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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단 제주에서 보내는 희망편지 - 목숨걸고 마을주민 지킨 4·3피해자 양경숙 할머니와 함께하는 사람들

입력 : 2016-04-08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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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남단 제주에서 보내는 희망편지

목숨걸고 마을주민 지킨 4·3피해자 양경숙 할머니와 함께하는 사람들

 

 끝나지 않은 세월 4,3, 6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모든 제주도민들의 가슴에 아픔으로 남아있는 것이 제주 4,3이다. 수만명의 무고한 양민들이 무참히 죽임을 당했으며 마을 주민 모두가 죽거나 없어져 사라진 마을이 다수 생겨났고 희생자가 없는 마을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4,3은 제주도민 모두의 트라우마로 가슴에 응어리져 있다.

 

 4,3 피해자 중 오늘 소개할 분은 제주시 애월읍 수산리에 사시는 94세의 양경숙 할머니이다. 양경숙할머니는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라 모진 고문과 매질을 견디면서도 마을 주민들을 끝까지 불지 않고 보호한 의지의 제주여인이다.

 

 4,3 당시 서북청년단과 경찰이 폭력적인 수색작전을 진행할 때 수많은 양민학살이 진행되었는데 이때 무고하게 경찰에 잡힌 20대 초반의 양경숙씨는 시위 주동자와 산으로 도망간 마을 청년들의 이름을 대라고 모진 고문을 받았다. 거꾸로 매달아 물속에 집어넣고 매질을 하는가 하면 며칠간 굶기며 하루 종일 매타작을 반복했고 각종 고문을 다 받으면서 죽음의 공포를 반복하며 협박했지만 양경숙 할머니는 그 고통을 몸으로 견뎌 내며 끝내 마을 주민들의 이름을 아무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께서는 결국 그때의 고문 후유증으로 시력을 거의 잃었고 팔목 등이 부러지는 등 이제까지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결국 서북청년단과 경찰들도 “이렇게 독한년 처음봤다”고 포기했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마을 사람들을 지킨 이유를 묻자 양경숙 할머니는 “내가 입을 여는 순간 다른 마을 사람들이 죽어가는데 차라리 내가 죽고 말지 나 살자고 다른 사람들을 죽이느냐?”고 반문하며 당연히 그랬어야 할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씀 하셨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그렇게 나를 희생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할머니의 결기가 예사롭지 않다.

 

 5년 전부터 매월 외롭게 홀로 살고계시는 양경숙 할머니를 찾아뵙고 아픔과 즐거움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 함께하는 다섯 가정은 매월 먹거리와 선물을 준비하여 할머니와 함께 음식을 나누고 어깨도 주물러 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높낮이없는세상에서는 매월 약간의 돈을 전해 드리고 있는데 적은 금액인데도 할머니께서는 너무 고마워 하신다.

 

 할머니께서는 늘 “너무 미안하니까 다음부터 오지 마라”고 말씀하시지만 때가 되면 며칠 전부터 우리를 기다리신다.

 

 고문 후유증은 있지만 아직 정정하게 살아가시는 양경숙 할머니가 4,3의 산 증인으로 앞으로도 오래오래 사시길 빌며 높낮이없는 세상과 우리 다섯 가정은 끝까지 할머니와 함께 할 계획이다.

 

‘높낮이없는세상’에서 기사를 내주셨습니다

 

* 제주도민 30만명중 3만명이 학살당한 4.3참사 68주년을 추념하며 광고함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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