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책 되새기기]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 (틱낫한 지음, 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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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 (틱낫한 지음, 싱긋)
1926년 베트남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틱낫한은 아홉 살 때, 풀밭 위 평화로이 앉아 있는 불상(佛像) 사진을 보고 자기도 ‘저토록 평화롭게’ 되었으면 하고 바랐다. 한 번은 가까운 산에 기거한다는 은자(隱者)를 만나러 갔는데, 은자는 만나지 못하고 예쁜 조약돌과 나뭇잎이 바닥에 가라앉은 깊고 맑은 샘을 만났다. 틱낫한은 샘물을 마시고 ‘마치 은자의 얼굴을 마주 대하는 것 같았다’고 술회했다. 열 여섯에 승려가 됐다.
스무 살 중반의 틱낫한은 이미 베트남 불교 개혁의 중심에 있었다. 앎(seeing)과 함(doing), 명상과 활동이 본래 하나임을 수련하던 틱낫한은 ‘어떻게 하면 보통 사람들이 수련을 생활화 할 수 있을까? 그들이 사는 사회에서 수련이 실현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학교를 세우고, 고아를 돌보고, 농부에게 영농기술을 가르치고, 서양 철학과 외국어를 공부하면서도, 명상수련을 함께하기를 꿈꿨다. 종단 대표들은 변화에 저항했지만, 젊은 승려와 젊은 평신도들이 따랐다. 그러던 도중 베트남 전쟁이 터졌고, 조국에서 추방되어 39년간 망명생활을 하면서도 사회적 평화와 내면의 평화를 함께 추구했다. 1982년 프랑스에 플럼 빌리지를 세워 세계인에게 명상을 전하면서 수많은 활동가를 양성했다. 2005년이 되서야 베트남에 돌아갔고, 지난 1월 입적했다.
기독교의 핵심을 가장 짧게 정리한 게 ‘주의 기도’라면, 불교는 ‘반야심경’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제 아제 바라아제’ 같은 문구가 나오는 반야심경은 한자 260자, 한글로 옮겨도 몇 페이지 되지않는 불교의 가장 심오한 진리를 고도로 응축한 핵심 경전이다. 틱낫한이 해석한 반야심경이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는 이에게 권한다.
유형선 (‘탈무드 교육의 힘’ 저자)
#13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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