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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   ‘쓸모있는 실업을 할 권리’를 말하고 싶다

입력 : 2022-03-21 02:44:39
수정 : 0000-00-00 00:00:00

지난 책 되새기기

 

쓸모있는 실업을 할 권리를 말하고 싶다

[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 / 이반일리치/ 느린걸음/ 2014

 

이반일리치의 이 책은 현대사회를 살면서 문뜩문뜩 떠오르고, 자문하게 되는 삶의 본질에 대해 송곳처럼 묻는다. 아프게 묻는다. 노동이 분업화되고 다양한 상품이 늘어났는데, 과연 잘 살고 있는가? 지난 20년간 해매다 약 50종의 언어가 사라졌지만 이에 주목하는 사람이 있는가?

모든 것이 상품과 서비스로 되면서 삶 자체가 세계시장에서 유통되는 상품에 의존하게 되었다. 삶이 몰수 된 것이다. 그리고 이전에 자기가 하던 많은 것들, 집을 짓고, 농사 짓고, 노래하고, 음식을 만들던 것들이 몰수되어 가난의 현대화가 구조화된다. 그리고 이 현실을 전문지식으로 포장하고 선동하는 전문가의 제국이 되었고, 민주주의가 위축되어버렸다.

그래서 일리치는 지금은 전문가의 관리가 아니라 대중의 결단과 정치행동이 필요한 때라고 말하며, “상품 개발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개인과 공동체에 맞는 사회구조를 다시 상상하고 설계할 것인가?”를 묻는다.

4장에서는 쓸모있는 실업을 할 권리를 말한다. “노동이 노동력을 자본에 결합시키는 직업을 의미하고, “자율적이면서 의미있는 일을 하기 위한 조건으로 실업을 선택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쓸모있는 실업을 권리라고 말한다.

이반 일리치가 현대사회를 예리하고, 본질적으로 분석한 부분에 대해 저절로 공감하게 된다. 특히 전문가의 제국이라는 분석에서 교육, 병원, 정치의 개념을 재해석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의문이 가시지 않는다. 과연 일리치가 제시하는 새로운 사회구조를 실현할 수 있을까? 그가 제시하는 현대의 자급’, ‘사용가치 기반 사회’, ‘공생의 도구’. 이런 개념이 실현될 수 있을까? 이성이 사라지고, 확증편향과 진영논리만 넘치고, 그리하여 개개인의 심리는 분노 혐오 편가르기로 어두워진 2022! 지구 한편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한편에서는 주가상승에 희열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이 때! 나를 쓸모없게 만든 구조에 대해서는 일리치의 진단에 백퍼 동감하지만, 그가 말하는 사용가치 기반 사회는 상상이 쉽지않다.

어쨌든 나는 그를 따라 “20세기 중반을 '인간을 불구로 만든 전문가의 시대로 부르고자한다.

 

자유기고가 홍예정

 #1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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