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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 수원청개구리가 함께 살아요”

입력 : 2016-07-07 15:02:00
수정 : 0000-00-00 00:00:00

“우리 동네에 수원청개구리가 함께 살아요”

탐사활동하고 즐거운 밤 나들이도 하고 우리는 월롱초 ‘수원청개구리 탐사대’~~

 

▲마을길을 걷고 있는 수원청개구리 탐사대
 

28일 수요일 저녁 7시. 한 낮에 푹 푹 찌는 더운 기운이 한 풀 꺾이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녁 무렵이다. 텅 빈 운동장 뒤 쪽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들린다. 학교 텃밭과 연못사이 호두나무 아래에 한 무리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모여 있다. 아이들은 해드랜턴을 하고 있는가 하면 수서생물 관찰용 뜰채와 곤충 포집 망을 들고 있다. 무리 속엔 엄마와 아빠도 보인다. 바로 월롱초등학교 ‘수원청개구리 탐사대’이다. 올해로 2년째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수원청개구리는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우리나라에서만 서식하는 개구리다. 수원에서 처음 발견됐다 하여 지어진 이름, 수원청개구리. 그런데 첫 발견지에서보다 우리가 살고 있는 파주 그것도 월롱면 논습지 일대에서 더 많이 발견되고 있어 세계에서도 주목 받고 있다.

 

▲논습지를 탐사하는 수원청개구리 탐사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양서류 1급으로 등록된 아주 귀한 생명이다.

 

“아이들에게 내가 사는 곳에 아주 중요한 생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고 싶었지요.”

 

2년째 수원청개구리 탐사대를 이끌고 있는 박병삼 선생님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월롱초등학교 주변에는 수원청개구리 뿐만 아니라 멸종위기 식물 2급인 층층둥굴레가 서식하는 큰 군락지가 있고, 참게, 실뱀장어, 밀어 등 귀한 생명이 많다.

 

“수원청개구리와 내가 같은 마을에서 살고 있다는게 자랑스러워요.” 아이들은 수원청개구리 탐사를 하면서 수많은 생명들을 만난다. 그리고 그들에게 이름을 불러준다.

 

▲수생식물이 어떻게 물에 뜨는지 설명하고 있는 박병삼 선생님

 

오늘은 연못에서 막 탈피한 잠자리의 유충을 살펴보고 수생식물인 물속에서 뜨는 이유를 살펴보기로 했다. 그리고 문산 천변 층층둥굴레 군락지로 가서 꽃이 폈는지 살펴보고, 그 너머 너른 논으로 나아가서 수원청개구리를 만나기로 했다.

 

교문을 나서니 초록을 담은 논이 양쪽 길가에 펼쳐져 있고 그 끝으로 문산 천 뚝 길이 보인다. 그 길을 걸으면서 박병삼 선생님의 생태해설이 곁들여지니 더할나위 없이 재미있는 저녁 나들이다.

 

마침, 해오라기 한 마리가 논둑으로 날아든다. 지난 주 탐사 땐 뜸부기도 관찰됐다고 한다. 겨울 철새임에도 사계절을 이곳에서 보내는 흰 뺨 검둥오리 두 마리. 하늘을 무리지어 날아가는 오리류와 아이들 발자국소리에 놀라 날아가는 황로 무리를 만났다.

 

그리고 들어선 곳이 문산 천 둑 방길.

 

“어! 언제 이렇게 해 놓았지?” 모두가 뜨악한 표정이다. 흙으로 덮여 있어야 할 둑길이 포장도로로 변해 있었다. 둑길 양가에 화려하게 피어 있는 자귀나무가 밑이 잘려 나뒹굴어져 있는 등 여간 삭막한 게 아니다. 또 이 쪽 저쪽을 오갈 수 있는 내리막길을 없애버려 층층둥굴레 군락지를 보러가려던 계획은 틀려버렸다.

 

“어느 해 저녁 무렵이었어요. 층층둥굴레서식지를 보러 문산 천 개울을 건너려고 하는데 마침 농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듯한 할아버지 한분이 자전거를 타고 둑길을 내려와서 잔잔한 여울물이 흐르는 이곳 개울을 건너 반대편 둑길로 올라가시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몰라요. ” 자연의 모습이 사라지고 자연도 사람도 소통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 문산 천을 보고 못내 아쉬워하며 말하는 김미희 월롱초등학교 생태강사의 말이다.

 

시간은 점점 밤으로 향하고 둑길에서 석양의 노을을 만났다. 그리고 개울가에서 헤엄을 치고 있는 원앙 한 쌍, 흰 뺨 검둥오리 새끼들의 저녁 나들이를 본다.

 

슬슬 어둠이 짙게 드리어진 시각 밤 8시 30분. 드디어 수원청개구리를 만날 시간이다.

 

어둠이 내리니 아이들은 더 즐겁다.

“밤에 늦게까지 친구들하고 마을길을 걷는 것이 너무 좋아요. 재미있어요.”

 

아이들을 4개의 조로 나누었다. 이제 함께 따라나선 엄마들이 각 조를 맡아 이끌게 된다. 그리곤 한 조 한 조 흩어져서 논 둑 안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은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소리를 식별한다. 개구리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린다.

 

개구리들은 천적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 어둠이 내린 시간 나와서 활동을 한다. 짝을 찾는 울음인 것이다.

 

“잘 들어봐, 어떤 울음소리들이 있는지!”

밤길 헤드 랜턴에 기대어 좁은 논둑길을 가려니 빠지는 아이가 여럿이다. 그런데도 재밌어 한다. 길을 가다 뜰채로 논바닥을 흩어본다. 잠자리 애벌레, 장구애비 등등 헤드 랜턴을 비쳐가며 그날 잡은 것들을 확인한다.

 

“아이랑 언제 이렇게 밤길을 다녀보겠어요” 하는 은호 아빠는 서울서 이사 온 지 10년이 넘었다. “작년에 비해서 수원청개구리 수가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라며, 마을에 공장이 생기고 도로가 나면서 마을이 변하는 것이 아쉽다고 한다.

 


▲월롱초등학교 수원청개구리 탐사대
 

“수원청개구리탐사대는 그냥 수원청개구리만을 탐사하는 게 아니예요. 더 중요한 것은 추억이지요. 친구들이랑 부모님들이랑 밤길을 거닌 시간이 아이들에게 커서 떠올릴 좋은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그것이 박병삼 선생님이 매주 수요일 그것도 늦은 시각까지 활동을 이어가도록 만드는 큰 이유이다.

 

월롱초등학교 수원청개구리 탐사대는 11월에 활동을 마무리한 다음, 파주 전역에 걸친 생태탐사로 이어갈 계획이다.

 

 

 

글·사진 김영금 파주생태교육원 원장, 편집위원

 

 

 

#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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