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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통신] ① ‘대통령의 자진사퇴’

입력 : 2015-12-19 12:12:00
수정 : 0000-00-00 00:00:00

‘대통령의 자진사퇴"

 

▲제10대 독일연방 대통령 불프가 자진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필자가 살고 있는 독일의 이야기이다. 2012년 2월, 제10대 독일연방 대통령 크리스티안 불프의 자진사퇴는 독일 사회에 커다란 충격이었다. 2년여 임기 도중 갑작스레 자진 사퇴했던 독일 대통령 이야기는, 독일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독일'이라는 나라의 이미지가 특히, 빈틈이 없고 고집스러운 그래서 누구보다 공정하고 정확한 사회, 안전한 나라로 인식되기에 이 같은 정치적 충격은 더 큰 관심을 갖게 했다.


신문사가 대통령의 저금리 융자대출에 대한 의혹 제기

불프 대통령의 자진사퇴 내용을 살펴보면, 저금리 융자대출에 대한 비리 의혹으로 시작된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니더작센주 총리로 재직 당시, 평균 이자보다 낮은 금리의 은행 대출을 받아 자택을 구입했고, 기업인 친구로부터 거액의 돈을 빌린 사실들이 일선 기자들에게 포착되었다. 이 가운데, 자신의 비리 내용을 덮기 위해 불프 대통령은 언론사 편집장과 신문사(악셀 스프링거) 사장에게 협박성 전화를 걸었다. 대통령의 협박전화는 전 독일 언론인들은 물론 전 국민들에게 그에 대한 정치적 불신과 대통령으로서의 자질 부족이라는 여론이 형성되었고, 진보, 보수, 중도 성향의 모든 신문사들은 불프의 또 다른 비리 혐의를 폭로하는데 혈안이 되었다. 휴가지 호텔의 무상 제공, 자동차 구입에 특혜, 영화제작을 위한 로비, 육아 돌보기에 무상 특혜 등 기업인들과의 유착관계에서부터 대통령의 젊은 아내 베티나 불프의 사생활까지 언론은 폭로의 폭로를 이어갔다.

 

검찰이 대통령의 소추 면책 특권 정지 요청해

언론의 지속적인 신상털기와 더불어 검찰의 움직임은 현직 대통령을 더욱 압박했다. 대통령의 면책특권은 현직 대통령의 검찰 조사를 불가능하게 했는데, 니더작센 검찰은 대통령의 소추면책 특권 정지 요청을 단행한다. 독일연방공화국 역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일이었다. 이제는 언론도 검찰도 그리고 여,야 정당은 물론 국민들의 여론이 불프 대통령에게 사퇴를 불가피하게 했다. 불프의 정치적 지지세력들도 점차 그의 중도 사퇴를 인정하게 된다. 불프 대통령은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그리고 세련된 매너로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를 가진 정치인으로 독일인들에게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대통령의 부도덕한 사채 의혹이 언론에 폭로되고 대통령의 수사 면제권 철회가 검찰로부터 연방의회에 요청되면서 독일연방 대통령은 자진사퇴를 결정한다.

 

정치권력과 타협하지 않은 독일의 언론과 검찰

필자는 요즘 한국 정치뉴스를 보면, 불프 대통령의 사퇴를 가능케 했던 독일의 언론과 검찰이 떠오른다. 독일의 언론과 검찰이 정치권력과 타협하지 않고, 제 역할과 기능을 했던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는 홍보와 선전을 통한 결과가 아닐 것이다. 독일 사회의 구성원과 사회 기관이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과 용기가 있기에 '독일'이라는 국가 이미지가 형성된 것이다.


 

 

윤장렬

독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언론학 박사과정  yunjangryol@fu-berlin.de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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