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나눔이다 - 할머니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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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생이신 한용악 할머니, 그는 대구 출신이다.
그동안 자식들 키우느라 자신을 위한 시간을 쓴 적이 없었다. 그 할머니 눈에 탄현작은도서관에서 개설한 민화교실이 눈에 띠었다. 당시 82세인 할머니는 가슴 깊숙이 숨겨두었던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꿈을 꺼내들었다. 할머니는 일주일에 한 번 민화를 배우는 과정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1년 과정의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막내딸이 할머니를 모시고 윤공희 선생님의 화실을 찾아 배움을 이었다.
그러다, 할머니가 치매로 요양원에 입원을 하셨다. 병원에서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한다는 소식을 들은 윤공희 작가는 병원을 찾았다. 할머니는 몸이 힘드니까 필력이 없어 다시 선긋기부터 시작했다. 처음부터 하나씩 다시 시작했는데, 전보다 그림이 좋아졌다. 3개월 정도 요양원을 찾아갔고, 퇴원한 후에는 막내딸이 할머니를 모시고 화실로 와서 그림을 그리셨다.
할머니의 병세가 악화되면서, 탄현작은도서관 사람들이 뜻을 모았다. 2016년 12월 17일 할머니의 평생 꿈인 전시회를 열어드린 것. 재능기부를 받아 전시회 축하 우클렐레 공연도 하고, 할머니 그림엽서도 제작했다. 자신의 작품 21점을 전시한 그 자리
에서 할머니는 꼿꼿이 앉아 기뻐하셨다.
윤공희 작가와 도서관 식구들
은 할머니의 흐트럼 없는 자세와 환한 미소에 병세가 완화되는 중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은 거동하기도 어려
운 상태였는데, 평생 소원이던 자신의 전시회를 지키신 것이다. 탄현작은도서관에 이어 요양원에서도 전시회를 가졌다.
그리고 지난 설 연휴 마지막날인 1월 30일에 눈을 감으셨다.
할머니는 꿈을 이루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할머니의 꿈을 이룬 탄현면 법흥리가 진짜 마을이다.
임현주 기자
윤공희 작가
“저도 한나할머니를 만나는 시간이 즐거웠어요. 그래서 그 시간을 기다렸고, 가르쳤다기 보다는 어머니가 원하는 것을 찾아드리는 역할이었어요.
한나 할머니 덕분에 요양원에 가면, 할머니들이 그림 그리려 오세요. 그중 94세 할머니가 계셨는데, 꽃 그림만 열심히 그리던 할머니가 계세요. 그 할머니는 치매에 걸린데다 성품이 직선적이고 난폭하셨다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웃기 시작했다는 말을 들었어요. 자기 안에 있던 열망이나 실력을 몰랐던 분들이 많아요. 이럴 때 안타까워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예요. 그림은 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하는데, 편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그리다보면 그림안에서 만족하고 행복할 수 있어요. 예술이 무거운 것 말고, 생활에 녹아있는 것이라 생각하고, 그림을 그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탄현작은도서관 김미숙
“동네에 작은도서관이 있어, 할머니의 소원을 이루게 해드릴 수 있어서 감사해요.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할머니의 잊혀진 꿈을 일깨울 수 있었고, 도서관 식구들과 이웃의 도움으로 할머니 전시회 공연도 하고, 모두가 축하도 드릴 수 있었어요. 할머니가 치매로 병원에 입원했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필력을 되찾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인연을 생각했어요. 도서관에서 맺어진 관계가 끈끈이 사랑을 나누는 이웃이 된거죠.
한나할머니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서 정말 행복했어요. 우리 탄현작은도서관은 정말 훌륭하지 않나요?”
#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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