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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㊳사향제비나비 ‘단비’ 우화기

입력 : 2017-09-20 14:31:00
수정 : 0000-00-00 00:00:00

 

㊳사향제비나비 ‘단비’ 우화기

 

언제부터인가 나비를 좋아하게 됐다. 나비들의 생김새는 물론이고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의 과정을 겪는 생활사까지도 경이로운 동경을 담아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네들의 삶의 과정을 통하여 나를, 내 삶을 짚어보게 되는 것이다.

 

나비들은 저마다 먹이식물이 다르다. 먹이식물은 애벌레 시기 때 먹는 식물을 말한다. 먹이식물이 다르니 서로 경쟁하며 다투는 일 자체가 불필요한 것이다. 성충이 되어서는 꽃의 꿀을 흡밀하거나 나무 수액 등을 먹지만 먹이를 비축해두지는 않는다. 한 순간의 행복을 오롯이 누리는 그들이야말로 선인(仙人)이 아닌가싶다.

 

오늘은 그들 중 쥐방울덩굴이나 등칡을 먹는 사향제비나비를 만난 이야기를 하고자한다.

자주 찾아가는 수목원에서 운 좋게도 등칡에 붙어 있는 사향제비나비 번데기를 분양받아왔다.

애벌레때는 등칡을 무서운 기세로 먹었지만 번데기가 되어서는 먹이활동을 정지하고 새로이 태어날 형태를 재조립하는 긴 기다림의 시간을 맞이한다. 새로운 생명 탄생의 모습을 지켜보고픈 욕망에 자연 속의 나비를 내 삶 속으로 데려온 것이다. 언제쯤 우화하려나 내내 들여다본다. 도감에 겨울을 나지 않는 번데기는 11-15일 만에 우화한다고 되어 있다. 바로 오늘쯤이다...아니나 다를까, 노르스름했던 번데기의 색깔이 검게 변하고 있다. 사향제비나비의 날개가 살짝 비쳐나는 듯하다. 이 상태에서 최대 8시간 이상 지나야한다고 들었다. 그렇담 내일 아침? 새벽? 지금은 밤 11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잠시 망설였다. 몇 시간 눈 붙이고 일어나서 지켜볼까? 아니다..언제 또다시 이 순간을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몇 시간이 걸리더라도 잠자코 지켜보기로 한다.

 



 

새벽 128

번데기의 마디마디가 점점 더 벌어진다 했다.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저 작은 세계 안에서 이 순간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졸리면서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잘못 봤나 했다. 심장이 심하게 쿵쾅거린다.

나비도 역시 최초의 순간은 머리부터 나오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조심조심 빠져나온다.

하나의 세계에서 또 다른 세계로 나오는 나비. 그러나 그 형태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 세계를 달리했고 모습도 완전히 달라졌으나 이전이나 지금이나 그것은 분명 사향제비나비..

나는 그네의 전 생애를, 순환의 한 주기를 온전히 보고 알고 있지만 정작 그네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지 과연 스스로 알고 있을 것인가...하나의 나비로 태어나기 위해 지난 생애들 동안 얼마나한 위험과 고통들을 거쳐 왔는지, 이렇게 새로 태어남이, 태어남 그 자체가 얼마나 큰 축복이고 위대한 일인지 알고 있는 것인지..

 



 

번데기에서 나온 나비는 중력의 힘을 이용하여 거꾸로 매달려 날개돋이를 한다. 날개가 잘 펼쳐지고 있다. 우화부전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수목원에 있던 번데기를 데려오며 스트레스로 우화부전이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번데기는 제 할 일을 다 했다. 이제 오랜 시간을 거쳐 흙으로 돌아갈 차례다. 나비는 새 모습으로 생명을 얻었다. 이제 건강한 짝을 만나 사랑을 하고 귀한 자식들을 놓을 테지. 그 자식들은 또다시 알에서 깨어나는 과정을 계속 할 테고..

이것이 너의 모습이고 나의 모습이고 우리 모두의 모습이리라. 생명 가진 것들의..

 



 

, 이제 너를 떠나보낸다. 넓은 세상을 맘껏 누려보려무나.

지독한 가뭄 뒤에 찾아온 비의 계절, 네게 단비라는 이름을 붙여본다.

단비야, 안녕..

내가 너의 생애를 지켜볼 수 있듯이 나보다 더 거대한 어느 존재가 나의 생애를 지켜보며 감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어쩌면 지금 알에서 갓 태어난 애벌레일지도, 부지런히 먹고 싸고 하며 번데기와도 같은 죽음의 세계를 위한 준비과정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이렇게 그렇게 모두 과정 중에 서 있다. 어디선가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 모를 거대한 존재에게 인사를 건네 본다. 안녕하세요!

 

                                                                                                           숲해설가 장덕현

                                                                                                                            #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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