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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 되는 동심의 잔치, 밝은누리 연극제를 보고

입력 : 2015-03-11 13: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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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2일, 파주에 있는 다산초급중학교(교장 박윤규)에서 주관한 밝은누리 연극제를 관람했다. 동화를 쓰고 그리는 작가로서 관심이 가서 운정행복센터를 찾아갔다. 교육은 언제나 우리에게 뜨거운 감자이지만 뾰쪽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대안 교육은 나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이 연극제는 내게 그런 희망의 빛 한 줄기를 전해 주었다.



 



전국에 하나뿐인 5~6학년 학교  



2012년에 문을 연 다산초급중학교는 전국에서 하나뿐인 5~6학년 학교이다. 성장기가 빨라져 5학년 무렵부터 사춘기가 시작되는 점에 착안, 이때부터 아이들에게 재능을 개발하고 개성을 키우는 교육을 하기 위한 대안 학교를 만든 것이다. 연극은 이 학교의 중요한 수업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한다. 특별히 재능이 있는 아이들만 참여하는 게 아니라 각 반이 연극 한 편씩을 만드는데 모두가 참여하여 4편의 연극으로 잔치판을 벌였다는 점이 돋보였다.



 



아래층 욕쟁이 할머니 



첫 번째 작품은 <아래층 욕쟁이 할머니>였다. 우리 사회에서 흔한 층간 소음 문제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그 속내에는 역사의 질곡과 아픔이 똬리를 틀고 있었다. 일제 강점기에 근로정신대에 끌려가서 겨우 생환한 언니를 60년 만에 만난 욕쟁이 할머니의 사연은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강제 노동에 시달리다가 연합군의 폭격으로 공포증에 걸려 작은 소음에도 겁에 질리는 언니때문에 할머니가 그토록 소음에 화를 냈던 것이었다. 두 자매가 60년 만에 만나는 장면에서 나는 가슴이 울컥했는데, 할머니 역을 맡은 어린 배우의 연기도 압권이었지만 어릴 때 함께 부르던 동요 ‘반달’을 부르며 기억을 되살리는 장면은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벌거벗은 제름왕 



널리 알려진 동극 <벌거숭이 임금님>을 각색한 <벌거벗은 제름왕>은 어설픈 연기가 즐거움을 주었는데, 마지막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 왕이 거짓말을 일삼는 대신들을 다 파면하고 정직한 어린이들과 나랏일을 하겠다는 발상은 유쾌한 반전이었다.



 



쥐 둔갑 이야기 



세 번째 작품은 잘 알려진 민담 <쥐 둔갑 이야기>를 영어 연극으로 각색했는데, 민담답게 발랄한 풍자가 잘 녹아 있었다. 진짜 서 첨지와 가짜 서 첨지를 구분하는 문제를 낼 때 아내가 ‘내가 가진 명품 가방이 몇 개냐?’고 묻는 것은 우리 시대의 세태를 아이들이 따끔하게 꼬집는 것 같았다.



 



아리랑



대미를 장식한 작품은 우리 영화사에 이정표를 세운 춘사 나운규의 역작 <아리랑>을 어린이 극에 맞게 재구성한 것이었다. 이 학교의 교장인 박윤규 작가의 그림책 <아리랑>을 대본으로 삼아 그 시절의 영화처럼 변사가 나와서 상황을 끌어가는 신파극이었다. 검정 테이프로 오려 붙인 우스꽝스런 콧수염을 단 두 꼬마 변사가 능청스럽게 ‘~는 것이었다’ 라고  할 때는 너무 귀엽고 우스워서 정말 배꼽이 흔들렸다. 그리고 결국 일본의 앞잡이를 죽이고서 일본 경찰에 끌려가는 주인공 영진을 보며 마을 사람 모두가 아리랑을 부르는 장면은 가슴을 울컥이게 하는 감동으로 다가왔다.



이렇게 짤막한 네 편의 연극이 나를 동심에 젖게 하고 그에 더하여 재미와 감동을 주니 마음이 흐뭇하였다. 교장 박윤규는 서두의 인사말에서 아이들의 연극을 지도하며 자신이 먼저 행복해졌다고 했는데, 연극이 끝나고 나서 나 역시 행복감을 느꼈다. 그리고 우리 세대는 왜 이런 교육을 받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과 더불어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나도 이런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실로 오랜만에 동심으로 푹 젖어든 시간이었다.



글 ? 사진 | 김종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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