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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리 ‘꿈의학교’에서 꿈꾸다

입력 : 2015-08-27 12:40:00
수정 : 0000-00-00 00:00:00



헤이리 ‘꿈의학교’에서 꿈꾸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 나도 방학은 늘 나태하고 게으르게 보내왔다. 해가 머리 꼭대기에 있을 때 일어나는 것은 기본이요, 일주일 넘게 햇빛도 쐬지 않거나 하루 종일 티비와 컴퓨터 앞을 왔다 갔다 하는 그런 평범한 방학을 말이다.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은 좀 더 성실하고(비교적) 보람찬(주관적) 방학이었던 것 같다. 주 일중 4일은 9시에 일어나고, 하루 종일 헤이리를 싸돌아다녔다. 피부는 더 까매졌지만 그만큼 더 즐거웠다. 헤이리에서 무얼 했느냐고? 예술 수업을 들었다.



 



헤이리 꿈의학교는 A조, B조로 나뉘어 각각 다른 수업을 듣고, 다른 분야의 예술을 했다. 내가 들은 수업은 A조의 수업으로, 사진과 천연염색, 채색의 세 가지가 있었다.(B조는 건축분야). 10시에 커다란 셔틀버스를 타고 헤이리로 도착하면 대학생 보조 선생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수업할 선생님의 작업실로 향한다.



 





▲사진강사로 활동하신 이안수 헤이리 촌장



 



내가 속한 A조 3반의 첫 수업은 이안수 선생님의 사진 수업. 첫 수업은 선물로 USB를 받으며 시작되었다. 하얀 수염을 갖고 계신 선생님께 선물을 받으니 한여름에도 참 크리스마스 같았다. 그 뒤로는 헤이리를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찍은 사진은 USB로 옮겨담으며 선생님의 코멘트를 들었다.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내면서 나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는 기회도 있었다. 다양한 피사체를 담으며 내가 사물을 보는 시각이나 생각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최종적으로 골라낸 네 장의 사진은 꿈의학교 마지막 날 전시되기도 했다. 카메라를 드는 게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사진에 대해 고민해보고 경험한 좋은 수업이었다. 또 사진을 찍기 위해 헤이리를 돌아다니며 헤이리의 구석구석을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마숙현 선생님의 '자연에서 색깔찾기' 강의



 



두 번째 수업은 손경미 선생님의 천연염색 수업이었다. 이안수 선생님 댁에서 도시락을 먹고 땡볕 아래를 조금 걸으면 손경미 선생님의 가게이자 작업실인 ‘일상’이 보인다. 작은 쪽방에서 땀을 식히면 손경미 선생님이 포근한 미소로 시원한 물과 얼음을 건내며 오늘 수업에 대해 설명을 하셨다. 다양한 재료와 방식으로 매번 다른 작품을 만들었는데, 하나같이 생소하고 신기했다. 말로만 듣던 푸른빛의 쪽 염색, 집에서도 할 수 있다는 황토를 이용한 염색, 초록색을 내는 녹물염색, 햇빛이나 알칼리로 색을 더해가는 감물염색 등 여러 가지 방식과 재료로 염색을 하다 보니 새삼 선생님이 대단해 보였다. 염색물을 우려내고 담구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고되고 복잡했던 탓도 있었다. 그리고 천연염색이라고 하면 다들 찜질방의 황토색 찜질복 정도로 떠올리는데 정말 곱고 예쁜 색이 많았다. 화려하고 세련되진 못해도 수수하고 단아한 매력이 있었다.



 



마지막 수업은 꽤나 멀리 걸어야 하는 갤러리에서 진행됐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틀어진 갤러리로 들어가면 김진곤 선생님이 우리를 맞이해주셨다. 수업 이름이 ‘꿈을 찾아 떠나는 채색여행’이니만큼 가장 꿈과 관련된 활동을 많이 했는데, 보통은 미래 자신의 모습을 생각해보는 활동이었다. 자신의 미래모습을 부채에 그리거나, 캔버스에 미래 자신의 집을 그려보거나, 나잇대 별로 자신이 해야하고, 하고 싶은 일을 우산에 나타내보는 것들이 있었다. 또 합동작품이나 컬러링북, 꿈공책 만들기 등 남는 게 많은 수업을 진행하셨다. 캔버스에 물감, 꼴라주, 우산에 유성펜, 부채에 색연필과 사인펜같이 다양한 소재와 재료 덕인지 지루하지도 않았다. 사진과 염색수업이 지식과 경험을 쌓으며 꿈과 자신을 생각하는 수업이면 채색수업은 일상적이지만 새로운 활동으로 스스로 생각하게 만드는 수업이었다.



 





▲헤이리 꿈의학교를 마치며 작품을 구경하다 찰칵!



 



안타깝게도 B조의 수업은 경험하지 못했지만 A조의 수업만큼 유익하고 재밌었을 것 같다. 평소에는 자주 가지도 못했던 헤이리에 들락거리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으며, 무엇보다 개학하고 아침에 일어나는게 그닥 힘들지 않았다! 사람은 성실하게 살아야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세 분의 선생님 모두 너무 열심히 가르쳐주시고, 보조 선생님도 즐겁게 대해주셔서 정말 남다른 방학이었다.



 



 



글 사진 조은현(중3) 「파주에서」Teen 청소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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