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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 부모와 자녀가 함께 꿈꾸는 놀이터

입력 : 2016-08-31 18: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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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녀가 함께 꿈꾸는 놀이터

 

 

장애 아동 중에서도 발달 장애아들은 부모의 손길을 더욱 필요로 한다. 의사소통이나 상황 판단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생활 속 많은 부분에서 부모가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4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발달 장애인은 전화 사용이나 식사 준비, 교통수단 이용 등에서 도움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가 장애인 기준, 발달 장애인을 돌보는 보호자의 약 70%는 부모로 대부분의 발달 장애아동 부모는 ‘자녀보다 딱 하루 더 사는 것’을 꿈으로 꼽곤 한다.

 

그런데 여기 내 아이보다 하루 더 살기를 바라는 것이 장애 부모들의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두 명의 발달 장애아동을 둔 엄마이자,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의 대표, 임신화 이사장이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직업시설을 만드는 것이 임신화 대표의 꿈이다.

 

꿈고래놀이터 임신화 이사장

우리 나이로 12살, 10살 남매를 키우는 그녀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주부이자 엄마였다. 결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아이를 키우던 그녀의 삶은 두 아이가 자폐성 장애 1급 판정을 받으며 180도 달라졌다. 로또보다 더 희박한 확률이라는 결과에 그녀는 깊은 슬픔을 느꼈지만, 그대로 감정에 잠겨있지 않았다. 자녀가 둘이나 같은 증상을 겪고 있다는 건 직접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 여겼고 사회에 발달 장애인을 위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주위 장애인 부모와 함께 협동조합을 만든 그녀는 먼저 치료실 운영에 나섰다.

 

대부분의 발달 장애 아동은 하교 후 복지관이나 사설 아동발달센터를 다닌다. 사설 아동발달센터의 경우 40분 치료, 부모 상담 10분으로 이뤄진 총 50분 과정에 회기마다 5~1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받는다.

 

▲아이들을 엄마의 마음으로 돌보는 꿈고래놀이터.

 

꿈고래놀이터부모협동조합(이하 꿈고래)은 센터 운영의 투명성 문제를 해결하는 동시에 그 이름이 말해주듯 어떤 기관보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는 공간이다. 믿을 수 있는 선생님을 통해 일반적인 언어, 인지, 감각통합, 미술, 놀이치료 등의 과정을 제공하는 것은 물론 모든 수업 내용을 네이버 밴드를 통해 매일매일 아이들의 부모님과 공유한다.

 

또한, 숫자를 가르치더라도 단순히 덧셈, 뺄셈의 개념을 알려주기보다 과자를 직접 2개씩 포장해보는 등 향후 직업훈련과도 연계할 수 있는 과정을 제공한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여타 기관과 달리 함께 슈퍼를 가거나 산을 오르는 등 가벼운 외부 활동이 잦다는 점도 부모들이 꿈고래에 만족하는 이유다.

 

▲믿을 수 있는 선생님을 통해 언어, 인지, 미술치료를 받는다.

 

그중에서도 꿈고래만이 지니는 가장 특별한 점은 단연코 비장애 아동과 함께 하는 통합 프로그램이다. 보통 발달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실 형태의 협동조합이라면 으레 장애 부모로만 이뤄져 있을 것이란 짐작과 달리 꿈고래는 장애 아동들만의 공간이 아니다. 약 120명에 달하는 조합원 중 장애 부모는 70명으로, 30명의 비장애 부모와 치료 선생님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20명이 나머지를 이루고 있다.

 

꿈고래에서는 두 달에 한 번꼴로 클레이아트나 가베, 독서모임 등의 프로그램이 열린다. 보통 일반 아이 4명, 장애아이 1명이 그룹을 이루어 수업을 진행한다. 한편 꿈고래는 장애 아동 부모가 아주 특별한 강사로 거듭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성교육은 장애 아동을 둔 부모들이 가장 다루기 어려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아이에게 장애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힘든데 일반 아이들처럼 사춘기의 여러 증상을 보이는 모습을 용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반 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하는 장애 인식 교육 역시 장애 아동 부모가 직접 교사가 되어 운영한다. 자신의 아이가 있는 학급에 가는 것은 아니지만, 엄마의 관점에서 장애 아동을 대하는 법 등을 알려준다. 물론 모든 내용은 장애인 인권센터에서 검증받은 것들이다. 

 

 

▲감각통합 놀이치료를 하고 있는 아이들.

  

꿈고래 협동조합은 다음 단계로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직업 시설을 만들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운영비의 일부를 저축하고 있으며 사업체를 만들고자 하는 부모님이 있다면 컨설팅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꿈고래가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가족이 아니더라도 장애 아동을 돌볼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을 만드는 것이다.

 

임신화 이사장은 언젠가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혼자 여행을 떠나고 싶은 꿈이 있다. 그날을 위해 그녀는 미리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의 공동체를 만들고자 한다. 장애 아동을 돌보는 일은 절대 부모만의 몫이 될 수 없다. 더 많은 사람이 부모의 마음으로 그 짐을 나누어질 때 우리 사회 역시 한층 더 성숙해질 것이다.

 

 

 

글 · 사진 베네핏 이은수

 

 

 

#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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