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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책 되새기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입력 : 2017-06-16 00:16:00
수정 : 0000-00-00 00:00:00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신영복 저 | 돌베개 | 1998년 08월 15일

 

궁체로 신동엽과 민중문학을 글로 적으려니 크리스탈 그릇에 된장국을 담는 것 같아 맞지 않다며, 칠순 어머니를 닮은 ‘소박하고 어수룩한’ 써도 껄끄럽지 않을 한글을 고민한 사람. 스물일곱 살의 사형수 신영복. 수인의 자리에서 스물일곱살의 사내가 이 같은 고민을 하여 만들어낸 서체 신영복체. 그리고 그 글씨체와 함께 세상 밖으로 비로소 나온 책으로도 유명한 그의 옥중서간.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처음 이 책을 접한 것이 벌써 이십년이 지났으나 아직도 이렇게 곁에 두고 봄은, 그의 옥중 다짐과도 같다 할까, 아니면 자칫 도태될 자신을 연마할 도구처럼 붙잡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은 몇 개의 문장 때문이었다.

34쪽, 밤의 긴 터널 속에서라는 부제를 달고 그가 말한다.

 

“손가락을 베이면 그 상처의 통증으로 하여 다친 손가락이 각성되고 보호된다는, 그 아픔의 참뜻을 모르지 않으면서 성급한 충동보다는, 한 번의 용맹보다는, 결과로서 수용되는 지혜보다는, 면면한 기도가, 매일 매일의 약속이, 과정에 널린 우직한 아픔이 우리의 깊은 내면을, 우리의 높은 정신을 이룩하는 것임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충동에 능하고, 우연에 승하고, 아픔에 겨워하며, 매양 매듭 고운 손 수월한 안거에 연연한 채 한 마리 미운 오리 새끼로 자신을 한정해 오지나 않았는지......”

 

한 번씩 일상의 자잘한 일과에 부딪혀 허우적일 때면 나를 다듬고 일으켜 세워주는 마흔 즈음의 故신영복 선생의 단정한 문장들. 살아갈 날들이 많은 우리가 만나게 될 숱한 일들 앞에 움츠리다 혹은 흥하다가 자칫, ‘매양 매듭 고운 손 수월한 안거’로 타성에 젖게 되거나 아니 될 일 들 앞에 쉽게 흔들릴 적에 가슴에 두면 채찍으로 우리를 지켜 줄, 고언들. 세상과의 단절은 그에게 더 깊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로 남았고, 우리에게는 뜨겁게 세상을 살다 간 한 지성인의 정갈한 담론으로 오래 기억될 이 책. 마음 어지러운 시간 한 번씩 펼쳐 읽으면 수신의 시간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권해 보는. 유월.

 

주성임 기자

 

#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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