆍ방직의 다양한 모습이나 기술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화보는 아니지만 거의 매 쪽 그림이나 사진이 실려 있어, 거의 화보와 같은 효과를 준다. 편집상 건조하게 보이는 기존 고전번역서의 틀을 깨고 있는 것이다.
2. 《전공지》의 개괄적인 내용
권1에서는 누에치기의 기본이 되는 “뽕나무 재배”와 “꾸지뽕나무 재배”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뽕나무에 대하여 ‘알맞은 토양’, ‘파종 시기’, ‘종자 고르기’, ‘오디 심기’, ‘옮겨심기’, ‘휘묻이와 꺾꽂이’, ‘접붙이기’, ‘지상(나지막하게 가꾸는 뽕나무)’, ‘뽕나무밭 관리하기’, ‘가지치기’, ‘의상법(뽕나무 협동 재배법)’, ‘황폐해진 뽕나무 관리법’, ‘부가사항’ 등 뽕나무와 뽕을 얻기 위한 전 과정을 자세히 다루었다.
<접붙이기의 일종인 엽접법과 탑접법>
권2에서는 “누에치기”의 실제로 들어가서 누에씨, 잠실, 누에발 등의 제도와 누에의 생리에 기반한 바른 양잠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누에가 고치가 되어 비단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우선 고치를 잘 가려 좋은 고치에서 실을 자아내야 한다. 자아낸 실로 비단을 짜는 길쌈의 과정은 다시 염색 과정을 거쳐야 복식의 최고급 재료로 거듭나게 된다.
<누에치기>
<뽕잎을 먹는 누에들>
<냉분 활용을 위한 굴뚝과 부뚜막의 구조>
<마전(표백)한 직물 염색>
<이상을 1권으로 묶어 출판했다. 다음은 2권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권3에서는 <삼베류 길쌈>과 <목화 길쌈>을 소개한다. <삼베류 길쌈>에는 삼과 모시, 어저귀와 칡 등 목화 이외의 식물성 섬유 재배와 방직을 다루며, <목화 길쌈>에서는 목화 재배에서부터 방직에 이르기까지를 다루고 우리나라의 길쌈법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모시 삼기>
<무명베 짜는 과정>
권4에서는 <그림으로 보는 누에치기와 뽕나무 재배>, 그리고 모시 재배 내용을 수록하여 사람들이 그림을 통해 중국의 발달된 제도를 쉽게 본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원나라 때의 ⟪왕씨농서⟫의 그림(27회)을 근간으로 하여 청나라 때의 ⟪농정전서⟫(1회)와 저자 서유구의 저술인 ⟪경솔지⟫(3회)의 내용으로 보완했다.
특히 권4~5에서는 원 저술에 실린 그림과 함께 인용한 문헌에 수록된 실제 그림을 나란히 배치시켜 서로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시대와 공간에 따라 어떻게 그림이 변했는지를, 마치 ‘숨은그림찾기’ 게임을 하듯이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누에시렁(蠶槌, 잠추)>
<견옹(繭甕, 고치항아리)>
권5에서는 <그림으로 보는 길쌈>을 수록하여, 중국의 발달된 기계들을 본받아 태고 시절의 제도를 답습하고 있는 조선의 길쌈 기술을 변혁시키고자 했다. 중국의 ⟪왕씨농서⟫(24회)를 위주로 조선의 제도는 ⟪경솔지⟫(17회)를, 일본의 제도는 ⟪화한삼재도회⟫(12회)를 폭넓게 참조하여 서술했다.
<무명 베날기>
<베틀의 구조>
<직기>
<대방차의 구조>
3. 《전공지》의 특징 및 완역의 의의
《전공지》는 조선과 중국ㆍ일본의 다양한 문헌에서 양잠ㆍ길쌈ㆍ방직에 관한 정보를 가장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그 결과 옷감의 재료를 확보하고 실과 천으로 가공하며 염색과 빨래를 통해 아름답고 따뜻하며 안전하고 건강한 의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든든한 토대를 구축했다.
한산모시, 안동삼베가 시장에 나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얼마나 많은 공력을 들였는지를 알 수 있는 조선의 기록자료는 거의 남지 않았다. 다만 김홍도나 김준근 같은 희대의 화가들이 조선의 풍속을 아름답고 정교하게 그림작품으로 남겨 두었을 뿐이다. 이들의 그림작품은 문자화 된 《전공지》에서 소개한 설명과 거의 일치한다는 점에서도 《전공지》의 정확성과 전문성을 평가할 수 있다. 이제는 그것마저 사라져 길쌈기술을 보유한 이들을 인간문화재로 보존해야 할 처지다.
이러한 《전공지》의 완역은 여성 전유의 전문기술이 대부분인 양잠ㆍ길쌈ㆍ방직에 대해서 일반 독자가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특히 다양한 그림과 임원경제연구소에서 연구를 통해 그린 일러스트는 어려운 기술과 기계에 대한 이해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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