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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과 착오의 학교 ㉒ ‘공감각’은 예술적 창의력의 원천

입력 : 2016-02-05 13:37:00
수정 : 0000-00-00 00:00:00

시행과 착오의 학교 

볼 시(視), 다닐 행(行), 어그러질 착(錯), 깨달을 오(悟)라고 해서 각자의 행동을 관찰하고 삶의 어그러진 곳을 깨닫기 위한 배움터라는 의미입니다. 생활하면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좀 더 건강한 삶을 만들어가는데 도움이 되는 글을 나누고자 합니다.

 

‘공감각’은 예술적 창의력의 원천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소리. 김광균 시인의 작품 ‘외인촌’ 마지막 구절로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공감각적 표현이다. 시적허용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지만, 실제로 이처럼 소리가 색으로 감각되거나 맛으로 느껴지는 등의 공감각을 지닌 공감각자들은 우리 주변에 생각보다 적지 않다. 과거에는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정신질환이라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이제는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부러운 능력자들이다.

 

공감각은 예술과 문학, 과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사용된다. 현대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바실리 칸딘스키는 그림을 보면 소리를 듣는 색청(色聽)과 음악을 들으면 색이 보이는 청색(廳色) 공감각자로, 그는 음악을 들으면서 그림을 그렸고 그림을 보면 음악이 들렸다고 한다. 그의 작품 중 ‘작곡’이란 제목이 유난히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한 저명한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특히나 시각화에 능숙했는데 방정식의 기호들이 각기 다른 색으로 보여 복잡한 방정식도 쉽게 이해했고, 논리적 오류가 있는 대화를 듣거나 수식을 보면 찌그러진 원이 보이면서 틀린 이유를 알기 전에 일단 틀렸다는 것부터 미리 알았다고 한다.

 

이런 공감각의 원리는 무엇일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크게 두 가지 가설이 있다. 하나는 공감각은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소수만이 의식할 수 있다는 설이다. 사람의 뇌는 영역별로 서로 촘촘히 연결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감각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저항이 높아 신호 세기가 너무 약해져 다른 감각영역까지 연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감각자들은 이 전달과정이 원활해서 다른 감각까지 동시에 의식된다고 한다.

 

다른 하나는 신생아 당시엔 공감각을 지니고 있다가 뇌신경의 가지치기 현상을 겪게 되면 불필요한 연결을 끊어버리는데, 이때 공감각이 상실된다는 설이다. 이때 미처 단절되지 않고 연결이 남아있게 되면 공감각이 유지된다. 결국 두 추론의 공통점은 두뇌 감각영역의 상호연결이 공감각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공감각을 획득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위 두 가설에 근거하면 끊어진 연결을 복구시켜야하고 이어진 연결을 잘 닦아야 한다. 전자는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과 지향으로 가능하고, 후자는 당연함에 대한 의구심과 반성으로 가능하다. 꼭 소리와 문자가 색깔로 보이고 맛으로 느껴지지 않더라도 두뇌의 연결망이 오롯하게 살아있을 때, 공감각자 못지않은 창의력이 학습되고 교육될 수 있다.

 

바야흐로 사물 인터넷 시대다. 그 바탕엔 센서와 무선 네트워크가 있다. 센서의 민감도와 정보의 공유가 핵심 기술이다. 사람에겐 사물보다 뛰어난 감각기관과 정교한 두뇌 네트워크가 있다. 다만 아직 충분히 활용하고 있지 못할 뿐이다. 이 영역이 개발된다면 휴먼 인터넷 시대도 그리 멀지는 않을 것이다.

 

 

 

카페 방하 봄동 한의원 유창석 한의사

 

 

#3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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