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나눔 예술 극장 - 솔직한 다큐의 치유의 힘, 가족영화 <쇼킹패밀리>
수정 : 0000-00-00 00:00:00
솔직한 다큐의 치유의 힘, 가족영화 <쇼킹패밀리>
▲영화 <쇼킹패밀리> 2006 / 감독 경순 / 출연 경순, 경은, 세영, 수림
5월이다. 목련과 벚꽃이 피고지고 살랑살랑 콧바람이 불어온다. 가족과 함께 나들이하기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주변에 혹시 5월이 ‘가정의 달’인게 불만인 ‘가족 구성원’이 있다면 슬며시 이 영화를 추천해보자. 독립영화의 문제적 감독, ‘경순’ 감독의 가족영화 아닌 가족영화 <쇼킹패밀리>다. 전작 <애국자 게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국가주의를 통렬히 비꼬았던 태도는 여전하고, 자기 고백과 가족사를 공개하는 내적 구조에 과감한 스틸활용, 패러디, 모션 타이포그래픽 등의 외피를 두른 그녀의 영화 세공술은 더욱 세련되어졌다.
20대 세영은 가족의 간섭이 싫어 독신으로 살아간다. 30대 경은은 이혼이 두렵지 않다. 40대 경순은 딸과 함께 살아가는 싱글맘이다. 의도하지 않았을지 몰라도 스크린에 비친 그녀들은 이미 대안가족을 실현하고 있다.영화의 중간 우리를 웃게 만드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아픈 고백의 순간인데 이를테면, 촬영감독이자 출연배우인 세영이 어린시절 엄마에게 자주 맞은 사연을 말하는 순간이다.
“엄마 나 왜 그렇게 때렸어?” 라고 묻자, 엄마는 “그때는 사는 게 힘들었어”라고 한다. 이어서 영화는 세게 맞은 날은 엄마가 고스톱에서 잃은 날이더라는 후일담으로 관객에게 폭소를 안긴다. 폭소는 배우들의 생뚱맞은 표정에 따른 즉각적 반응이기도 하지만, ‘아 너도 그랬구나’ 하는 내적 반응의 표출이기도 하다.
가족이 따뜻하기만 하다는 말에, 또하나의 가족이라는 말에 알러지성 반응을 느끼는 독자라면 <쇼킹패밀리>에서 안과 밖을 허무는 다큐의 쾌감을 기대해도 좋다. 이 영화는 감독이 배우이고 스틸기사가 주인공이며, 감독딸의 성장담은 부록인 집단적 고백이다. 힘들었던 가족이야기를 털어놓는 그들의 용기는 이 다큐의 힘이다. 5월 ‘가정의 달’에 가족관계로 체기를 느껴온 이들에게는 ‘사이다’같은 영화 체험이 될거다.
글 정용준 기자
#39호
신문협동조합「파주에서」 모든 컨텐츠를 무단복제 사용할 경우에는 저작권법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