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나눔 예술 극장 -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실화, 영화 '스포트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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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죠.”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의 실화, 영화 ‘스포트라이트’
▲‘스포트라이트’ 감독 토마스 맥카시, 출연 마이클 키튼 / 마크 러팔로 / 레이첼 맥아담스, 2016개봉 Ⓒ오픈 로드 필름스 Open Road Films
보스턴 글로브 신문사의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새로운 지시가 떨어지는데 바로 가톨릭 성직자의 아동 성추행 건이다. 아니다. 그런 뻔한 영화가 아니다. 당신도 영화를 보며 몇 번이나 무릎을 칠지 모른다.
신부 한 명의 일탈 기사로는 그저 “잡음만 커지고 하나도 바뀌지 않고” 만다. 문제는 ‘관행과 정책’이다. 가톨릭 성직자의 성추행 사례 연구자는 성직자 중 아동에게 성적 일탈을 저지르는 비율이 무려 6%에 이르며, 이를 심리적 병리 현상으로 정의한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파헤쳐야 하는 건 지속적이며 대규모로 이뤄진 성추행 사건을 가톨릭 교회가 조직적으로 대응했다는 정황을 찾는 일.
교회는 강력하다. 바티칸까지 갈 것도 없다. 구독자 중 신자의 비율이 53%에 이르며, 국장의 골프친구, 팀장의 고교 은사 등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교회와 강력하게 ‘이어져’ 있다. 그래도 스포트라이트 팀 에게는 끈질기게 물고 놓지 않는 힘이 있다. 첫 번째 감동의 지점이 여기다.
두 번째 지점은 영화의 마지막에 나온다. 팀장과 그의 죽마고우 변호사. 이 변호사는 알고 보니 교회를 수십 년간 비호했던 핵심세력. 팀장이 그의 집에 찾아간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 알면서 다들 그냥 구경만 했어. 여기서 끝내야 해.”
“근데 넌 어디 있었어? 왜 이리 오래 걸렸어?”
“나도 모르겠어.”
팀장은 스포트라이트 팀에 오기 전 대도시부에 있었는데 이미 10여 년 전에 한 통의 결정적인 제보를 받은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사실조차 잊고 있었던 것. 국장이 위로한다. “우린 어둠 속에서 넘어지며 살아가죠. 갑자기 불을 켜면 탓할 것들이 너무 많이 보여요.”
어둠 속을 걸으면 정강이를 차이기도 하고 발목을 삐끗할 수도 있다. 불운을 탓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주변의 ‘더러움’은 눈치채지 못할 수 있다. 정수리 위로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거리를 걸어가면 어떻게 될까. 어둠 속에 보이지 않던 모든 걸 불평할지 모른다. 어쩌면 시각적 자극이 상승효과를 일으켜 갑자기 혐오스러운 냄새를 맡을지도 모른다.
기자는 어둠 속을 있을 수 없다. 갑자기 많은 이들이 말을 걸어온다. 그중에 진실은 무엇일까. 진실까지 가기 전에 사실부터 확인해야 하지만 그 또한 만만찮은 일이다. 그 와중에도 마감은 다가오고 뉴스는 뉴스를 덮는다. 마감이 끝나면 새로운 빛과 어둠이 기다리고 있다.
글 정용준 기자. 사진 Ⓒ오픈 로드 필름스 Open Road Films 제공
#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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