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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책 되새기기] 나쁜 페미니스트

입력 : 2017-05-24 15:35:00
수정 : 0000-00-00 00:00:00

 

나쁜 페미니스트


록산 게이 | 노지양 옮김 | 사이행성 | 2016년 3

 

‘나쁜 페미니스트’는 제목부터 도전적이다. 

 

이 책은 페미니즘을 얘기하는 것 같지만, 또한 록산 게이라는 여성의 삶의 이야기이도 한 책이다. 그래서 보통의 인문학 책에서 놓치게 되는 ‘자신을 대상화’시키거나, ‘사회 분석이라는 이름으로 문제를 구조화 시스템화’시키지 않았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고 싶다. 

 

예를 들어 1부 젠더와 섹슈얼리키의 한 장인 ‘나는 여성의 힘을 믿는다’는 내게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다. 여기서 록산게이는 ‘헝거게임’책에 열광하였던 자신을 묘사한다. 그리고 “난 여성이 가진 잠재적인 힘에 매혹된다”고 고백하면서 과거의 기억을 들어낸다.

 

그는 중학교 다닐 때 사랑하던 남자친구가 자신을 끌고가 윤간을 하고, 그들끼리 자신을 “걸레”라고 불렀던 그 ‘잔혹하도고 끔찍했던 일’을 고백한다. 그 당시의 치욕을 드러낸다. ‘누구나 남들이 모르는 역사가 있다’, ‘여성캐릭터는 왜 항상 호감만 연기해야 하는가’ ‘뚱뚱한 사람들이 사는 법’ 등 여성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고통과 문제를 책과 영화, 드라마와 문화현상에서 찾아내고, 나아가 자신의 경험을 아주 솔직하게 풀어낸다. 그래서 이 책은 타자가 없다. 정희진씨는 “주체와 대상의 이분법을 극복했다. 글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체현적 글쓰기의 모범”이라고 정희진씨는 추천사를 썼다. 과찬이 아니다.

 

이 책은 그대로 록산게이의 삶이 녹아있다. 그리고, 읽다보면 여성인 내가 녹아들어있음을 알게 된다. 그래서 어느덧 뚱뚱하지만 귀엽고 너무나도 솔직해서 그의 모든 역사와 살갗까지 알아버린 듯 그와 똑같이 선언하게 된다. “나는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기보다는, 나쁜 페미니스트를 택하겠습니다.”

 

자유기고가 홍예정

 

#6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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