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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호의 교육칼럼 풀씨 (36) 혁신학교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조건

입력 : 2020-11-26 12: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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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호의 교육칼럼 풀씨 (36) 혁신학교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조건

 

  

작가 전종호

[가벼운 풀씨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출처 : 경기도 혁신학교 정보센터  

 

역사는 선형線型으로 진화하지 않는다. 혁명 뒤에는 반동反動이 따르고 반동의 진폭 뒤에 더 큰 진전이 있다. 진퇴 우여곡절의 역사적 경험을 겪으면서도 자유가 확대되어 간다는 헤겔의 진보적 세계관이 옳다고 믿는다. 세계가 이렇듯 민주주의 정치와 정책 또한 이런 궤도에서 크게 벗어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10여 년 동안 비약적으로 성장한 혁신학교 정책의 급진적 속도와 전파범위를 보면 정책이라기보다는 운동에 가깝다. 혁신학교는 2009년 경기도의 빈곤 지역 소재 13개 학교에서 시작하여 202091일 현재 경기도 801개교, 몇 개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방교육청에서 시행되고 있다. 시행 학교 수의 문제가 아니라 혁신학교의 영향력은 단위학교를 넘어 학교혁신, 교육혁신의 더 큰 단위의 주제와 프로젝트로 진화되고 있다.

 

 

출처 교육부 블로그 (2020년 3월 현재)

 

혁신학교의 급속한 성장은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급격한 속도 안에는 간과할 수 없는 위기의 요소도 담겨 있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잘나갈 때 조심해야 한다. 질의 담보 없는 양적 확대는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무늬만혁신학교라는 비아냥은 해당 학교를 넘어 혁신학교 정책에 대한 신뢰를 위협할 수 있다.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은 정책 성공의 필수요소이다. 교직원이나 학부모의 동의율이 50% 이하인데도 신청만 하면 추진 능력에 대한 점검 없이 지정해 주거나, 단위학교의 자발성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장의 의지로 교육지원청 산하의 모든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하는 사례는 재고되어야 한다. 이제 시작하는 다른 도 교육청은 몰라도 10년 이상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경기도의 경우 단위학교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어서 입증할 수 있는 성과가 쌓이지 않으면 쉬이 국민들의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초기에 비하면 혁신학교의 지원체제도 많이 약화되었다. 역차별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재정적 지원과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이라는 행정적 지원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혁신학교 수가 적었을 때 교육청 차원의 컨설팅 및 평가체제도 이제는 잘 작동되지 않고 있다. 일반 학교도 지금은 돈이 없어서 하고 싶은 일을 하지 못하는 정도는 아니다. 혁신학교가 증가함에 따라 학교 현장의 요구에 보다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교육지원청으로 지원 업무를 이전하고 있는데, 교육지원청의 혁신학교 지원 업무는 한계가 있고, 담당자의 혁신역량은 현장에서 의문을 받는다. 교육지원청의 혁신역량과 혁신학교 지역 네트워크의 운영이 형식적이거나 부실하지 않은가도 점검해야 한다. 혁신학교 사업의 지역화를 유도하기 위해 교육지원청별로 지역 혁신교육 포럼을 구성, 운영하고 있다. 이것이 의도대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지역 단위에서는 혁신학교의 일들이 교육지원청과 지방자치단체 간의 업무 중첩성으로 인하여 꼬이기도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적 업무 의지와 교육지원청의 행정적 업무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학교와 학부모는 지역에 있고, 시장은 지역에 살고, 지역 대표인 교육장은 발령받고 2년이 지나면 떠날 사람이라 시장만큼 지역 문제와 지역적 요구에 민감하지 않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초기 혁신학교에 있었던 교육 변화에 대한 열기와 헌신적인 복무 자세가 지금 혁신학교에도 남아 있는가 점검해야 한다. 전에 비해 교원들의 열기가 식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교사들에게는 근무환경, 노동조건 등 위생요인도 중요하지만, 교육과 학교의 변화에 기꺼이 동참하고자 하는 동기 요인이 중요한데, 학교 안에 이를 위한 조건들이 구축되고 있는지, 아니면 뜨거웠던 열심을 식히는 요인이 무엇인지 살펴보아야 한다. 교사의 자발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과 문화가 형성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정책도 일생이 있다. 의제 설정부터 종결까지 일련의 정책 과정을 거친다. 자연스럽게 소멸되는 것도 있고, 종결되는 것도 있다. 기간을 정해서 시작하는 정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하나의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의제 설정부터 정책 결정, 정책 집행과 평가과정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보완 절차가 필요하다. 특히 종료 기간 없이 계속적으로 효과를 발휘해야 하는 정책은 총괄평가에 의존하지 말고 정책이 진행되는 동안 지속적인 과정평가와 영향평가, 평가결과를 피드백하는 과정을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 분야 정책이 대표적인데 학교를 세워두고 평가를 진행하거나 문제를 고치기 위해서 학교 문을 닫을 수는 없다. 정책 집행은 정책 결정 내용을 행정적으로 실천하는 단계다. 정책 결정에서 세세한 규정을 제시한다고 해도 정책 집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행정재량(discretion)이 발생하기 때문에 정책은 진행되면서 약간씩 수정과정을 거치게 된다. 정책은 정책이 집행된 후 또는 진행 과정에도 지속적인 평가를 통해 의문 사항을 확인하거나, 또는 정책이 미치는 파급효과를 사전에 계속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정책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결정 단계에서 설정한 목표를 집행단계에서 달성했는지의 여부, 즉 예상한 실행 수준과 달성된 실행 수준의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정책 집행과 평가에도 거버넌스를 강조하고 있다. 전통적인 이해당사자인 기업, 각종 이익집단뿐 아니라, 노조와 다양한 시민단체, 일반시민들도 정책 집행과 평가단계에 참가시킨다. 일반시민으로부터 여러 비판과 의견을 수렴하기도 하고, 반대로 정책의 필요성을 설득하거나 정책의 효과성을 검증하기도 한다. 일반시민들의 의견은 언론이나 NGO를 거쳐 간접적으로 반영되기도 하고, 여론조사나 공청회를 통해 직접 전달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혁신학교 정책도 집행단계별 평가를 거쳐 여러 차례 수정과 변형을 거쳐왔다. 우선 단위학교는 지정 2년 후에 중간평가를 하고 사업 종료 만기인 4년째 최종평가를 받아 재지정 여부를 신청하게 되어 있다. 이 평가과정에서 학생, 교사, 학부모의 만족도를 조사하는데, 혁신학교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4년 단위의 평가과정과 재지정 과정에 대한 엄격한 점검이 필요하다. 질의 담보 없는 양적 팽창은 성공할 수 없다. 혁신학교 지정운영평가 등을 포함한 혁신학교 정책은 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운영지원 조례에 근거한 경기도혁신학교위원회에서 심의하고 결정한다. ‘경기도혁신학교위원회는 교육청 일부 국·과장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고 일선 학교의 교원(교장이나 교사), 의회 의원, 학부모 대표와 시민단체 대표들이 위촉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혁신학교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적 당면과제와 시대적인 요청과 장기적인 방향의 혁신학교 진로를 잡아가는 정책 단위로서 경기도 혁신학교위원회의 정책 역량과 함께 그 위상이 보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혁신학교 진행 과정의 모니터링 시스템과 정책 거버넌스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혁신학교 정책도 정책평가 주기를 정해 세밀한 평가와 함께 진로를 수정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교육 관료들의 전문성 제고뿐 아니라, 학교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학교 밖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듣는 과정이 요청된다. 정책은 동태적으로 변동된다. 소멸 또는 종결되거나 계승될 수 있다. 계승되는 과정에서 쇄신되거나 수정되는 과정을 거친다. 진행되면서 하위 사업들이 분리되어 나가거나 다른 프로젝트와 통합될 수도 있다. 혁신학교 정책이 마을교육공동체나 미래학교 정책과 통합될 수도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정책담당자의 관료적 추진방식이 아니라 학생의 교육적 이익을 중심에 두고 학교 현장과 다양한 교육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이다.

혁신학교 정책은 최고 결정권자인 교육감이 바뀌면 종결 또는 수정될 수 있다. 혁신학교가 소기의 성과를 내지 못하면 스스로 폐기될 수도 있다. 결국 혁신학교의 지속 여부는 혁신학교 자체에 달려 있다. 확실하게 성장하고 반박할 수 없는 성과를 학부모와 주민 등 교육이해관련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존재 이유를 각인시켜야 한다. 민주주의는 목소리의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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