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책 되새기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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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책 되새기기]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한국학자료원)
‘아름답게 산다는 게 무엇일까?’ 마땅한 대답을 찾지 못해 아이들에게 물었다. “매일 한 번씩 하늘을 보는 거요!” 작은아이 대답에 이어 큰아이도 입을 열었다. “남에게 해만 끼치지 않아도 아름다운 삶 아닐까요?” 윤동주 유고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읽으며 두 아이 대답이 다시 생각났다.
별 하나에 추억과/별 하나에 사랑과/별 하나에 쓸쓸함과/별 하나에 동경과/별 하나에 시와/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소학교 때 책상(冊床)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異國) 소녀(少女)들의 이름과,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별 헤는 밤’ 중에서)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서시’ 중에서)
시인의 호명으로 지상의 모든 힘없고 연약한 존재들은 하나하나 숭고하고 아름다운 별이 되었다. 시집 초판 서문에서 정지용은 도덕경 글귀로 시인을 평했다. ‘노자 오천언에 허기심 실기복 약기지 강기골(虛基心 實基腹 弱基志 强基骨)이라는 구가 있다. 청년 윤동주는 의지가 약하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서정시에 우수한 것이겠고, 그러나 뼈가 강하였던 것이리라. 그렇기에 일적(日賊)에게 살을 내던지고 뼈를 차지한 것이 아니었던가?’ 이런 게 정녕 아름다운 삶이로구나!
말도 이름도 빼앗겼던 당시, 아름다운 우리말로 시를 쓴다는 건 독립운동이었다. 그래서 시인은 사상범으로 옥사했다. 올해로 광복 76주년이지만 세상은 여전히 부끄러움을 모른다. 그래도 우리가 시인의 시집을 부단히 읽는다면, 시인의 무덤엔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유형선 (‘탈무드 교육의 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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